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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달릴 수 없게 된다 해도 - 내가 나를 놓지 않는 방식에 대하여
안정은 지음 / 애플북스 / 2026년 4월
평점 :
숨쉬기 운동 외에는 하지 않는 나조차도 요즘 한번 해볼까 싶은 분야가
바로 달리기다.
독서모임에서 몇 년간 발레나 축구를 하고 있는
회원의 이야기를 들었더니 습자지에 물이 스미듯이 어느새 관련 책이나
공연이야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러닝을 하는 회원들도 있어 카톡엔 온통 코스나 기록으로 가득하다.
아마 달리기도 그런 주제가 될 듯하다.
작가에게 달리기는 '유일한 생존 방식'이었다고 한다.
승무원에 합격이 되었지만 사드배치 때문에 비자 발급이 막히고 '대기'는 2년간
이어졌다. 200명 중에 단 한 명이 비자발급이 되지 않았은데 그 주인공이 바로 이 글을
쓴 작가다. 그 날벼락같은 현실에 작가는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알았단다.
달리면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프고 고통이 마음에서 몸으로 내려오는
순간 쉼이 쉬어졌다는 걸.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는 감각을 온몸으로 느껴본 게 언제였나.
제외된 한 명이라는 사실을 잊기에 달리기 만큼 좋은
도망처는 없었다. 도망치기 위해 달리는 것이 부끄럽냐 한들 어떠한가?
"그 한 발자국이, 너를 여기까지 데려왔어."
기록단축이나 잘 뛰는 법은 아직 내게는 너무 먼 이야기.
이제부터는 나처럼 현관까지 가는 게 천리길인 분들에게 재미있는 러닝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세상에는 참 독특한 마라톤 대회가 많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사막을 달리는 마라톤에도 시리즈가 있다고 한다.
사막 마라톤의 특징은 족히 10kg이 넘는 배낭을 메고 달려야 하는데 완주할 때까지
생존에 필요한 모든 물품을 들고뛰어야 한다고 한다.
이거 실화냐?
아니 왜 거기까지 가서 그런 고생을 하며 뛰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고 있는데
마라톤을 직접 뛰는 러너들도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
이건 내가 직접 뛰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영역 같다.
결승선까지 뛸 수 있게 하는 여러 가지 요소 중에 의외로 '피켓'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종이에 문구를 적어서 응원하는 걸 말하는데 뛰는 도중에
이런 게 눈에 들어올지가 의문이었으나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다음은 시드니 마라톤에서 본 피켓들이라고 하는데 이런 피켓문화는
우리나라가 더 잘하지 싶다.
"이게 힘들어? 연애해 봐."
"돈 내고 뛰는 중입니다."
"웃어! 네가 선택한 거잖아."
"발톱? 없어도 돼."
"서둘러! 맥주 미지근해진다!"
기록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는데 결국 제시간에 들어온 모든 사람은 '완주'라는
평등한 대접을 받는다는 사실.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자기 신뢰라는 말.
삶에 대한 태도를 말해준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페이스 메이커이야기도 좋았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길 위에 놓인 마라토너가 아닌가.
때로는 누군가에게 의지하면서 때로는 누군가를 이끌면서 말이다.
혼자 달리는 종목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와 함께 하는 종목이었다.
속도를 맞춘다는 건 결국 상대의 오늘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p.93
슬로우 러닝부터 해볼까 하던 참에 나타난 '트레일 러닝'챕터.
평평한 로드를 달리는 것이 아니라 산을 달리는 것을 말한다.
매번 변하는 길 위에서 감각을 깨울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일반 러닝과 다르다.
서울 둘레길 100마일을 38시간 만에 달렸다는 이야기에 역시나 이곳은
내가 발을 뻗을 곳이 아니구나 싶었다.
서울 둘레길을 다닌 분들은 알 것이다. 이틀 만에 가능한 거리였던가!!!
벚꽃 찬란하던 안양천변을 2시간 걸었던 올봄. 이틀 동안 시체처럼 누워있던
나의 체력이 떠올라 이건 평생의 버킷리스트에도 못 오르지 싶다.
요는 로드에서의 멈춤은 '패배'로 연결되지만 트레일에서의 멈춤은 자연스럽다는 것.
트레일을 사랑하는 이유가 그 멈춤을 허락해 주기 때문이라고 하니 간사하게도
트레일러닝이 멋있어 보인다.
로드는 달리기의 '직진'을 가르치고 트레일은 달리기의 '여백'을 가르친다. p.146
사실 기록이나 메달은 전혀 부럽지가 않았는데 '배번호'를 모아놓은 사진을 보니
진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나처럼 마라톤에 관심은 있지만 신발 신을 결심이 서지 않는 분들에게
딱인 것 같다. 이럴 때 생각은 필요 없다. 그냥 신고 나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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