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
스즈키 도시타카 지음, 김소연 옮김 / 오팬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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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을 읽으면서 도파민이 터지는 부분은 과학자들의 소소한 부분까지 알게 될 때인 것 같다.

예를 들면 다윈이 따개비에 8년이란 세월을 투자했다는 것, 말년에는 지렁이 똥에 꽂혔다는 것.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최재천 교수님이 까치의 소리를 30년 가까이 연구했다는 것!

오호~


"언어를 사용한 것은 인간뿐"이라는 사고에 갇힌 언어학의 대가 노엄 촘스키.

언어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서 인간만의 전유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그 편협한 사고가 오히려

독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이 책에서 '우물 안 개구리'라고 아예 박제를 해 버렸으니 말이다.

<코스모스>, <총, 균, 쇠>를 쓴 칼 세이건과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자신의 전공에만 몰두했다면 과연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어쩌면 한 끗 차이는 더 단순할지도 모르겠다.

호. 기. 심.


생물학자인 스즈키 도시타카는 박새실험을 통해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오래된 상식을 통쾌하게 깨부순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믿어온 '동물에게는 언어가 없다'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은 관찰과 아이디어에서 생겨났다.


때는 대학교 3학년 겨울, 일본에서 탐조지로 유명한 가루이자와.

새 관찰자가 뿌려놓은 해바라기 씨를 발견한 북방쇠박새가 '지-지-지' 소리를 낸다. 그러자 놀랍게도

북방쇠박새, 박새, 곤줄박이, 동고비들이 와서 같이 쪼아 먹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있다 맹금류인 새매가 다가오자 박새가  '삐삐삐' 울고 모두 수풀로  도망친다.


'새들은 먹이의 위치도, 천적의 습격도 울음소리로 서로에게 알리는지도 몰라!' p.36


여기서 드는 의문점, 겨울철이라 먹이가 귀한 계절에 왜 혼자 먹지 않고 동료새들을 부른 것일까?

같이 먹으면 맛있으니까? 이타적이어서?

그 이유는 맹금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혼자 먹으면 수시로 하늘을 쳐다봐야 하지만

함께 있으면 경계시간이 줄어들어 그만큼 먹이를 먹을 시간이 확보된다. 언뜻 생각하면 이타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에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과 이렇게 일치하다니!



새들의 '모여라' 소리는 다음과 같다.

북방쇠박새 '지-지'

박새 '치지지지'

곤줄박이 '니-니'

박새의 울음소리가 특별부록(QR코드)에 실려있는데 그중에서도 뱀을 나타내는

'츠르르르'가 제일 소름이 돋는다.


박새는 주로 수동이라 불리는, 나무에 생긴 동굴에 둥지를 짓고 번식한다. 그런데 적당한 크기의 수동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 쟁탈전이 일어난다.

박새에게 새집을 지어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메뚜기 잡기 아르바이트라니!

3개월간 메뚜기 채집으로 돈을 모아 마흔 개의 인공새집을 설치한다.

알을 낳고 부화하기까지 포란을 하고 부화한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먹이는 일. 부모 박새도,

이들을 관찰하는 관찰자의 삶도 참 고되다. 20년째 이일을 하고 있다니 존경하지 않을 수가. 

데이터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3개월간 수집한 데이터를 폐기한 일화가 실려 있는데

역시 과학자의 제일의 덕목은 끈기인 것 같다.


박새가 말을 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천적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는 것이다.

'위험해! 도망쳐'가 상대에 따라 다르다니!

큰 부리 까마귀가 오면 '삐-쯔삐'라는 경계음을 낸다. 그러면 새끼들은 일제히 몸을 웅크려

까마귀의 공격을 피한다.

그런데 뱀이 나타나자 '츠르르르'하고 우는 것이다. 새가 뱀의 소리를 내다니!

더욱 놀라운 것은 아직 둥지를 떠날 때가 아니어도 이 소리가 나면 새끼새들이 둥지밖으로 날아오른다는 점이다. '츠르르르'가 뱀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4년간 여든네 마리의 박새를 가지고 한 데이터 실험은

<PNAS> 학술지에 당당히 실린다.


여기서 또다시 의문점! 단어를 구분한다고 말을 한다고 할 수 있을까?

200개 이상의 음성 패턴을 가지고 있고 문장까지 만든다면 이제는 박새가 말을 한다고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인간처럼 큰 동물이 나타날 때 박새는 '삐-츠삐 치지지지'라는 경계음을 낸다.

즉 '경계해! 모여라'라는 뜻이다.

스즈키 박사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반대의 조합을 만들어 새들에게 들려주었다.

'치지지지 삐-츠삐'

이 소리를 들은 박새는 그 어떤 리액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론은 박새는 어순을 인식한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더 재미있는 실험 한 가지 더!

한글과 영어의 조합인 '오늘 좀 러블리하다'란 말처럼 전혀 다른 두 새의 언어를 조합해 본 것이다.


박새의 삐-쯔삐(경계해)와 북방쇠박새의 지-지(모여라)를 합성해서 들려주면 어떤 반응을 할까?

혹시 혼동하는 분들이 있을까 봐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겠다. "박새가 인간과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의미를 포함시키거나 조합해 문장을 만드는 힘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우물 안 개구리'란 말로 인간의 좁은 시야에 대해 일침을 하는데 나는 다윈의 말로 결론을 짓겠다.


"편리하게" 그어놓은 선들 너머를 보려고 노력하는 것, 당신이 응시하는 모든 생물에게는 당신이 결코

이해하지 못할 복잡성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당장 숲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책, <나에게는 새의 말이 들린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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