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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
장호철 지음 / 인문서원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부역자들 친일 문인의 민낯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재미있게 읽어서 그 이후로 그의 작품을 즐겨 읽었다. 특히 아리랑을 읽을 때 주인공의 대화 도중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고 나면 친일 반역자들은 다 죽여야 한다는 말에 아주 통쾌했었다. 그러나 한강을 읽으면서는 온 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절망감을 느꼈다. 빨갱이 자식이라는 이름표에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형제의 모습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강은 조정래소설을 좋아하면서도 좋아할 수 없는 소설이 되었다.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을 읽으면서도 그런 절망감을 느껴, 좋아하면서도 좋아할 수 없는 책이 될 것 같다. 일제 식민지 시절 민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오직 자기 자신의 무사안일만을 원해 그 가진 좋은 재주를 일본 제국주의자들과 일왕을 위해 봉사 해온 민족배반자들 특히 문인 28명의 행적을 추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의 행동과 작품을 보면 뼈속까지 일본인이 되고자 한 모습과 한민족을 제국주의자들의 총알받이로 만들고자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져 있다. 그렇듯 열망했던 일본 제국주의가 영원하기를 바랬지만, 사필귀정이라 결국 원자폭탄 2발로 무조건 항복을 하고 한국은 독립을 했다. 하지만 이런 독립의 달콤한 과실은 식민지 시절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재산과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에게 돌아간 것이 아니라 변신의 천재들인 친일 반역자들이 다 차지해버렸다. 나라의 중요한 요직이란 요직은 모두 차지한 채 자신들의 과거를 지우고 숨기는 것을 넘어 왜곡해 버린 것이 지금까지 친일 부역자들의 모습이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애써 외면하고 살아온 것이 부메랑이 되어 지금까지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지 않은가?
친일부역자들이 즐겨하는 변명이 있다. 당시에는 다 그렇게 살지 않았나? 그들의 강압에 어쩔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이 적극적으로 친일활동을 개시하는 시기들을 살펴보면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등 세시기임을 볼 수 있다. 일본의 강력한 힘이 극대화되는 시점이다. 그래서 위의 말들은 다 자기 변명일 뿐이다. 그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는 마음이 앞선 것이다. 언제 이들이 누린 모든 것들을 불행으로 되돌려 줄까? 국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이들의 글을 접할 때마다 그리고 독립 후 누린 부와 명예를 생각하면 부끄러움과 무기력함이 온 몸을 잠식한다.
‘역사는 그것을 기억하고 성찰하는 사람의 것이다. 35년여 질곡의 세월속에 얽히고 설킨 오욕의 역사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그것을 엄정하게 평가하게 될 때 부끄러운 우리 현대문학사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174p) 작가의 말처럼 지금까지 우리들의 안이함을 반성하고 그들의 잘못된 언행들을 꼼꼼히 찾고 기록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