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blog.aladin.co.kr/765544127/6488643 어젯밤`리뷰등록합니다. 나의 사랑을, 삶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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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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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이라는 제목과 함께 책의 겉표지에 실려 있는 젊은 여자의 뒷모습은 묘한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젊고 발랄함이 그대로 보이는 몸매와는 달리 아름답지만 꼭 다문 입술은 말보다는 눈빛으로 전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우리 삶의 본질에 관한 것으로 사랑이었다. 그렇다고 사랑은 아름답다는 식의 가슴을 울리는 애잔함이나 아련함보다는 우리의, 나의 일상에서 겪게 되는 감정이었다. 그 감정을 사랑이라 믿고 싶어 하는.......

 

이 책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시나리오작가인 제임스 설터의 단편을 엮은 것이다 작가의 이름이 낯선 만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면서도 정갈한 필체는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 그 그림 속에서 한참을 머물게 된다. 그리고 비춰보게 된다. 내 사랑을, 내 삶을......

 

아들의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워 결국에는 부인과 셋이나 되는 자식을 버리고 아델과 결혼한 필립, 이혼하면서 받은 집에서 필립과 결혼식을 올리는 아델, 필립은 자신이 살면서 잘 한 게 없고 순서조차 틀리게 살았다는 것을 깨닫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하지만 아델은 그런 그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필립에 행복한 가정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가정교사와 바람을 피운 것은 욕망을 자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 그 욕망은 특별하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필립의 눈에만 보이는 것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누구에게나 다가온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가 아니라 오늘, 지금 단 한번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혜성’

 

스무 살 연상인 소설가와 3 년 동안 사귄 후 헤어지고 나서 그의 도움으로 영화판에 자리 잡게 된 태디. 작은 키에 예쁜 축은 아니지만 정직한 생활로 주변으로부터 신뢰를 얻게 된 그녀는 그 후로 제작자가 되었고 안과의사인 허시박사와 결혼했다. 그녀가 마흔이 넘어 결혼한 것은 싱글이라는 삶을 받아들인 후였고 자신에게도 원만하고 착한 성격밖에 남은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죽은 후, 그녀는 제작자로서 성공을 했고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는데 조연으로는 늦깎이 배우인 부스만 켁을, 유명세 있는 여배우 데보라를 출연시키게 되었다. 태디는 까다롭고 안하무인으로 상대하기 거북한 데보라에게 해야 할 저녁대접을 켁에게 부탁했고 켁은 데보라의 유혹에 젖어든다. 태디를 통해 열다섯 살 때의 사랑은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것, 그 사람이 자신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보다는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해준 '스타의 눈‘

 

친구인 딤스 집에서 만났던 브레넌으로부터 야릇한 호기심을 갖게 된 아디스는 그의 집을 기웃거리다가 커다란 개를 만났다. 그리고 그녀는 그 개를 통해 그에게로 향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육중한 몸집 때문에 처음에는 두려웠지만 그 개가 자꾸 자기 주변을 맴돌자 신경을 쓰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을 따르는 개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안아주기도 했다. 그녀를 통해 인생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다른 것을 욕망하고 그 욕망을 따를 때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나의 주인 당신’

 

 

작가가 보여주는 그림 속에는 각기 다른 이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것은 욕망에 대한 것으로 공감을 갖게 했다. 마음에 드는 코트를 샀는데 며칠 후 다른 곳에서 처음 코트보다 더 좋은 것을 보고는 다시 사고,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비슷한 코트가 서너 벌이 되는 것처럼. 그러면서도 그 순간은 언제나 그 때 뿐이라고 믿게 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욕망을 자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반면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면에서 남들에게 인정받고 삶의 여유를 누리는 이들 중에도 그 뒷면에는 실패한 이상주의자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에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느껴졌다. 또 아무 것도 모를 때 만난 사랑, 그 사랑이 자신의 삶을 망치는 계기가 되었더라도 그 사랑은 영원히 잊지 못한다는 말에 닫아걸었던 가슴을 살짝 열어본다.

 

 

재혼으로 부부가 된 50대인 브롤과 파스칼, 남편 브롤은 성공한 변호사로 바르고 명예를 존중했고 아내인 파스칼도 이해심 많고 뛰어난 센스로 행복한 가정생활을 했다. 막내 샐리와 결혼한 브라이언은 스물두 살의 패밀라를 만나 불륜관계를 맺게 되었고 그럴수록 아내와 아이들에게 헌신하며 자신의 욕망을 채워나갔다. 그러다가 패밀라가 아내의 귀고리를 빌려달라고 조르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했다. 그런데 그 귀고리로 둘의 관계를 장인 브롤이 알게 되었고 해어짐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그는 장인 역시 패밀라와 불륜관계라는 것을 알고는 억울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자기가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통해 욕망을 품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귀고리’

 

그림 속에서 패밀라의 모습은 백금귀고리로 그려진다. 보기만 해도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하지만 정작 귀고리는 생각 없이 누군가의 귀에 걸리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브롤과도, 장인과도, 타하르까지. 그야말로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으니. 사랑이라기보다는 욕망을 채우기 급급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은근히 화가 난다.

 

증권사 직원으로 성공한 아서는 예전에 사랑했던 노린의 전화를 받았다. 스물다섯 살이었던 그녀와 함께 하며 그는 행복을 느꼈었는데 정작 노린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고 2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만나고 싶어 했다. 그동안 가끔씩 그녀를 생각하고 그리워했던 아서는 자신 앞에 앉아있는 노린의 나이든 모습에 돌아서고 만다. 아서의 눈물 속에 비춰지는 가슴속의 사랑의 아련함을 느끼게 해준 ‘플라자 호텔’

 

나는 자기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던 사랑을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아서를 보며 안타까워졌다. 어쩌면 노린이 아서를 다시 찾지 않았다면 오히려 그 사랑을 소중하게 간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노린은 예전의 감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아서를 찾아왔지만 이제는 많이 변해버린 노린의 모습에 다가서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사랑마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가슴속에 자리 잡은 사랑은 그대로 간직하는 게 좋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번역가인 월터는 아내 마리트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트가 병에 걸리게 되었고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되자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한다. 마리트는 월터에게 안락사를 해달라고 했고 월터는 아내의 뜻에 따라 부부의 친구인 수잔나와 함깨 마지막 날을 보낸 후 그녀의 팔에 주사기를 꽂았다. 그리고는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긴장감을 풀기 위해 수잔나를 찾았고 둘은 밤을 같이 보냈다. 사실 두 사람은 예전부터 불륜관계였다. 다음날 아침, 둘은 계단을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마리트를 발견했다. 불륜의 관계는 밝혀지게 되면 끝을 맺게 된다는 것을 보여준 ‘어젯밤’

 

이 이야기는 시작부터 긴장감을 갖게 해했다. 병으로 모든 것을 잃은 아내, 젊었을 때 사랑해서 결혼한 아내의 눈을 피해 젊은 수잔나와 바람을 피운 남편의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다. 건강을 잃어 더 이상 초라해진 모습을 보이기 싫어 남편에게 자신의 목숨을 끊게 해달라는 마리트의 지독한 외로움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렇게 죽어가면서도 남편의 사랑을 믿었던 아내, 그런 아내를 자기 손으로 보내고 나서 수잔나와 함께 밤을 보낸 남편, 정말이지 배신감을 넘어 허탈해진다. 죽음을 곁에 두고서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그들의 이기적인 뻔뻔함에. 그런 느낌도 잠시, 작가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으로 일침을 가한다. 마리트가 계단을 비틀거리며 걸어 내려오는 모습은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의 통쾌함으로. 그렇게 해서라도 불륜은 욕망일 뿐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사랑과 욕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지금까지 남편과 25년 동안 결혼생활을 하면서 사랑이 제일이라던 믿음이 어느 순간부터는 사랑만 보고 결혼한다는 것은 어리석다는 생각으로 바뀌고, 가끔은 내가 한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심으로, 때로는 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에 모든 것을 쏟게 되고, 한 번쯤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을 정도로 흔들리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쉰을 훌쩍 넘겨버렸다.

세월을 속일 수 없는 것처럼 새치가 하나, 둘 늘어가는 남편을 보면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많기를 바라는걸 보면 나도 정말 나이 들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지금쯤 남편은 혼자서 술 한 잔 하고 있을 것이다. 직장 때문에 주말이나 되어서야 남편 얼굴을 보는 생활도 벌써 8년째가 되어가나 보다. 처음에는 한창 힘들고 어려웠을 시기였기 때문에 홀가분하게만 느껴졌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문득문득 남편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그러고 보면 남편은 언제나 내 곁에 있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남편에 대한 사랑이었나 보다.

어젯밤을 떠올리며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허탈하거나 민망한 아침을 맞이하기 보다는 즐거움으로 상쾌한 하루를 열 수 있기를, 남은 세월동안 남편과 내가 서로에게 든든한 곁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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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추억으로 간직된다. 그래서 여행을 할 때면 사진을 찍거나 기록하여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그것들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곤 한다. 내가 나만의 방법으로 여행을 기록하는 것은 여행지에서 자연의 기념품을 가져온다. 예를 들면 그곳에서 자라는 나뭇잎이나 이름 모를 야생화의 꽃 또는 풀잎 같은 것을 책갈피에 끼워 놓았다가 어느 정도 마르면 여행지와 날짜, 간단한 느낌을 적어 코팅한 뒤 예쁘게 잘라 책갈피로 쓴다. 그렇게 하면 굳이 사진첩을 꺼내지 않아도 책을 읽다가 쉽게 보게 되고 그럴 때마다 그 때의 기억으로 행복해지곤 한다. 여행의 소소한 즐거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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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분 씨네 채소 가게 - 채소 장수 일과 사람 13
정지혜 지음 / 사계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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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분씨네 채소가게’라는 제목과 함께 책의 겉표지에 그려져 있는 동이 엄마의 모습은 나에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되찾게 해주었다. 양 손에 채소를 들고 손님을 부르는 동이 엄마의 모습은 바로 내 엄마의 모습이었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 통은 어렸을 때 나의 놀이터였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이 책은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일과 사람에 대한 내용을 엮은 것 중 하나로 채소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동이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시장에서 채소를 사는 단순한 과정보다는 채소를 파는 상인의 모습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채소가게 주인이 되는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단발머리 귀여운 동이이다. 동이 아빠, 엄마는 햇빛시장에서 ‘순분씨네 채소가게’를 하는 채소장수이다. 가게 이름인 순분씨는 동이 할머니 이름으로 삼십년 동안 채소를 팔았고 지금은 낮에 잠깐씩만 나오고 대부분 일은 아빠, 엄마가 하고 있다.

동이 아빠, 엄마는 날마다 새벽이면 농수산 도매시장에 가서 밤사이 곳곳에서 온 채소들을 사와 장사를 한다. 동이가 할머니와 함께 햇빛 시장에 가면 아빠, 엄마는 도매시장에서 사온 채소를 가게에 내리고 정리를 하면 할머니는 다시 한 번 채소들을 둘러본다. 그리고 나면 엄마는 돈주머니를 허리에, 비닐봉지는 옆구리에 차고, 아빠는 앞치마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일을 시작한다. 저울, 칼 등을 비롯한 장사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는 것은 물론 채소를 내놓기 전에 보기 좋게 잘 다듬어 놓고 고추나 버섯은 작은 봉지에 담아 놓고, 얼갈이나 상추는 신문지를 덮고 물을 조금 뿌려두어 싱싱함을 유지하게 한다. 도 아빠는 단골 식당에 주문 받은 채소를 배달하기 위해 차를 타고 동네를 한 바퀴 돈다.

 

나는 동이 아빠, 엄마의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남들이 곤히 자는 새벽에 도매시장을 찾는 것은 싱싱하고 좋은 채소를 사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30년 동안 채소장사를 해온, 입에 들어갈 거니까 깨끗하고 좋은 걸로 팔아야 한다는 할머니의 신조는 든든함을 더해주었다. 그 뿐인가? 장사를 하기 위해 채소를 다듬고, 작은 양으로 나누어 담아 놓고, 적당한 가격을 정하는 과정은 채소를 파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동이 엄마는 채소 파는 일은 물론 손님들이 채소 고르는 법이나 요리법을 물으면 척척박사처럼 일려준다. 특히 봄이면 갓 나온 나물을, 여름이면 열매채소를, 가을에는 무, 배추를, 겨울에는 말린 채소를. 이렇게 제철 채소는 맛도 좋고 영양도 많고 값이 싸기 때문에 많이 먹어야 한다는 것도. 채소 가게를 하는 동이네 식구는 보통 때는 팔기에 좀 못났거나 자잘한 채소를 먹고 좋은 채소는 손님이 오셨거나 할머니 생신날에만 먹는다.

 

나는 어린 동이가 채소만, 그저 좋지 않은 채소로 만든 반찬에 입을 삐죽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은 바로 어렸을 때 내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 때 아버지는 시장 입구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고 계셨고 엄마는 구둣방 앞에 좌판을 깔아놓고 철에 따라 과일이며 옥수수, 군밤 같은 것을 파셨다. 엄마도 매일 새벽이면 경동시장에 갓 물건을 떼어오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고 그 물건들을 손질해서 보기 좋게 놓곤 했는데 그럴 때면 나도 엄마를 도와 사과를 반짝반짝 닦기도 했고 옥수수를 봉지에 담기도 했고, 복숭아를 바구니에 담기도 했었다. 그러면 엄마는 나에게 먹을 것을 쥐어주곤 했었는데 동이네처럼 좋은 것 보다는 흠이 있거나 실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마냥 좋았던 것은 배불리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동이에게 짜장면 소스를 주고 간 신흥반점 아저씨처럼 우리 구둣방에도 봉지를 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끔은 생선이 들어있기도 하고, 때로는 양과자가 가득 담겨 있기도 하고, 한 번쯤은 고기가 담겨 있기도 했었다. 모두 시장에서 장사는 분들이 자신이 파는 것들을 가져다 준 것으로 아버지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아버지는 손님들 중 구두를 맞춰 신고 버리고 간 구드를 깨끗이 손을 봐서 시장사람들에게 주기도 하고 간단한 수선은 그냥 해주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것은 상이군인으로 좌판을 끌고 시장을 돌아다니던 김씨 아저씨이다. 그 분은 전쟁 중에 두 다리를 잃어 무릎 밑에 두꺼운 헝겊을 대고 다니셨는데 아버지가 조각난 가죽을 연결해서 튼튼한 보호대를 만들어 주가 김씨 아저씨는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그리고는 손톱 깎기를 내 손에 쥐어 주셨다. 그렇게 시장에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정을 주는 따뜻한 곳었다. 물건을 사고팔며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고, 덤을 주기도 하고, 값을 깎아주기도 하고, 물건을 파는 상인들 사이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하는 이웃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러고 보면 시장은 우리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햇빛 시장 상인회에서는 노래자랑을 열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주변에 큰 마트들이 들어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적어지자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하게 된 것이다. 며칠 동안 기다려왔던 노래자랑이 시장광장에서 열리자 동이는 노래를 부르고 할머니는 춤을 추었다. 동이는 상품으로 자전거를 타기 위해 3등을 목표로 삼았지만 인기상으로 시장 상품권을 받았다. 저녁시간이 되자 시장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고 동이 엄마는 목청껏 손님을 불러 모아 본격적으로 장사를 한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먼저 온 순서대로, 원하는 만큼, 그리고 덤으로 주는 것도 잊지 않고.

그렇게 한바탕 북적거리던 시장이 조용해지고, 문 닫을 기산이 되면 그제야 상인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것들을 사기도 하고, 서로 바꾸거나 나누는 장을 본다. 날이 어두워지고 시장이 조용해지면 동이네 채소가게도 뒷마무리를 하고 문을 닫는다.

 

나는 동이가 아빠 등에 업혀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마도 동이는 자기를 따라오는 별을 세다가 잠이 들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시장의 정겨움을 모르는 채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이 안타까워졌다. 장을 보는 곳은 으레 대형마트나 슈퍼에서 보는 것으로 여길 만큼 우리 주변에서 시장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처음에는 동네 상권을 걱정한다며 반갑지 않은 눈길을 보내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당연한 것처럼 장바구니를 들고 그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그러고 보면 이 또한 편리한 생활에 금방 젖어드는 우리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든다. 대형마트의 일회용 접시에 담겨 말없이 진열되어 있는 물건보다는 상인의 손으로 직접 담아주는 물건에 더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물건을 사고팔며 나누는 이야기로 정을 나누고, 한웅큼씩 집어주는 덤으로 믿음을 갖게 되고, 그래서 다음에 다시 또 찾게 되고.......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일이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번 주말에는 아이 손을 잡고 시장을 가야겠다. 그곳에서 장을 보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상인들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삶의 모습을 실감하게 해주고 싶다. 그리고 동이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다. 단발머리 깡충이던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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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후보 2번 `화차`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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