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바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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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작가의 작품이 맘에 들면 모든 책을 읽는 편이다. 그래서 첫 책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작가들마다 기복이 있다는 것을 너그러이 이해하게 되었지만

한 작품으로 작가를 평가했던 때도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책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당연히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이어졌고 알음알음 읽은 책이 제법 된다.


모두를 읽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느낀 이 작가의 한줄평은 참 평이하다는 것이다.

이 평이하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면 실망하거나 별로였던 책이 없다는 걸 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품수가 말해주는 성실성에 매번 감탄을 했던 것 같다.

지난달에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작가의 나이를 알게 되었는데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것 같아 마음이 조금 그랬다.


이번에 읽은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 또한 감탄이 나온 책이었다.

정통 추리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 기본이고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선물이 무엇일지 기대하면서 읽었다.

이번 책에서는 범인이 누구인가 보다 사건을 얽어놓은 방식에

무릎을 치게 만든다.


1년 전 겨울 나오코의 오빠 고이치가 하쿠바에 있는 펜션에서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다.

오빠의 죽음에 의문을 가진 나오코는 친구 마코토와 함께 펜션으로 향한다.

나오코는 오빠가 죽기 직전 보낸 엽서의 내용을 봐서라도 절대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오코와 마코토는 오빠가 죽은 방을 빌리고 펜션에 오는 투숙객들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오빠가 죽은 펜션은 여덟 개의 방마다 영국 동요 <마더구스>의 노랫말이 적혀

있는 곳으로 해마다 같은 시기에 같은 투숙객들이 머무는 조금은 특이한 곳이다.

작년에 오빠와 함께 지냈던 사람들이 모이는 이 시기를 나오코는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나오코가 펜션에 와서 알게 된 사실은 오빠가 죽기 1년 전에도 사망사건이 있었다는 점.

숙소 뒤쪽 계곡에 낡은 돌다리가 있는데 거기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이었다. 추락사다 보니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었다는 점.

그리고 올해도 추락사한 사망사건이 일어나면서 나오코는 오빠의 사망 사건이 이 두 사건과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여기에 모두 모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 아니라,

뭔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왠지 그런 느낌이 들어." p.62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의 가장 큰 키는 바로 <마더구스> 노랫말이다.

런던 브리지와 올드 머더구스, 잭 앤 질, 험프티 덤프티, 거위와 키다리 아저씨 등

특별한 뜻도 없는 노랫말을 가지고 스토리를 짜낸 작가가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런 아이디어가 떠오른 자신에게 얼마나 신이 났을까?


나오코의 오빠 고이치는 여덟 개의 방에 적혀있는

 <머더구스> 노랫말을 파헤치다 죽음을 당했던 것.

펜션 주인과 요리사, 펜션의 두 종업원, 여덟 개 방의 투숙객, 거기에 경찰까지.


애초에 이 펜션자체가 커다라 비밀을 숨겨놓은 사건 현장이었던 것!


"아시겠습니까? 당신이나 에마미 씨는 한 푼도 얻지 못할 범죄를 되풀이한 겁니다.

목숨을 걸고 실행에 옮겼겠지만 그 대가는 그저 색깔을 입힌 유리알일 뿐입니다.

이 모든 것은 역시 당신이 가와사키 씨를 죽이면서 일어난 비극이죠." p.340


사랑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이의 가장 소중한 것을 파멸시키는 것과

그것을 알아차린 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 중 누가 더 잔인한 것일까?

누구나 한번쯤은 아무 의심 없이 내가 파는 곳에 보물이 있다고 느끼며

나아갈 때가 있다.

어쩌면 이 엉뚱한 삽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을지...


백골이 된 어린이 사체가 드러나며 하쿠바 펜션은 문을 닫게 된다.

마지막 무더위를 날려줄 소설, <하쿠바 산장 살인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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