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무늬들 - 이병철 사진 에세이
이병철 지음 / 새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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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무늬들

 

학보사에 사진기자로 일하는 친구들이 부러워 나도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싶었다. 방학 중 공사장에서 힘든 노동도 마다하지 않아 결국 좋은 카메라를 가지게 되었다. 매일 매일이 신났다. 어디든 나와 함께 다녔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로 일상을 찍을 수 있지만 80년대 중 후반에는 큰 렌즈를 부착할 수 있는 고기능 카메라는 쉽게 가질 수 있는 물건은 아니었다. 그때의 마음이 이어져 사진집이나 사진이 넉넉하게 담긴 산문집을 종종 읽는다.

이병철시인의 사진에세이 [사랑의 무늬들] 은 이런 내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무엇보다 넉넉한 사진과 아름다운 말의 향연이 펼쳐진다.

하늘과 섬 사이에 매어져 있던 노을의 기타줄이 툭, 툭 끊어지고

이제는 반투명한 달빛이 네 셔츠의 스트라이프 무늬를 켜기 시작한다.

두 개의 마음이 하나의 매듭을 위해 애쓰는 순간을 우리는 키스라고 부른다.

-두개의 마음이 하나의 매듭을 위해 중에서-

우리들이 누군가를 사랑할 때 첫눈에 끌려 불꽃처럼 강렬한 사랑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천천히 만나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이끌리는 사랑도 있듯이 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처음은 지루하다가 읽어갈수록 젖어드는 책이 있다. [사랑의 무늬들]은 후자에 가깝다. 첫 시작은 이국적 풍경이 눈에 익숙하지 않다가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책장이 넘어갈수록 작가의 감정과 동화됨을 느낄 수 있다.

[함께 부르는 노래가 있는 한 사나운 절망의 송곳니도 우릴 해칠 수 없습니다. 빙하보다 차고 단단한 슬픔이 가로막는 날일지라도 우리 노래는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이 되어 태양이 떠오르는 수평선 위로 돛을 올릴 것입니다.] - 우리의 노래 중에서-

사랑의 완성은 결코 혼자서 이룰 수는 없다. 함께 노력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혼자서 이루려고 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이루려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저 자기 만족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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