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되는 순간 - 강세환 시집 예서의시 12
강세환 지음 / 예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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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되는 순간

 

중학교 입학하면서 좋아하게 된 과목이 국어와 국사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용케 국어국문학과로 진학했다. 입학 후 친구따라 국문학과 학생이 중심이 된 시창작동아리에 가입했다. 그전까지 시를 지어본적도 없고 겨우 교과서에 실린 시와 시인외에는 알지 못하는 무지한 학생이 무슨 용기로 기어들어갔는지.....

중간고사후 시전을 열기 위해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알아서 창작시를 제출하라며 은근히 압박해왔다. 버티고 버티다 제출한 시, 과 선배는 물론이고 지역에 있는 타 대학 국문과 동료들로부터 아주 과한 대접을 받았다. 그 대접으로 한동안 수업도 빠진 채 친구들과 술과 당구로 방탕한 생활을 했다.

강세환 시인의 신작 [시가 된 순간]을 접하며 대학 새내기 시절이 되살아났다. 그 소중한 시간들을 의미없이 흘려 보냈는지, 사실 처음 지은 시가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리가 없음에도 뭐가 그렇게 부끄러웠을까? 그 순간이 지난 후 열심히 시를 읽었다. 많이 읽는다고 창작력이 는 것은 아니지만, 현시대는 문학이 저물어가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문학은 더 심한편이다. 시를 읽지 않는다. 더 이상 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시가 읽히는 사회는 여유가 있는 사회다. 하지만 우리들 삶은 여유가 없다. 풍족하지만 절박함만 넘친다.

 

다시 뒤돌아보면 아무것도 없다

술 취한 자는 보이지 않고

술 권하는 자도 없다

담배를 물고 있는 사람도 없고

홀로 노래를 부르는 자도 없다

못을 박는 자도 없고

못을 뽑는 자도 없다

역사를 믿는 자도 없고

시를 믿는 자도 없다

폐가 같은 이 괴괴한 광경

복잡한 것들이 조용한 것 같다

조용한 것들도 복잡한 것 같다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은

돌아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시 속에는 이념도 신념도 없다

시 속에는 의미 비슷한 것도 없다

시 속에는 시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 아무 것도 없다’-전문-

 

일상의 평범한 삶들을 노래하고 있지만 시인의 삶은 녹록해 보이지 않고 더 힘들어져 견디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더욱더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뜬구름도 잡아 보고 시장에 가서 문어 사러 가기도 하고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그리워하는 것, 그런 그리움들이 쌓여 시가 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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