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
김형규 지음 / 달그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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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세다고 생각했다..

여기에서 <가는 날>은 물류 일용직으로 일하게 된 주인공이

두렵고 착잡한 마음을 안고 일터로 '가는 날'을 의미한다.

직관적으로 나는 <가는 날>을  죽는 날이라고 생각했다.

 한 명의 인간이 아니라 '노동자'로서 물류센터에 가는 

주인공의 출근이 매일매일 죽으러 가는 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로운 작가의 <중년 여성의 품위 있는 알바생활>이라는 책이 있다. 

제목처럼  중년, 여성, 알바를 키워드로 뽑아 쓴 책이다.

중년, 남성, 불안, 노동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가는 날>을 읽고

은퇴 후 경비일을 하셨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 책은 가장의 무게를 견뎌야 했던 아버지를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그 시간을 함께 한 가족들을 위한 책이라는 걸. 

특히 자녀들에게 권하고 싶다. 

아버지도 약한 존재였다는 것, 그럼에도 책임감을 놓지 않았다는 것. 

자식들은 항상 한 발 늦게 부모를 이해한다. 

 


멀리서 보면 인생은 희극이라고 했던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초록바탕에 주황 글씨가 크리스마스를 연상시킨다. 

 줌인을 하듯이 표지를 자세히 바라보니 삶의 현장이다. 

 남자, 여자,  다양한 연령대인 노인, 젊은이, 중년의 사람들이 서있다.

가장 문턱이 낮은 일자리. 

컨베이어 벨트가 지나가고 다양한 물품이 지나가는 대형 물류 센터다.  



성실한 일꾼을 상징하는 개미들과 대비되는 이형적인 동물들, 

전갈과 거미, 돼지와 조류, 문어와 독수리 등의 기형적인 동물들로 인해

회사가 무너져 내리는 장면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법정신에서 나오는 주사위 4(사형선고), 

절단된 발이 연상되는 구두그림 액자(피, 땀, 눈물) 

아들 손으로 가리고 있는 마음(hate),

환각증상처럼 보이는 원의 반복. 

여기저기 숨어 있거나 다양한 모습으로 나오는 악마 (그림자, 법관, 광고, 장식용 인형, 운전기사).

작가가 숨겨놓은 상징들 하나하나가 모두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은 작가의 자서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책이다. 성수동에서 수제화 공장을 운영하다 2023년 문을 닫았다. 

사업을 하다 잘못되면 죄인이 된다. 가족들은 서로 다른 곳을 보고 머릿속은 지옥이다.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여기저기에 이력서를 내보았지만 자신을 받아준 곳은 물류센터나 경비일 

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을 무시하거나 소중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처음 하는 일의 두려움과 낯선 환경에서의

떨림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한다.

쿠팡을 연상시키는 kurpang에서 일하게 된 주인공. 

묘한 긴장과 불안이 가득한 셔틀버스의 바퀴를 수십 개의 다리로 표현한 것이

불안감을 더 증폭시킨다.

사소한 대화나 웃음소리 없이 요란한 기계음마저 적막한 곳. 

아무리 피지컬 AI가 있다고 해도 물건을 분류하고 쌓는 건 여전히 인간들의 몫이다. 

처음 하는 육체노동에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아도 새벽이 되면 출근을 해야 한다. 

시간이 약인 걸까?

적만만이 흘렀던 작업장에 웃음소리 말소리가 들리는 데 그게 더 무섭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일이 끝납니다.

하루치 죗값을 치렀습니다.


아이들이 초등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되면 다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여성들이 많다. 내가 속해 있는 독서모임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결혼 전 직업들도 하나같이 화려하다.

일본어 번역가, 신문사 기자, TF 중간급 관리직, 간호사, 학원 강사 등등

아이들 어느 정도 키워놓고 다시 일을 시작하려니 받아주는 곳이 없다.

'갈 데 없으면 쿠팡이나 갈까?', '내 지인도 여기서 아르바이트하는데' 같은

대화들이 오고 갔다.

새로 자격증에도 도전해 보았지만 역시나 나이가 걸린다.

제과 제빵 기능사, 바리스타 자격증, 공인중개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의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정기간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50 플러스 포털을  통해 직업을 찾은 한 회원은 (실제 나이는 40대였다.) 

 60~70세인 분들이 여전히 직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 기함했다고 한다.

 경력이 없어서 취업을 못하는 젊은이가 있는 반면 

 경력이 오히려 독이 되는 중년도 있다. 

결국 모든 세대가 일자리를 빼앗기는 불안한 시대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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