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인가, 베이징인가?
김병기 지음 / 어문학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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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로부터 권력을 움켜 쥔 지배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영원토록 유지하기를 바라며 백성들을 지배할 수단으로 우민화 정책을 사용했다. 따라서 우매한 백성들은 지배자들의 당근과 채찍에 길들여져 지금까지 사육되어 왔다. 대부분의 국민이 고등교육을 받은 현대 사회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우리 스스로는 무지하지 않고 똑똑하다고 생각하지만 하는 행태로 보면 똑똑한 것 같지는 않다. 지배자들은 언론과 교육을 통해 교묘하게 대중들을 진실과 사실로부터 격리시키고 있다. 이런 사실은 동, 서양을 불문하고 공통된 현상인 것 같다.

 1446년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을 반포한 이후 무지한 백성들은 조금의 수고로움을 견디면 자기의 생각과 뜻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지만….

 한글 창제이전까지 우리에게는 한자라는 표기수단이 있기는 했지만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바쁜 가난한 백성들이 한자를 익혀 자기의 뜻을 펼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한자를 익히고 사용할 수 있는 존재들은 먹고 사는 것에서 자유로운 양반 지배계층뿐이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의도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백성들은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북경인가, 베이징인가?] 의 저자는 두 가지 과제를 우리에게 제시한다.

 첫 번째: 의사소통이 갈수록 중요해 지는 현대사회에서 한글전용만이 유익한 표기수단인가?

 두 번째: 중국의 지명과 인명을 표기하는 것에 있어 원음주의 원칙이 바람직한가?

 한글이 표기수단으로써의 편리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부족이 자신들의 고유어를 표기하는 공식문자를 한글로 한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2000년 가까운 긴 시간을 우리 민족의 주요한 표기수단이었던 한자는 결코 중국만의 문자가 아니라 우리 문자임을 주장해야 하고 또한 소리글자인 한글과 뜻글자인 한자를 조화로운 사용을 통해 우리의 언어 문자생활을 근원적으로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고 주장한다.

 중국의 인명과 지명에 대한 원음주의 표기 주장의 근거는 한자를 외국문자로 인식하는데 있다. 한자가 상층 지배계급의 표기수단으로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난 20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용해 오면서 하층 백성들의 의식 또한 깊이 담겨 있는 것도 사실이다. 21세기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한글과 한자의 조화로운 사용을 모색해 볼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자의 주장이 한글전용과 국한문혼용 주장이 대립하는 현재 무엇이 더 유리한가? 타인의 입장에 서서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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