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인문학 - 비늘과 딱지, 날개맥이 누설하는 지식 벽돌
이상헌 지음 / 초봄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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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분명 <곤충 인문학> 임에도 불구하고  '곤충도감책'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동안 읽은 곤충에 관한 책은 거의 다 도감류였기 때문에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꾼의 글, 예술가의 눈썰미로 고른 사진, 인문사회과학자의 잣대로 모은 정보를 기반으로

쓰여졌다는 이책, 잘 짜여진 그물같다. 


이 책에 실린곤충사진만 봐도 곤충전문가임을 알겠다. 

그런데 저자 소개를 보니 투자가로 나온다.

'풀벌레 벽치'가 쓱쓱 버무린 한 상을 펼칠 테니 받으라고 한다.

나는 겸손한 사람도 좋아하지만 자신감이 뿜뿜한 사람도 좋아한다.

그 대신 후자에겐 기대치가 더 높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벽치는 '한 가지에 편협하게 빠진 바보들’을 비꼴 때 쓰는 단어지만 정작 이 소리를 듣는

벽치들은 오히려 이런 표현을 영예로 삼는다.

스스로를 ‘책만 읽는 바보’인  ‘간서치(看書癡)’라고 여기는 분들에게  비밀리에 소개해 주고 싶은 책이다.

왜냐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방식이 약간 독특하다.

저자가 알고 있는 정보를  100프로 풀어놓지 않는다.

약을 살살 올린다고 해야 하나.

더 정확히는 각 챕터마다 3~4회 정도가 더 남은 연속극을 보는 느낌이 들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자로만 자세히 풀어놓았다는 정약전의 <자산어보>.  

원래는 그림을 넣어 '해족도설'이라는 도감형식으로 만들려고 했었단다. 

그러나 동생 정약용이 그림의 왜곡을 언급하며 글자로만 기술하기를 권하였다고.

어부의 집에 벽지로 붙어 있던 원고를 모아 책으로 낸 것이 지금의 <자산어보>이다.

일본 최초의 곤충도감인 <천충보>를 펴낸이는 쿠리모토 탄슈인데 막무시대 사무라이이다.

당시 네덜라드 현미경을 통해 본 벼룩과 이 같은 기생충이 그려져 있는데

색까지 입히고 크기도 엄청 크게 그렸다.

각자의 환경에서 생물 연구에 매진했던 문인과 무인의 두 책, 함께 읽고 싶어졌다.


<롤리타>로 부와 명성을 얻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박물관의 곤충 표본을 정리할 정도로 곤충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다고 한다. 그가 세운 부전나비 가설이 학계에 인정을 받으면서 생물학에 업적을

남긴 인물이기도 하다. 76세에 나비를 채집하다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나비 사랑이 어느정도인지 알겠다.

러시아 혁명이 없었다면 결코 소설을 쓰지 않았을 거라는 나보코프.

 <롤리타> 초판본에 나비 그림이 그려져 있다고 하니 검색을 안 할 수가 있나!


세계 유명 인사의 이름을 딴 곤충이 있다는 사실?

2005년 상주 해수욕장에서 발견한 갑각류의 이름은 세종대왕.

2017년 발견한 신종 응애 이름은 000 대통령.  

1937년 슬로베니아에서 채집한 딱정벌레 이름은 히틀러.

바다 달팽이와 해파리 이름 'hirohitoi'는 2차 세계대전 전범인 히로히토.

무엇이 되었든 곤충에 사람이름이 들어간 건 별루인 것 같다는 생각이.


풀벌레 세상에는 힘센 포식자를 흉내 내는 수많은 닮은 꼴이 있다.

그들 나름 생존방식일 텐데 일종의 사기극을 벌이는 곤충들을 보고 있자니 인간사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들을 의태종이라고 부르는데 개미를 카피한 불개미거미와 벌을 카피한 호리꽃등에는 몇 번을 봐도 신기하다.


1306개의 다리를 가졌다는 노래기. 똥 구슬을 만드는 쇠똥구리 삼총사, 주검을 분해하는 송장벌레,

CO2를 좋아하는 모기, 4~8억 톤의 곤충을 먹어치우는 거미의 먹성, 배 끝으로 난타를 하는 큰 그물강도래까지.

전혀 다르게 다가올 곤충의 세계로 빠져보시길...


마지막으로 모기에 절대 물리지 않는 방법이 173페이지에 나와있다. 오호~


모기가 매개하는 질병(말라리아, 일본뇌염, 황열병, 뎅기열 등)을 차단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다.

오컴의 면도날occan's razor이요, 키스kiss, keep it simple &stupid다. 제일 단순한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다는 의미다.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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