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상의 문장 - 우리가 가졌던 황홀한 천재 이상 다시 읽기
이상 지음, 임채성 주해 / 판테온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이상의 문장
나는 불현 듯 겨드랑이가 가렵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날개]
우리들은 이상을 안다. 교과서에서 그를 만나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그의 작품에 대해서
잘 알고 있지는 못하다. 기껏 총독부에서 건축과 기사로 일했다는 것
그리고 그의 작품은 어렵다는 것 등 이것이 우리가 이상에 대해 아는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실제 그의 시는 중, 고등학생이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걸 멋모르고 배웠으니 우리들이 시를 어려워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상의 문장] 책을 접하면서 평소 그의 생각들을 조금 더 잘 알았다면
어렵긴 했겠지만 그의 생각이나 관심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 우리들은 대부분 표준말을 사용하니까?
옛날 어투들이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걸 어렵게도 하고 또한 재미있게도 한다.
요즈음 작가들이 사용하는 글들이 읽기는 편해졌지만 정겨움은 사라진 것 같다.
[이상의 문장]속에는 냉소적이고 차가운 듯 하지만 정겨움이 살아있다.
(시대상 어쩔 수는 없었겠지만 일본어투를 걸러내는 수고는 필요하다.)
이상이 우리 문단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그의 영향이 어느 정도였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 그의 작품들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현재 우리들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동안 논란의 중심이 되었던 미투운동에 슬쩍 이상의 자리도 놓을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이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관없이... 인권에 관한 대화의 자리에도, 병원의사들의 도덕성 논란의 자리에도 놓아도 부족하지 않다.
세월이 흘러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그의 글을 통해 생생하게 느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