카뮈로부터 온 편지
이정서 지음 / 새움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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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로부터 온 편지>를 집어 들었을 때 20대 중반 선물을 받았던 <이방인>이 떠올라 책꽂이 이곳 저곳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 후 한쪽 구석에 꽂혀 있던 책을 뽑아 드니 그 시절이 눈 앞에 선명하게 되살아 난다. 나를 좋아해 주었던 후배가 준 세가지 선물 <녹색평론> 잡지1권 가수 이동원의 노래 테잎, 그리고 <이방인> 선물이라 어쩔 수 없이 읽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느끼듯 굉장히 어려워했었다.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작물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힘들까?

 80년대 중 후반 값싼 저질 번역출판물이 무분별하게 발간되던 시기로 기억한다. 대중에게 조금만 이름이 알려지면 값싼 해적판 번역서가 출간 되곤 했다. 이런 번역물이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담보해 낼 턱이 없지 않은가? 이런 번역물의 영향으로 좋은 작가와 작품에 뜻하지 않게 거리를 두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

 <카뮈로부터 온 편지>는 우리에게 번역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독특한 형식의 소설이다. 실제 자신이 번역하는 과정에서 부딪쳤던 문제들을 글로 표현한 다큐멘타리 같은 이야기인데 묘한 끌림이 있다. 글의 내용은 지금까지 카뮈를 전공한 당대 최고의 전문가가 번역한 <이방인>이라는 작품이 실제 오역투성이 임을 카뮈가 쓴 원문을 싣고 그것을 하나하나 밝혀 나가는 형태로 소설은 이루어져 있다. 처음 소설을 읽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글로 인해 이해의 어려움이 있지만 페이지가 넘어 갈수록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고 최고 전문가의 번역의 오류를 지적하고 그 오류를 바로 잡아나가는 작가의 행동이 더욱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몇 년 전 인기 있는 아나운서의 이름을 번역 출간 된 책과 관련하여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실제 자신이 번역하지 않았으면서 이름만 빌려 준 사건인데 이것이 번역과 관련한 우리 출판계의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고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이 이런 일을 행하지는 않았겠지만 실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리라고 생각한다.

 이제 대한민국 출판시장과 출판사들의 올바른 출판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어 이런 관행은 많이 사라 졌고, 번역가들의 능력도 많이 향상 되어 원 저자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좋은 번역서들이 꾸준하게 개선되어 나오고 있다.

 번역은 제2의 창작이라고 말을 하지만 정말 좋은 번역은 원 저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것에 충실한 번역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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