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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와 헤엄치다 - 운명에 지지 않고 살아내는 힘
신지은 외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5년 9월
평점 :
11개의 이야기를 모은 날. 편집 작업을 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쩜 이렇게나 다를까. 글을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는데 저마다 풀어내는 방식이 달랐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이야기의 색깔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나 같을까. 저마다 다른 길을 걸어왔는데 어쩜 이렇게나 다들 빛이 날까. 눈물이 흘렀다.
11번째 이야기를 마주한 순간 일곱 개의 드래곤볼을 모은 손오공이 된 기분이었다. 마침내 소원이 이뤄진 느낌이었다. 11개의 별을 위해 밤이 되기로 했다. 어둠 속에서 저물지 않는 별자리를 띄우기 위해 온힘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그들이 살아온 삶이 위로가 되리라 믿었다. 그들의 삶이 희망의 증거라 확신했다. 그들의 '헤엄'을 지켜보며 생을 헤쳐나갈 힘을 얻기를 바랐다. 그들이 일으킨 파도를 따라가며 당신의 머리 위에 떠있는 무지개를 발견하기를 바란다. p.257
책을 고르는 기준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일단은 제목과 표지다. 고질라가 뭘까? 설마 고릴라는 아니겠지, 일단 사람 이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둘 다 아니었다.
오래 앓고 있는, 고치기 어려운 병을 뜻하는 '고질'이었다. 고질을 안고 헤엄 치는 이야기라니.
표지 디자인은 일러스트 작가인 정다미 님의 작품이다.
일러스트가 몽글몽글하니 사랑스럽다. 특히 수영복키링 너무 탐난다. 빵댕이가 포인트라고 한다. ㅎㅎ
호흡을 가다듬고 망설이지 않고 뛰어드는 자세가 하늘을 나는 것처럼 자유롭지 않은가. 나는 물속에서 팔을 허우적대는 건 다음 문제고 내가 처한 상황을 거부하지 않고 뛰어드는 그 자세에 대해 말하고 싶다.
숨을 힘껏 참으며 물속으로 도약하는 모습에 그냥 용기가 생긴다.



출처 @daemrawing
이 책은 나와 만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중간에 알았다. 이런걸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안 알랴줌.
그 뿐만이 아니라 공저 프로젝트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년 전 죽음 가까이 간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때 브런치나 인스타를 하고 있었다면 나도 이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나를 구원한 것도 바로 글쓰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빨강머리 앤.
빨강머리앤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지만 지금은 <고질라와 헤엄치다>가 주인공이니까
다시 집중!
몸이 한번 아프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데 착해지거나 못돼 진다.
아프기 전의 허지웅작가와 아픈 후의 허지웅 작가의 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나는 둘 다 괜찮은 태도라고 본다.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부분은 같지만 타인에게 더
집중하느냐 나에게 더 집중하느냐의 차이일 뿐, 나의 모든 것이 일 순위가 되는 사람은
그전에는 너무도 이타적인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 책은 경고도 없이 찾아온 장애로 일상이 무너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장애는 나에게 올 수도 있고 가족에게, 아이에게 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생명은 끈질긴 것이어서 우리는 끝내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만다.
'고질라와 헤엄친다'는 말은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뜻이며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소리공포증, 백혈병, 당원병, 우울, 망상, 조울증, 자폐성장애, 비염, 관절염, 알레르기, 아토피, 결막염, 뒤센형근이영양증, 갑상선 기능항진증.
질병에 대한 정의와 증상, 관리와 예방법, 협회, 환우회 등의 사이트 정보도 담겨있다.
내가 아픈 것도 힘들지만 아픈 이를 간병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광고에도 있지 않나
질병보다 더 무서운 게 간병이라고.
'고질'이라는 주제로 공저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다들 왜 이렇게 열심히 살아서 아프고 난리야'라는 마음이 들었다.
일 줄이고 밥 잘 먹고 잠 잘 자는 것이 그리 힘들었을까? 몸은 참 정직해서 무리를 하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11명의 저자는 발버둥 칠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 고질은 장점이 된다. 완치는 없지만 운명에 지지 않고 살아내는 힘을 길러준다는 것.
다른 듯 같이. 모두 반짝이는 별 같아서 더 아름다운 이야기다.
작가분들 이름 한 명 한 명 불러드리고 싶은 책이다. 기운 받으시라고.
희우 님의 한식 디저트는 정말 예술이다. 자몽맘님 그냥 반갑네요.^^
우리들의 감사 제목 중 자주 등장하는 것은 "무탈한 하루"였다. 크게 아프지 않으면 무탈한 날이었고 아주 작은 것도 우리에게는 큰 감사 제목이 되었다. p.40
정상에 도착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너도, 나도 언덕이었다. 그저 우리는 각자 언덕을 오르는 중이다. 먼 발치에서 서로 얼굴을 희미하게나마 마주 보자. 그거면 된다. p.72
많이 아픈 날에는 병원에 가고, 괜찮은 날에는 건강하게 살면 된다. 내 잘못이 아니고 내 탓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그 다음이 가능해진다. p.94
빈틈이 있어야 꽃이 피지 않던가. 내 안의 구멍을 인정해야 꽃이 피는 이치를 이제는 안다. p.118
엄마가 된다는 것은 육면체를 다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부딪히기만 하면 찔렀던 곳곳을 둥글게 만드는 과정, 눈물로 마음으로 느끼고 깨달아가는 중이다. p.175
지난 많은 날의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지금 여기까지 온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여기까지 살아있어 줘서 고마워. p.198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이 그 고통 속에서도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아. 새로운 네가 오는 거로구나. 10년 넘게 나와 함께하던 갑상샘 항진증은 끝이 났지만, 새롭게 함께 하게 될 나의 고질병이다. p.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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