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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호성
구소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8월
평점 :
<환호성>은 제20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구소현 작가의 첫 소설집이다.
여덟 개의 작품은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작년에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가 있었다면 올해는 구소현 작가의
<환호성> 이 아닐까 싶다.
진짜와 가짜, 선과 악의 미묘한 경계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좋은 질문이 담긴 소설을 보면 바로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 지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사이비종교나 사기에 당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정말 바보가 아니고서야 그걸 믿는다고? 그런데 이제는 그런 말을 못 할 것 같다.
대부분의 소설들엔 소외당하거나 폭력을 당한 약자들이 나오고 그들을 도와주는
또 다른 약자들이 등장한다.
절박한 심정을 누구보다 아는 이들이기에 그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기도원에서 함께 자란 승현과 재원은 사이비종교의 교주가 따라 부모가 죽자 고아가 된다.
시간이 흘러 둘 다 성인이 되었으나 승현도 재원도 둘 다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의심이 들 때마다 말이야. 속고 있다는 기분을...... 믿고 있다는 기분으로
바꿔서 생각하면 가능해. 나는 지금 속고 있는 게 아니야. 믿고 있는 거야. 이렇게. 지금 이 순간을 믿을 건지
속았다고 생각할 건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으니까. 끝까지, 정말 끝까지 가보면 돼." p.51
회사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던 승현은 누군가 자신을 망쳐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재원을 만나는데 재원은 그동안 자신들이 몸담았던 사이비종교를 다시 부활시켜 놓았던 것. 사람들이 재원을 아무런 의심 없이
믿을수록 재원은 마음이 무거워지고 끝내 자살을 선택한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조와 도르마무의 이야기인 <완치>를 보면 승현과 재원의 또 다른 버전을 보는 듯하다. 암에 걸린 도르마무를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던 조는 신약 사기에 걸리고 그 마음을 이용해 다시 사기를 친다. 암환자가족을 상대로 가짜 약을 판매하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바로 자신이 그 심정이었기 때문에.
<화이트데이>의 재원과 <완치>의 조는 믿을 수 있는 것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동시에 그들을 속인 자들이다. 그리고 그 벌을 도르마무가 받는다.
<환호성>의 세경은 회사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승현과 꼭 닮아 있다. 생일자 명단에서도 문서에서도
사람들은 세경을 상습적으로 누락시킨다. 일곱 개의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왕따를 시키고 누구는 그 사실 때문에 울적하다.
스스로 생일을 자축하던 세경은 기차역에서 우연히 만난 동창 콘을 따라 부산으로 향한다.
6년 전 고졸에 무직자였던 세경은 콘을 못 본 척했는데 오늘 생일이라는 말에 콘은 선물까지 사서 안긴다.
인류 역사의 마지막 챕터일 수도 있는 시기, 테러를 앞둔 콘은 세경에게 파도소리를 녹음해 들려준다.
이 파도는 너를 위해 박수 치고 있는거야. 너에게 보내는 환호성이야. 힘들 때 들으면 힘이 좀 될걸.:) p.151
세경과 콘의 이야기는 아버지의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살인을 저지른 복현과 그녀를 잠시 가르쳤던 입시학원 선생 은호이야기로 연결된다. 복현은 살인을 저지르고 바로 은호를 찾아오는데 은호는 뿌리치지 못하고
숨겨준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관계들은 툭하고 건드리면 바로 끊어지는 관계다. 혈연은 더이상 방패박도
안정망도 아니다.
은호가 자수를 앞둔 복현에게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구해주는 장면에서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순간 바로 헌것이 되어버리는 광고계에서 지한이 선택한 18개월의 최면은
너무 가슴이 아파왔다. 죽은것도 아니고 산것도 아닌 상태로 삶을 견디는 지한은
존재하고 있지만 살아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매번 실감하는 유령 공선을 보는 듯 했다.
10년차 유령인 공선의 가장 큰 일과는 독서메이트를 찾는 것이다. 마침내 공선이 찾아낸 주인공은
학교 도서관에서 찾은 효주. 효주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도 틈틈이 끝까지 다 읽는
모범생과다.
공선을 생각하면 꾸준히 오래오래 읽어야 할 것 같다.
그 짧은 찰나의 선행이 마음속에 콕콕 박혀 폭죽을 터트리고 싶은 소설,
<환호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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