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빛이 내리는 시간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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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이야기는 왜 항상 이렇게 슬픈 걸까?

이 서사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참 막막하다.

국내에 이번에 소개된 브루나 단타스 로바토는 브라질 나타우출신이다.

브라질 북동쪽에 위치한 나타우는 포르투갈어로 '성탄절'이라는 뜻인데

설립일자가 성탄절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으로 영어를 독파했다는 걸 보면 노력도 노력이지만 언어감각이

뛰어났던 것 같다. 미국으로 건너가 소설창작과 문학 번역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작가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푸른빛이 내리는 시간>은 브라질을 떠나 미국대학에 진학한 딸과

고향에 홀로 남은 어머니의 이야기로 작가의 경험과 맞닿아 있다. 

흔히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이들 모녀에겐

수천 킬로미터의 물리적인 거리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다.


책은  '화면이 내뿜는 기묘하고 푸른빛이 이들을 흠뻑 적셨다.'로 끝이 나지만

이 책을 읽는 딸과 어머니가 있는 한 영원히 끝나지 않는

불멸의 이야기가 되었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 낯선 이들 사이에서 시작된 캠퍼스 생활, '우유갑'으로 통하는

건물 기숙사가 이제부터 주인공의 집이다. 나는 그대로인데 대학생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했던 스무 살의 내가 떠오른다.

브라질 나타우와 미국 버몬트를 지도를 통해 눈으로 확인하니 멀긴 멀다.

6500킬로미터, 비행기로 27시간.

방학이면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주인공에게는 당연한 일이 아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한 경험이 있다면 비행기값을 모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무료 나눔' 상자에 담긴 물건과 텅 빈 방들을 돌아다니며

학생들이 버리고 간 물건들을 챙기는 주인공.

방학이 돌아올 때마다 느낀 상실과 가난은 그녀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노트북으로 대화하는 딸과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나 엄마에게 없는 모습들이

자꾸 크게 보인다. 후회와 부러움, 질투의 감정이 불쑥불쑥 솟아오른다

엄마를 사랑하지만 매일 똑같은 질문에 답을 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일을 하고 있을 때

전화가 오면 목소리도 예쁘게 나가질 않는다.

서로를 자매, 쌍둥이, 소울메이트라고 여기면 대화의 결이 나아지려나.

솔직함, 유머, 위로, 소소한 일상들이 서로의 빈자리를 채운다.


엄마가 말했다. "가끔 꿈을 꿔. 네가 뭔가를 두려워한다는 걸 엄마가 알게 되는 그런 꿈 말이야.

그러고 나면 네가 무사하길. 네가 행복해하는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길 간절히

바라면서 잠에서 깨. 우리 딸, 그렇게 살고 있니?" p.41


꿈을 위해 자신의 울타리를 떠나왔지만

홀로 남은 엄마가 사고를 당하거나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결정이 이기적인 것은 아닌지 죄책감이 올라온다.

오히려 엄마는 묻는다. 평생, 영원히 죽는 날까지 자신이 딸을 돌봐주기를

바란 적이 없었느냐고. 이 사랑 어쩔 거냐고.


"하." 내가 대꾸했다. "하." p.72


엄마의 이야기가 담긴 두 번째 파트도 좋았다.

딸의 유학은 엄마에게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선물이 되어 준다.

마음껏 집안을 꾸밀 수도, 버릴 수도 있으며 강아지도 키울 수 있으니 말이다.

씩씩하게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드라마를 보면서 하루를 살아내는 엄마.

그러다 시들어 버린 화분을 보며 끝내 무너지는 모습엔 코가 시큰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어느 순간 집 안의 공허함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으로 주어진 자유에 무엇을 배울지 고민하는 모습엔

미소가 나오기도 했다.


어쩌면 너무 잔잔해서 더 슬펐던 이야기, 특히 나처럼 무뚝뚝한 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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