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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시절 이야기 ㅣ 비룡소 클래식 62
헤르만 헤세 지음, 정여울 옮김 / 비룡소 / 2026년 4월
평점 :
불멸의 고전인 <데미안>을 읽고 문학에 눈을 떴다는 지인들이 많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루팡과 홈즈에 빠져 살던 나에게 'h'가 던진 한마디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 헤르만 헤세 알아?"
당연히 몰랐다. 12살에 만난 헤세의 글은 너무도 아름다웠고 싱클레어의 방황이 내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명료했다. 왜냐면 질풍노도의 시기 사춘기였으니까.
이 작품 속에 담긴 수많은 상징을 몰랐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작가와 책을 소개해준 'h'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헤르만 헤세는 1877년 독일 칼브에서 목사 아버지와 선교사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당시 독일에서 수도원학교에 진학한다는 것은 출세가 보장되는 길이었고, 최고의 목사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1891년 헤세는 마울브론 신학교에 진학해 그리스어, 라틴어, 기하학 등을 배웠다.
시인이 되고 싶었던 헤세는 수도원의 심한 규율과 통제를 이겨내지 못하고 7개월 만에 수도원을 나온다. 14세에 담배를 피우고, 16세에 가출하고, 19세에 자살을 기도했던 헤세는 독서와 니체에 탐독하며 험난한 십 대를 보낸다.
헤세의 어머니는 헤세가 많이 버거웠다고 한다. 존재의 근원에 대한 갈등과 고민, 인간의 이중성과 그것의 합일에 대해 늘 고뇌했던 헤세를 부모는 이해하지 못했다. 1914년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써 국가와 척을 진 헤세는 조국을 떠나야했고 아들, 아버지, 아내가 큰 병에 걸리면서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구스타프 융의 제자인 랑박사를 만나 정신분석 치료를 받기 시작한 때가 바로 1916년이다.
1919년 헤세는 싱클레어란 필명으로 <데미안>을 출간하는데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분석심리학, 민속지학, 진화론 등의 학문적 발전이 있지 않았다면 과연 이 책이 나올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융은 사람, 민족, 집단 간에는 원형무의식이란 게 형성된다고 보았다. 특히 신화나 종교, 민속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카인, 에바, 아프락사스 등을 기존의 종교적 해석에서 벗어나 다른 시각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도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나 식민지를 점령하면서 알게 된 풍부한 인류학적 자료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시 봐도 카인에 대한 해석은 너무 멋지다.
섬세한 심리의 소유자로서 일찍이 젊은 시절부터 정신병적 고통을 경험한 그는 그런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시, 음악, 그림 등을 통해 자연과 사회에 화합하는 삶의 길을 모색해 왔다. 작품 전면에 흐르는 자신에게 이르는 길, 구도의 길이 주제인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기인한다. <데미안>, <싯다르타>가 여전히 사랑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인간의 내부에 공존하고 있는 양면성을 발견하고, 그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통일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야 말로 헤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다. 낮과 밤, 남자와 여자, 선과 악, 이성과 감성, 신성과 마성 등 자연과 인간내면세계의 양면성을 관찰하고 이들의 조화를 꿈꾸었다.
무의식의 세계에 있는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작품에서 '데미안'은 안내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두운 세계를 보여준 프란츠 크로머, 술에 절어 사는 알폰스 베크, 꿈과 현실에서 방황하는 피스토리우스, 자살을 시도한 크나우어는 어찌 보면 헤세의 자전적 모습이기도 하다.
데미안을 읽을 때마다 그때그때 들어오는 인물이 매번 달랐는데 이번에는 크로머였다.
소설의 맨 마지막에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프란츠 크로머'를 기억하냐고 묻는다.
싱클레어에게 크로머는 평생 꺼내기 싫은 자신의 치부이자 부끄러움 그 자체다. 자신을 도와준
데미안을 1년간 모른척 할 정도였으니까.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기 위한 첫 단계는 결국 '프란츠 크로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소설을 관통하는 '온전한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길'은 여정이지 완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하기 싫은 일이 바로 자신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데 이제는 공감한다.
그 모습은 이제 그와 완전히 닮았다. 마침내 나의 친구이자 안내자인 그와 완전히
똑같은 내 모습이 보인다.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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