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의 연인
우봉규 지음, 양세은 그림 / 동산사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최근 식민지 시절 일본군 성 노예 피해자들의 피해 보상에 대한 한, 일 외교장관 사이의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렇지만 성 노예 피해자들의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그야말로 그들만의 타결이었다. 그리고 이번 설에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자화자찬 격인 편지를 피해자 분들에게 보낸 것이 공개되어 비난을 받고 있다.  

 일본군 성 노예 동원에 일본 정부가 조직적으로 관여 했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극우 보수주의 아베 정권은 성 노예 동원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어떠한 기록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망언을 계속 퍼붓고 있다. 그렇게 성 노예 피해자들의 아픔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언제 그들의 한을 풀어 줄 수 있을지 무능한 나라, 무능한 민족의 일원으로 가슴이 아프다.

 화냥년, 우리는 이 욕을 잘 알고 있다. 정조도 없이 행실이 불량한 여자들에게 사용하는 말 그러나 이 말속에는 우리네 여인들의 슬픈, 아픈 역사가 담겨 있다. 무능한 정부 관리로 인해 외적의 노리개로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 왔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건 따뜻한 위로가 아니라 냉대와 멸시였다. 그런 슬픈, 아픈 역사가 또 다시 일어 났으니 우리네 여인의 삶은 왜 이리 고단 한 걸까?

우봉규의 소설 백산의 연인은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성 노예로 끌려 간 우리들의 누나, 동생들의 슬픈 역사에 대한 만가이다. 이 땅의 여인들의 삶은 비단 전쟁이 아니더라도 고통과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뛰어 난 재능이 있어도 제대로 한 번 피워 보지도 못한 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 허난설헌은 재능을 피워 보지 못한 채 살다 간 대표적인 인물이다. 소설 중간중간 그의 시가 삽입이 되어 있는데 이는 주인공 강 옥아의 삶이 순탄하게 이어지지 않을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강 옥아는 그의 앞에 놓인 삶을 두려워하지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당당하게 맞서 나간다. 그녀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연인 같은 회산 스님의 도움으로 순탄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결코 비겁해 지지 않는 자신의 길을 걷고자 한다. 그것이 고난과 고통의 가시밭길일지라도 우리네 여인이 걸었던 그 길을 주저하지 않는다 후회도 하지 않는다.

지금껏 일본군 성 노예의 아픔을 많이 이야기 하고 듣고 했지만 실상 그들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가지지는 못했다는 반성을 한다. 책 속 묘사를 통해 그들의 고통이 절망이 가슴에 비수가 되어 박힌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일본의 사과와 반성을 촉구하는 수요집회가 열린 지 어언 24년 피와 눈물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환향녀가 화냥년이 된 아픈 역사 이제는 끝을 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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