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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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이라는 소재여서 그런지 읽는 내내 헤르만 헤세의 <크눌프>가 떠올랐다.

<크눌프>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아마 이 책도 인생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루 종일 황색 물결치는 보리밭을 거닐고,  저녁이 되면 아이들에게 그림자 장난을 보여주고, 농부들에게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동네 아가씨들에게는 노래를 들려주는 이 방랑자가 어찌나 부러웠던지! 

약동하는 청춘 시절, 배낭하나 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것이 꿈이었건만.

4년 내내 학교 도서관에서 책만 팠었더랬다.

나는 크눌프의 생기 넘치는 발걸음을 그저 부러워한 채 젊음을 흘려보냈던 것 같다.


삶은 어디로 간 걸까? p.15


낡은 워드프로세서에 손을 올리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름 향기를 맡으며 시상을 떠올리는

작가, 로버트 애플야드.

이 책은 로버트가 자신의 삶에 커다란 변곡점이 되었던 열여섯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전쟁으로 세상이 엉망진창이 되었던 1940년대, 영국 북부의 탄광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로버트는 광부라는

운명을 거부하고  남쪽으로 탐험을 떠난다.

악기하나만 능숙하게 다룰 줄 안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할아버지의 조언과 어머니가 싸준 도시락에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허드렛일을 하며 음식과 잠자리를 해결하며 남쪽으로 내려오던 로버트는 어느 날 고향의 물빛과 다른 찬란하게 반짝거리는 바다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덜시라는 부인을 만난다.


덜시라는 여인이 로버트에게 하는 행동, 말, 아낌없이 주는 관대함을 보면서 마음 한편이 계속 콕콕 찌르르했다. 음식솜씨까지 완벽하면 어쩌라는 것인가?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맨 나의 이상형을 만난 느낌이랄까.

전 세계에 있는 친구들 덕에 가득 차 있는 식품저장실은 그녀의 인성을 보여주는 산실 같았다.

덜시가 지식을 풀어내는 방식도 너무 멋졌다. 시와 문학, 예술, 수학, 양봉기술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었던 배움의 기쁨을 알게 해 주었고 로버트는 대학에 가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된다.

특히 모든 문제를 부풀려 심각하게 만드는 성격인 분들 이 책 꼭 읽어보시길.

덜시의 한마디면 그 어떤 일도 사소해지는 마력이 있다.


"삶은 에두르기엔 너무 짧아. 솔직하게 말하고 직접 행동하기. 그게 내가 선호하는

소통 방식이야. 쉽게 상처받는 이들은 오래 알고 지낼 가치가 없지. 그렇지 않니?" p.152

"운전을 못 한다니? 딱히 할 것도 없는데." p.239

"기억해. 어떤 벌도 네가 해치려는 것만큼 너를 해치지 않아." 덜시가 말했다. p.277

"드디어 네가 말대꾸를 하기 시작했다니 참 좋다. 아주 잘하고 있어."p.278


덜시 또한 로버트가 없었다면 죽는 날까지 로미 란다우의 진심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로미 란다우는 덜시의 친구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천재 시인이다.

로버트가 로미의 시와 편지를 읽어주자 6년 동안 봉인돼 있던 슬픔의 둑이 무너지는 장면은

시와 문학이 인간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로미 란다우의 시는 로버트와 덜시의 삶에 새로운 장을 여는 선물이 된다.

 

우리의 삶이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 알 수 없음을,

시와 문학의 존재 이유를,

타인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함을,

좋은 어른이란 어떤 것임을,

혼자가 아닌 함께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 <수평선 너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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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anbooks

@ekida_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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