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은 다른 동물과 차별화되는 인류의 특징을 큰 머리, 두 발 걷기, 도구 쓰기, 작은 치아로 보았습니다. 이 네 가지 특징은 서로 어우러져서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습니다. 두 발로 걸으니까 두 손이 자유로워지고, 자유로운 두 손을 이용해서 도구를 만들고 쓰게 되었고, 도구를 만들고 쓰기 위해서는 큰 머리가 주는 지능이 필요했고, 도구를 쓰면서 큰 치아가 필요 없게 되어 치아가 작아졌다는 가설입니다. 여기서 가장 크게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도구를 만들고 쓰는 일’입니다. 달리 말하면 문화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낸 것이 문화라는 이야기는 몹시 매력적입니다. 도구를 만들어 쓰는 것은 매력적이고 자랑스러운 일이기에 사람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행위라고 여겨왔습니다.
작은 머리를 가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도구를 어디에 썼을까요? 석기는 오랫동안 사냥 도구로 여겨졌습니다. 동물을 사냥하고, 털가죽을 벗겨내고, 고기를 저미거나 운반하기 쉬운 크기로 잘라내는 데 쓰였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석기의 쓰임새에 대해서 연구한 학자들은 석기로 면도하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석기는 사냥 도구로 쓰였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냥뿐만 아니라 다른 행위에도 쓰였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 발견된 나무 도구에 남아 있는 흔적을 분석한 결과, 땅을 파서 구근류나 나무뿌리를 캐는 데에서 생긴 흔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석기 역시 동물성 먹거리를 구하거나 맹수로부터 보호하는 데 쓰였을 뿐만 아니라 식물성 먹거리를 확보하는 데에도 쓰였을 것입니다. 고인류의 뼈와 치아에 남아 있는 동위원소를 분석하면 동물성 먹거리만큼이나 식물성 먹거리에 의존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고기 사랑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런 네안데르탈인도 충분히 식물성 먹거리를 찾아 구해서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