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한동안 병원에 계셨다. 휠체어에 앉아 병원 주위를 산책하실 때 마다 항상 하는 말씀이 있었다. 누구에게 얼마 받을 돈 있고 누구에게 줄 것 등 너한테 줄 건 이것밖에 없다. 그러면 나는 짜증실린 목소리로 '제발 그만 좀 해라' 소리를 지르곤 했다. 결국 그것이 마지막 유언이 되고 우리들 곁을 떠났다. 바로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데 벌써 15년이 지났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책의 주인공 모리교수님은 참 행복한 분이라고 느꼈다.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게 되었지만 자기가 소망한 모든 것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그것은 다름아닌 죽음을 긍정함으로써 가능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죽음을 부정한다. 빠름과 느림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어떤 큰 권력, 지식, 힘을 소유한 사람도 예외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죽음을 준비하지 않고 부정한다.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함께 가르치던 동료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자. 그 장례식에 참석했던 그는 낙심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런 부질없는 일이 어디 있담. 거기 모인 사람들 모두 멋진 말을 해주는데,  정작 주인고인 어브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하니 말야" (27P)

  그래서 모리교수님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 들이고 어떻게 하면 의미있는 죽음을 맞이할까? 고민을 한다. 그래서 그의 남은 생을 삶과 죽음을 잇는 다리가 되고자 한다. 그리고 죽음을 긍정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죽어가는 것은 그저 슬퍼할 거리에 불과하네. 불행하게 사는 것과는 또 달라.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는 불행한 이가 아주 많아."(56P) "이 병을 앓으며 배운 가장 큰 것 사랑을 나눠 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 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75P) 

 그는 사람들이 죽음을 준비하기를 바란다. 어떻게 준비하나? 불교도처럼 어깨 위에 작은 새를 올려 놓고 오늘이 그 날인가.? 나는 준비가 되었나? 나는 해야할 일들을 다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원하는 그런 사람으로 살고 있나? 끊임없이 묻는다.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 지도 알게된다. 모든 것을 다 벗기고 결국 핵심에 초점을 맞추게 되지 자기가 죽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매사가 아주 다르게 보이게 된다.

 책을 읽는 동안 우울한 마음, 불안한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꼈다. 며칠 전 이영희교수님의 "희망"을 읽고 이성적인 감동과는 또다른 감동을 느꼈던 기분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가장 후회되는 일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소심하고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는 이유로...

  오늘 가족들이 새삼그립다. 언제나 나와 함께 슬픔, 고통, 기쁨, 즐거움을 함께 할 사람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모리 교수님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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