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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여인의 선물
데니스 존슨 지음, 김승욱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6월
평점 :
데니스 존슨은 <기차의 꿈>을 읽고 알게 된 작가이다.
아내와 딸을 화마로 잃은 벌목꾼 로버트 그레이이어의 일생을 다룬 작품인데 책을 덮고나면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밀려온다.
건조하고 메마른 문체 뒤에 인물이 감당했을 감정들이 오롯이 독자의 몫으로 남겨지기 때문이다.
삶이 이렇게 허무한가 싶다가도 이 정도면 된건가 싶은게 말이다.
이번에 읽은 <바다 여인의 선물>은 작가가 병상에서 쓴 소설로 유고작이다.
다섯 편의 소설이 담겼는데 <기차의 꿈>에서 볼 수 없었던 희극적인 요소가 담겨있다.
'죽음'은 비극적인 상황보다 희극적인 상황에서 더 뚜렷해지고 선명해진다.
교훈이나 주제를 담지 않는 작가의 의도는 분명하다.
삶에 정답은 없다는 것! 중요한 건 삶의 태도다.
삶이 고통스럽고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웃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당신을 안아줄 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스치듯 박혀 있는 문장들이 때때로 발길을 멈추게 하고 내가 경험할 수 없는
인생들을 보면서 다시 나를 반추하게 만든다.
작가들은 장난꾸러기같은 면모가 있어서 보물찾기 게임처럼 꽁꽁 숨겨 놓기도,
이건 굳이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알잖아?라며
퉁치며 넘어가기도 한다.
나는 이런 사악한 작가들이 너무 좋다.
거미줄보다는 개미지옥에 더 가까운 소설, 매력에 풍덩 빠져 보시길...
"생의 마지막에 남길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잘린 손가락 위에 앉아 있는 흰 새의 눈동자가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는 듯하다.
뭘 봐?
표지의 작품명은 배준현 작가의 <지시하는 손>이다. 책에서는 새 한마리만 보이지만
원작에서는 세마리의 새가 나온다. 세마리 누구도 손가락 방향을
보지 않는다. 사실 새들에게 손가락은 그저 잠시 앉아 쉬어가는 쉼터일 뿐 아무 의미가 없다.
손가락의 방향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내 멋대로 산다고 그른 것도 아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삶도 모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흐를 때가 더 많으며,
신념과 광기의 경계를 모호하게 그러내기도 한다.
만약 이 책으로 독서모임을 한다면 열이면 열 기억에 남는 문장들이 모두 다르게 나오지 않을까.
빌 휘트먼은 일적으로 성공 한 인물로 돌돌싱이다. 부엌에 전화기를 설치한 날 처음으로 울린 벨소리의 주인공은 죽음을 앞둔 전부인이었다. 그녀는 죽기전 앙금을 모두 털어놓고 싶다고 말했고 빌도 동조하는 마음으로 과거 잘못한 일을 주저리주저리 털어놓는다. 그러다 문득 이 여인이 첫번째 부인인지, 두번째 부인인지 헷갈린다.
<바다 여인의 선물>에는 이런 웃픈 상황들의 연속을 보여준다. 잘 모른다고 생각했던 친구에게 '넌 나의 절친'이라는 말을 전해듣기도 하고, 한껏 차려입고 광고대상시상식에 참여한 빌의 배탈씬은 쿤데라의 '농담'이 떠오른다. 길거리 음식으로 장에 탈이 나 화장실에 달려갔는데 옆 칸에서 이상한 제안의 휴지가 들어온다. 냄새는 어쩔거냐고? 응가하고 나와서 나누는 대화는 또 어찌나 멀끔한지! 은밀한 제안을 한 주인공은 바로 알고지내던 옛 동료의 아들이다. 이 짧은 글의 제목은 <카사노바>다. 이런 유머 나만 유쾌한가!
죽음의 순간, 슬픔을 뚫고 웃긴 이야기들이 비죽비죽 떠올랐으면 좋겠다.
<아이다호의 별빛>의 캐스가 자신의 지난 4년을 설명하는 문장과 <기차의 꿈>에서 그레이니어의 삶을 풀어놓은 문장들은 전혀 다른데 또 닮아 있다. 캐스는 직업을 잘못 골랐다. 작가가 되었으면 대성했을 것이다.
무일푼, 방황, 디톡스, 텍사스에서 노숙, 38구경에 갈비뼈 맞음, 유카이아에서 아빠에게 자비를 조름...같은 사람에게 총을 두 번 맞았는데, p.108
그가 사랑한 사람은 한 명이었으며, 재산은 1 에이커, 말 두마리, 수레 한 대였다. 그는 술에 취한 적이 없고, 총기를 구매한 적도 없고, 전화기로 대화를 나눈 적도 없었다. p.119
<무덤위의 승리>편은 작가의 경험담 같다. 동료 작가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은 제리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 누가 있나 물색한다. 제리는 만난적도 없고 편지를 주고 받은 사이도 아니지만 자신의 책에 서문을 써준 작가에게 바로 메시지를 남긴다. 제리도, 1시간 거리지만 꾸역꾸역 가주는 주인공도 모두 리스펙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새의 생사를 위해 비행기를 타는 <작별하지 않는다> 경하가 떠올랐는데 이런 우정 귀하고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작품은 엘비스 프레슬리가 쌍둥이었다는 걸 알게 된 작품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사산된 프레슬리의 형의 비밀을 캐는 남자, 마크의 이야기다. 물론 허구겠지만 어쩐지 진짜인듯도 해서 자꾸 엘비스프레슬리를 검색하게 된다.
내세, 유령, 낙원, 영원의 이야기를 왜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지 그 명쾌한 해답이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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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다 서평단으로 책과 제작비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