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문명 - 숲이 물러난 자리에 새겨진 5,000년의 기록
존 펄린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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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나무 같은 책이 도착했다. 당연하다. 책은 나무로 만들어지니까.

책을 드는 순간 일단 손목이 시큰하니 아파온다.

페이지를 확인하니 640여 쪽, 벽돌책의 범주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는데

나의 기준으로 보자면 벽돌책이다.

올해 <총, 균, 쇠>로 독서모임을 해서인지 생태학계의  <총, 균, 쇠>라는 말에 호기심이 일었다.

과연 숲과 문명의 상관관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사담이지만 벽돌책을 읽기 전 일단 뇌를 속이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

이 책은 얇은 책이라고.^^

집에 있는 더 두꺼운 책들을 찾아 그 사이에 쏙~ 끼워 넣으면 그나마 귀엽고 앙증맞은

사이즈로 변한다.

받자마자 바로 200페이지를 읽었으니 사실 위에 적은 나의 루틴은 불필요한 의례였다.

숲과 나무가 들어간 세상의 모든 자료가 담겨 있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역사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 연표는 기본이고 전 세계 숲 사진 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충분하다.

주석이나 부록으로 몇 십 페이지를 차지하는 책들이 많은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숲과 나무의 비극을 나무에 새긴 종이책을 읽고 있자니

뭔가 죄를 짓는듯한 복잡한 심경이 들기도 했다.


<숲과 문명>은 파타고니아 설립자인 이본 쉬나드가 30년 넘게 대중에게 추천한

유일한 역사책이라고 한다.

서치를 해보니 주한미군으로 한국에 살았었고 북한산 인수봉에는 쉬나드의 이름이 들어간 코스가 있다고 한다.

암벽등반 덕후였던 그가 직접 만든 브랜드가 바로 파타고니아.

등산하고는 담을 쌓고 있어서 나에게는 생소한 브랜드였는데 미국의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이라고 한다.


숲이 없었다면 문명도 없었을 거라는 말이 이 책에서 말하는 주제이자 경고이다.

숲이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어떤 사회의 쇠퇴뿐이다.

숲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인간은 그들의 최대 적이다.


인류와 숲의 거듭된 전쟁이 21세기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경고!!


목차는 크게 구세계와 신세계로 나누어 각각의 문명이 어떻게 숲으로 흥하고 망했는지를 보여준다.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 온도 상승의 원인을 그동안 산업혁명 이후로 생각했던 나에게

문명초기부터 이어져 왔다는 이야기는 사실 충격이었다.

인류의 시작이 곧 숲의 파괴라는 공식이 성립한다면 인간이 저지른 죄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많이 축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왜냐면 앞으로도 숲의 파괴는 멈추지 않을 것이기에.


길가메시의 전쟁 구호인 "나는 저 거대한 숲을 베어버릴 것이다"는 온 사회의 주문이 되었으며,

숲은 그 구호 아래 하나씩 하나씩 무자비하게 벌목당했다. p.62


금성은 지구의 쌍둥이로 불릴 만큼 크기도 거의 같고 태양과의 거리도 비슷하다.

우주탐사선이 금성의 대기를 통과하기 전까지 저명한 천문학자들은 금성도 지구처럼

구름에서 비가 내려 식물들에게 영양을 공급할 것이라고 보았다.

나무가 없는 금성은 열대의 낙원이 아닌 온실효과의 끝판왕인 거대한 지옥임이 밝혀졌다.

표면 온도 섭씨 480도.

놀라운 것은 지구도 금성만큼 이산화탄소가 많다는 사실이다.

아르케옵테리스가 출현하지 않았다면 지구도 금성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세계 최초의 나무로 알려진 아르케옵테리스 덕에 식물과 무척추동물, 척추동물까지 있는 살기 좋은 기후가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단 두 가지의 선택지만 남겨져 있는 셈이다.

숲이 우거진 지구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숲이 황폐해진 금성을 만들 것인지.

이대로 숲을 망가뜨린다면 우리는 2억 5000만 년 전과 동일한 세계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


문명의 진보는 오로지 나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분별한 벌목으로 목재가 고갈되면 문명의 선택지는 세 가지였다.

다른 곳으로 떠나거나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거나 빼앗거나.

나무를 귀하게 여기지 않은 모든 문명은 이러한 전철을 밟아 사라졌다.

기원전 600년 전에 나온 우화에 따르면 제우스가 전쟁을 일으켜 인간을 수많은 죽음으로

비우는 이유가 지구를 치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인간은 이미 이때부터 알고 있었다.

공화정 시대에 숲이 사라졌다는 로마는 북아프리카로 눈을 돌리고 나무가 부족한 영국은

북미로 눈을 돌린다.

어떤 나무는 한 그루의 품종도 남지 않은 채 모두 잔인하게 베어졌다.

역사학자인 윌리엄 리틀은 '보스턴 피타피'가 '소나무 폭동'보다 유명한 이유는

기록의 유무일 뿐이라고 말한다.


아프리카도 숲이 풍성했을 때는 철강업이 발달했다.

14세기부터 19세기까지 토고의 바사르 지역에서 흥했던

제철산업은 나무가 소실되면서 막을 내렸는데 이런 루틴은 모든 나라에서 동일하게 반복된다.

나무가 부족할 때마다 기술혁신이 이루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나무의존도가 얼마나

높은지 말해주는 반증이다.  


이산화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려면 최소 50년에서 100년 정도의  오래 자란 나무들이어야

하는데 이런 나무들이 가장 먼저 베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이제 지구는 더 이상 4억 년 동안 온화한 기후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40도만 돼도 뇌가 익을 같은 날씨를 만든 결국 인간이었다.

나는 금성에서 살고 싶지 않다.


"우리가 숲을 불모지로 만들어버렸네. 우리의 신에게 뭐라고 대답하지?"p.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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