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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 개정증보판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평점 :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이 책은 철학을 통해 많은 이들과 함께 해온 저자가 지금까지 우리들의 삶으로 이어져오는 32가지 이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소 딱딱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더해 자연스럽게 풀어냄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를 하다 보니 사상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배웠던 게 전부로, 단 몇 줄로, 그것도 듬성듬성 알고 있는 게 전부였다. 사상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맞게 살아가면 되는 것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사상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힘으로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로부터 시작되고 우리가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막연함에서 벗어나 자세히 알아 지금을 짚어보는 계기로, 나만의 사상을 찾아가는 삶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책 속에는 정치, 철학 예술, 국가, 경제, 사회 모두 5부분으로 나누어 그에 맞는 사상을 담고 있다. 대부분 익숙한 사상들이었지만 뒤죽박죽으로 떠다니던 것들이 제 자리를 찾아 정갈한 느낌을 갖게 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다 같이 행복하게 살자는 민주공화국을 위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어젠다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공화주의’ 과학혁명, 항해술, 인쇄술로 스스로 생각하게 되면서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을 낳았지만 반면 또 다른 차별을 낳은 ‘계몽주의’ 인류최고의 발명품으로 선거와 다수결 원칙을 기본으로 긴 혼돈의 세월을 겪어 지금은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정치 이념으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 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꾼다는, 사회에 뿌리내린 전통과 질서를 보호하고 지키는 ‘보수주의’ 자유와 평등이 균형을 맞춰나가야 하는, 언제나 왁자한 논쟁을 통해 굴러가는 ‘자유민주주의’ 협동과 공생에 기초한 소규모 자연 공동체를 꿈꾸고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사회를 지향하며 정해진 견해 없이 억압에 맞서고 자유를 지키는 합의만 존재하는 ‘아니키즘’ 정당보다는 지도자 자신을 앞세워 민중의 편이라 외치면서도 민중이 정치의 구경꾼으로 남기를 바라는. 경제가 흔들리고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하는 곳에서 나타나는 ‘포퓰리즘’
정치는 보통 우리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도 그렇게 생각해왔었는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물론 그 바탕에는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인간의 욕구와 그 방법을 찾아 생각하고 고민함으로써 새로운 사상이 등장했을 것이다. 비록 그 사상이 생각과 다르거나 예전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새로운 사상으로 살아가는 것은 과학의 발달과 늘어난 배움의 기회로 스스로 깨어나는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쟁을 겪은 후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경제발전으로 생각을 가두기도 했고, 휴전으로 늘 긴장감을 갖게 함으로써 잘못된 보수와 진보 구도로 정권을 잡기에 급급했었다. 그러면서도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수많은 희생자들과 시위로 이어져 지금에 이른 것이다. 나도 한 때는 앞이 보이지 않는 최류탄 연기에 맞서 목청껏 구호를 외치기도 했었다. 툭하면 되지도 않는 사안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정당들, 권력을 잡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치가들을 보면 답답할 뿐이다. 그러기에 지금도 만족하지는 않지만 내가 누리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환상으로 가득한, 모험적인 신비로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법칙과 협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데 중점을 둠으로써 인간의 감정을 해방시킨 ‘낭만주의’ 우리가 믿고 따르는 모든 질서와 가치가 근거 없다는, 허무하다는 사상으로 유럽에서는 가장 위험한 사상으로 통하기도 했고 인생무상, 허무주의로 와 닿는 ‘니힐리즘’ 1960년대 큰 인기를 끌었고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참여하는데 있다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현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행동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고 개척해야 한다는 ‘실존주의’ 인간이 절대적으로 옳고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 사람 한사람의 생각이 그 자체로 다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해체주의’ 합리, 질서, 계획, 발전의 모던, 근대화로 발전한 만큼 잃어버린 것들을 찾는, 모더니즘을 넘어 탈근대로 옮겨 개성과 다양성으로 발전보다 웰빙을, 이념보다 지성을, 이성보다 감정을, 문명과 통일보다 자연과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 예술 부분에 담겨있는 사상들은 정치사상보다 편안하게 와 닿는 것을 보면 우리 일상과 더 가깝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하며 입에 자주 오르내렸던 사상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앎에 대한 즐거움을 채워주어 든든함이 느껴졌다. 흔히들 말하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는,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을 짚어보는 것은 물론 주변을 돌아봄으로써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더 넓고 크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하루하루 주어지는 날을 버티어내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이유만으로 무심하게 보낸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한 나라의 민족이 무력 또는 경제, 정치를 통해 다른 나라나 민족을 지배하고 통재하는 것으로, 19세기 이후 힘센 나라들의 간인한 침략으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제국주의’ 프랑스 대혁명 즈음부터 쓰이기 시작했고 피와 흙을 나눈 사이로 서양열강들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갈 때 한껏 퍼졌으며 근대화이자 산업화. 경제발전을 나타내는 ‘민족주의’ 독재 권력의 의미로 지도자를 중심으로 전체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독재권력을 뜻하는, 민족이라는 환상을 내세우고 사회진화론을 따르며 전쟁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파시즘’ 미국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 나라가 세워진지 200 년 만에 엄청나게 팽창하게 해준, 1920년 서부개척이 끝남으로써 해외진출로 이어가고 있는 ‘프린티어 정신’ 아시아를 벗어나가는 이른바 탈아론으로 겉으로는 천왕숭배사상을, 속으로는 군부가 장악하여 독재와 전체주의, 제국주의로. 결국은 처참한 패전으로 끝이 난, 지리적, 운명적, 공동연대를 기초로 새로운 도덕으로 묶이는 특수한 세계를 꿈꾸었던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농민이 인구의 80퍼센트를 차지했던 중국의 현실을 받아들여 지구전, 유인작전, 인민지지의 인민전쟁 3원칙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쩌뚱, 인민 전체가 평등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마오이즘’ 항일운동에 뿌리를 두고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를 중심으로. 권력을 모아 인간중심 사상으로 거듭남으로써 대를 이어 충성하는, 지금을 김정은이 대를 잇고 있는 북한의 ‘추체사상’
각각의 사상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주변의 나라들을 짚어보는 시간은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나라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이해하는 부분도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아픈 역사로 지금도 적대적 감정이 큰 일본, 패전국가에서 놀랄 만큼의 경제성장은 물론 지금도 아시아에서 힘을 키워가는 일본,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세계 강대국으로 들어선 중국, 그리고 핵무기를 협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자 하는 북한, 이들 국가들 나름대로 갖고 있는 사상을 자세히 알게 됨으로써 도통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으로서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인간 본연의 바람마저 가두는 그들만의 사상교육의 굳건한 삶을 절감하게 된다.
인클루저 운동을 출발로 돈을 중심으로 평등하고 공평하지만 잔인한 400년이라는 역사와 함께 발전을 거듭하며 위기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자본주의’ 사유재산을 모든 고통과 악의 근원으로 여기고 모두가 가진 것을 함께 누리는 사회를 만든다는 주장으로 원시공산사회부터 지금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러져버린 ‘공산주의’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를 주축으로한 군부정부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걸고 경제부분에서 성공을 이루어 한국식 민주주의로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민주화에 대한 바람에 밀려난 ‘개발독재’ 선도형 국가로 바뀐 동아시아 국가들이 능력보다는 인간관계가 합리적인 주장보다는 전통과 문화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자본주의를 택하는데 이는 인간의 도리를 앞세우는, 동아시아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는 ‘신유교윤리’ 자본주의 영혼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하는 과정의 힘인 ‘기업가정신’
경제는 우리 생활의 중심으로 쉽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우리 경제의 현실을 비추어봄으로써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삶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나아질 수 있기를 바란다.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 절로 실감하게 되는 돈의 위력 등 자본주의의 잔인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서양을 지배하고 동양은 지배당해야 한다는, 침략의 논리인 ‘오리엔탈리즘’ 성의 차별이 오랫동안 차별의 근거가 되어왔었는데 여성적인 부드러움, 배려, 이해심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으로 여성성이 지닌 좋은 모습을 키워나가는,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꽤 성공한 ‘패미니즘’ 생태학 연구에 뿌리를 두고 생명공동체의 완전함과 안정, 아름다움을 지켜나가야 하는, 필요한 것을 최소화하는 생활, 소비를 줄이고 삶의 질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태주의’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언론을 통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페미니즘, 단지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져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여성평등, 양성평등이 말로만이 아닌. 더디기는 하지만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사실은 내 딸들에게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이해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주부로서 생태주의는 늘 마음속에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오염, 생태계파괴로 일어나는 문제들로부터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 더 기능이 좋고, 더 완벽함을 우선으로 하루가 다르게 나타는 가전제품을 볼 때면 안타까워진다. 그래서 나부터라도 지금 누리고 있는 편리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생활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환경호보에도 좋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32가지 이즘. 저자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하는 시간은 모르고 있던 것들을 알아가는 앎에 대한 즐거움은 물론 지금까지 우리 인류의 삶을 짚어보는 계기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상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바람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인간의 잘못된 욕망으로 등장한 사상 때문에 희생되고, 스러져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운 날을 열기 위한 희망으로 지속된다는 것을, 그래서 사상은 우리의 앞날을 비추는 횃불이라는 것을, 무작정 맹목적으로 사상을 쫓기보다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우리의 사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매순간 성장해야 한다는 것도.......
사상을 통해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해준 저자와 함께 한 시간은 특별한 선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