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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문 ㅣ 특서 청소년문학 19
지혜진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4월
평점 :
시구문
지구상 생명체들에게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죽음없이 영원한 삶을 누리는 존재란 없다. 다만 시간의 선후만 있을 뿐, 그래서 유한한 생명을 가진 지성체 인간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더 긴 삶을 살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지혜진 작가의 [시구문]을 만났다. 죽은자를 내 보내는 문 병조호란이 막 끝난 인조시대 당시 삶과 죽음은 일상의 일이었을 것이다. 오래 살고싶은 욕망은 현대인들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았지만 죽음은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더욱이 전란을 겪은 탓에 죽음을 더 멀리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을 배경으로 무당의 딸 기련, 몰락한 명문가의 딸 소애, 병든 아버지와 어린 동생을 부양해야하는 소년가장 백주 이 세 명의 소년, 소녀가 중심이 되어 글이 전개된다.
예나 지금이나 가지지 못한 자들의 삶은 언제나 궁핍하다. 개선될 가망도 없다. 이 세명의 삶 또한 마찬가지이다. 각자가 삶은 달랐지만 그들이 가진 고통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벗어나기란 쉽지가 않다. 벗어날수가 있기는 한걸까?
우리 인간이란 존재는 운명(주어진 조건)에 많은 영향을 받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진화해 온 과정은 그 운명을 극복해 나온 과정의 산물이다.
무당의 딸 기련과 몰락한 명문가의 딸 소애가 서슬 시퍼런 김대감의 손을 피해 시구문 앞에 선 순간 나를 우리를 채우고 있는 족쇄가 풀림을 느낀다. 그들 앞에 놓인 길이 어떤 길이 될지 정하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임을..... 과거의 나를 완전하게 비워내야 새로운 삶을 추구할 수 있음을 청소년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뜻을 쉬운 글로 잘 표현했음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