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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평점 :
이 책에서는 죽을 운명에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사가 담겨있다.
중세 유렵에 대한 이미지가 기사와 화려한 귀족들의 무도회라면
철저히 필터링된 한쪽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실상은 단 하루도 버틸 수 없었던 흑역사의 범벅임을 이 책은 보여준다.
그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진짜 문명의 민낯이라고 말이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깨끗한 물, 안전한 집, 마취가 있는 수술대가 있기까지
인류는 비상식과 고통을 견뎌내야 했다.
하수도 시설이 없던 빅토리아 시대에는 깨끗한 물이 워낙 귀해 한 대야에 목욕물을 받으면 온 가족이
돌아가며 사용했다.
집안에 화장실이 없어 요강에 담긴 대소변을 가까운 강이나 하수구에 쏟아버렸다.
그마저도 귀찮으면 창 밖으로 던져버리면 그만이었다.
우물이나 하천에서 퍼 온 물의 위생상태가 좋을 리 없다.
콜레라, 장티수스, 이질은 필연적이었다.
향수, 우산, 하이힐은 이런 웃픈 현실의 발명품이다.
낡은 신문, 나뭇잎, 옥수수 속대, 바다의 해면 등이 뒤처리에 사용됐다.
1858년 런던 템즈강이 온갖 오물로 도시 전체에 악취를 풍기자 하수 시스템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중세의 부엌은 그야말로 온갖 세균의 온상이었다. 나무 도마와 칼은 고기나 생선을 뒤섞어 손질한 채 방치되었고 음식 재료의 보관소는 쥐와 곰팡이의 저장소나 다름없었다.
원가 절감을 위해 빵에 분필가루인 명반과 소의 뼈를 넣는 일이 일상이었다.
이 당시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40세인 것엔 다 이유가 있다.
1860년이 되어서야 최초로 식품안전법이 제정되었다.
중세 성에 대해 가지고 있던 낭만도 산산조각 부서졌다. 새벽부터 울리는 교회종소리를 시작으로 인간과 동물이 내는 소리는 하루 종일 쉴 틈이 없었다.
귀족의 방이라 하더라도 사생활이 보장받지 못했다. 문틈과 벽사이로 모든 소리가 스며들었기 때문이다. 층간 소음으로 계속 이사를 다녔던 카프카를 나는 예민한 성격으로 치부했는데 이 부분을 읽으니 이해가 되었다.
<병과 죽음에서 살아남기> 파트는 그야말로 경악의 연속이었다. 염소의 고환을 이식해 막대한 부를 쌓은 존 블링클리 박사, 치통, 감기, 피로, 우울증의 만병 통치약으로 쓰인 코카인과 뱀기름. 방사성 원료인 리듐으로 만든 비누, 초콜릿, 음료.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약처럼 복용한 이집트 미라. 오늘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1906년이 되어서야 약품의 성분을 정확히 표기할 의무가 도입된다.
마취가 없던 시대 수술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특히 절단 수술은 그야말로 시간과의 전쟁이었다.
절단 및 봉합을 2분 내에 끝내는 로버스 리스턴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극단적이지만,
당시로서는 최선의 방법을 구사한 것이다. 그 후 마취약이 개발되고 소독과 위생의 중요성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뒤받침 되었다.
위에서 밀어 떨어뜨리는 방식의 지하 감옥, 우블리에트
런던의 거리 생활자, 크롤러
막대한 특권 뒤에 숨겨진 그늘, 사형 집행인
낭만 대신 시체가 가득했던 서부 개척의 길
록펠러 건설을 홍보하기 위해 철골빔에 앉아 있는 11명의 노동자 사진은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AI가 만들어낸 사진처럼 보인다. 시선을 돌려 그럼 이 사진은 어떻게 찍었을까?
책에서 확인하세요~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열악하고 낙후된 환경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끝에 항상 나오는 ~무슨무슨 법이 만들어지고 시행되었다는 문장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삶의 전반에 대한 안전의식이 자리 잡고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희생이 전제된다는 사실
만큼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틀면 나오는 물, 휴지, 방음시스템, 타이레놀...
어느 것 하나도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과거를 목격할수록 현재의 소중함이
선명해지는 책, <인류 멸종 실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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