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 다낭 : 호이안.후에 - 최고의 다낭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해외여행 가이드북, Season3 ’19~’20 프렌즈 Friends 28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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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순간 마음이 반짝입니다. 다낭이 품고 있는 설렘이 전해져와서.......아직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다낭, 그래서 꼭 가봐야할 여행지로 자리잡고 있어요. 다낭을 비롯한 4개도시 여행정보는 물론 로컬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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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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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사상에 관한 용어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눈앞에 일어난 현상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준다. 개념이 통찰력을 길러줄 수 있는 것은 개념이 바로 새로운 세계를 파악하는 관점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책속에서 알게 된 이 말이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든든함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이 책은 컨설턴트 전문인 저자의 보통의 우리들이 철학의 본질을 알아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바람을 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철학은 전문적인 배움을 하는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것으로 먹고 살기 급급한 나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묵직한 철학을 보통의 무게감으로 느끼게 해주고 다루고 있는 내용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깊이가 있어서 읽는 동안 내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얄팍한 생각과 행동으로 이성 보다는 감정에 치우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저자는 철학을 배움으로써 얻게 되는 것들을 펼쳐보였다.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우리 삶에 중요한 물음에 강력한 해결수단이나 현명한 생각 법을 제공해주고,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의식적으로 비판하고 고찰하는 지적 태도와 관점을 얻게 해주고, 과제를 접함으로써 눈앞의 세계를 직관적으로 고찰하게 해주고, 같은 비극을 토대로 얻은 교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도.

책 속에는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무기가 되는 철학을,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50여 가지 철학, 사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철학을 현실에 필요한 부분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로, 보통 철학입문서와는 사뭇 다른, 그래서 부담 없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시간 축에 따른 목차구성에서 벗어나 사람, 조직, 사회. 사고에 철학자들의 남긴 다양한 개념을 더해줌으로써 실질적인 힘을 갖게 해주고 있다.

철학하면 우리 생활과는 거리가 먼 학문으로, 괜히 겁부터 지레 먹게 된다. 그러면서도 나이 들수록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는, 그러다보니 철학으로 마음이 향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자꾸만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잠시 주춤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거나 한 숨 쉬곤 하는데 이런 나에게 이 책은, 철학은 무심하게 지나쳤던 시간을 되짚어보는 것은 물론 막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마치 어렸을 때 라디오 속이 궁금해 각종 도구로 분해해보고, 다시 조립해나가는 것 같은, 뿌듯함도 갖게 해주었다. 그럼으로써 보다 넓은 시야로, 보다 깊은 사고로 내 삶을 꾸려가게 해주는 든든함으로.

먼저 저자는 사람을 핵심콘셉트로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고 있다. 분석 심리학을 창시한 카를 구스타프 융을 통해 우리는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면 페르소나를 쓰고 살아간다는 것을, 사회심리학자인 에드워드 데시를 통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려면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을, 대표적인 고대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통해 사람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영국 경험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로크를 통해 타고난 능력은 없기 때문에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것을, 사회심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리언 페스팅어를 통해 인간은 사회의 압력이 행동을 일으키고 행동을 정당화, 합리화하기 위해 의식과 감정을 적용시킨다는 것도.......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하며 대충 뭉뚱그려져있던 자신을 하나하나 분해해가는 후련함을 느꼈다. 삶의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준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는 물론 주변 사람들과 문제가 생겼을 때면 주변을 탓하고. 세상을 탓하는 게 전부였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문제는 바로 자신을 좀 더 깊고 넓은 사고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유대인으로 미국으로 망명한 한나 아린트를 통해 악의 평범성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새삼 마음이 아릿해졌다.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었던 아이히만의 지극히 평범한 인물로 그는 유대민족에 대한 증오심이 아니가 그저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행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으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기에 누구나 바라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는 걱정이나 불안을 통과해서 몰입의 영역으로 들어서야 한다는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음으로 저자는 조직에 대한 핵심을 콘셉트로 색다른 즐거움을 보여주었다. 영국의 정치철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을 통해 기업들이 중대한 의사 결정 국면을 맞이했을 때는 의도적으로 비판과 반론을 제기하는 악마의 대변인을 활용하라는 것을, 프랑스 철학자인 에마뉴엘 레비나스를 통해 타자와 함께 할 때는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이해의 가능성을 교환해나가는 노력이 따라 주어야 한다는 것을,

거기에서 더 나아가 저자는 사회에 관한 핵심 콘셉트로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여유를 전해주었다. 독일 프로이센 왕국 출신의 철학자라 20세기 이후 국제 정치와 경제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마친 카를 마르크스를 통해 소외는 규칙이나 시스템으로 사람의 행동을 통제하려 할 때 생기는 것으로부터 자발적인 이념과 가치관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추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프랑스 철학자인 질 들뢰즈를 통해 일관성 있고 알기 쉬운 인격과 인생인 파라노이아형보다는 용기와 강인함을 지닌 스키조프레니아 유형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장 보드리아르를 통해 소비하는 이유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르게 보이기 위한 것으로 성공할만한 상품과 서비스에는 타자와의 차이를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심리학 교수로 정의에 관한 심리학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엘빈 러너를 통해 세상은 결코 공정하지 않으므로 우리가 책임과 의무로 공정한 세상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도......

정말이지 작가의 입을 통해서 나오면 앎에 대한 것이 깊어지고 넓어진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이 바로 철학의 힘이며 삶의 무기였다. 철학을 통해 삶의 주인공으로 삶의 무기를 품고 바라본 세상은 모든 것이 깊은 뜻을 품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 내가 숨 쉬고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지 깨닫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얄팍한 지식으로 아는 척 하고 때로는 내 기준의 잣대로 다른 사람을 저울질하며 가끔씩은 남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생각으로 거침없었던 행동들을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에게조차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심히 산다는 것과 잘 산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절감하며 툭하면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면서 어느새 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버티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날카롭게 덤벼들 기세였다. 그러다 보니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지쳐 살아가야하는 의미조차 갖지 못했었다. 그런 나에게 저자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자신이 바뀌고 성장하려면 안이하게 알았다고 생각하는 습관을 경계함으로써 새로운 깨달음과 발전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아무런 발판도 없이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진보는 나선형 발전으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떠올려 한다고. 한층 더 정밀하게 세상을 현상과 이치를 파악하기 위해 어휘력을 길러 사고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것도

세월이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그 누구도 늙어가는 것을 거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니 지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웅크리고 있는 것보다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부족함 속에서 넉넉함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앞으로 남아있는 내 삶은 작은 것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며 오로지 나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좀 더 깊고, 좀 더 넓은 사고로 보다 나은 내일을 열어나가기로 다짐해본다. 저자가 전해준 철학의 힘을 지닌 무기를 가슴에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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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 - 기시미 이치로의 사랑과 망설임의 철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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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떤 여성이 꽃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녀가 꽃에 물주기를 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우리는 꽃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믿을 수 없을 것이

. 사랑이란 사랑하는 대상의 생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일이다.

적극적인 배려가 없는 곳에 사랑은 없다.‘

책속에서 알게 된 이 말이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든든함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 이 책은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로, 철학자인 저자의 모든 이들이 지금보다 좋은 사랑을 위한 바람을 담고 있다. 사랑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다루고 있는 내용이 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다양함으로 읽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얄팍한 생각과 행동으로 이성 보다는 감정에 치우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솔직히 말하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사랑에 대해 운운한다는 것은 젊은이들, 적어도 외형적으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후에는 사랑보다는 정으로, 당연한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사랑은 나이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사랑으로 인한 기쁨과 슬픔, 상처와 아픔 역시 그 누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주변을 의식하여 겉으로 드러내질 못할 뿐이었다. 정말이지. 내가 사랑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갓은 내가 언젠가는 죽기 때문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음이 차분해 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랜만에 진정한 카운셀러를 만날 수 있었다는 생각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내지 못한 속내를 드러내며 안녕하지 못한 내 사랑을 지금보다 좋은 사랑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한다.

연애와 결혼을 중심으로 하는 책 속에는 서툴고 힘든 연애. 결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행복해지기 위해 알아야할 사랑의 기술, 모두 4개의 부분으로 되어있다.

사랑의 관계는 여타의 관계보다 깊은 밀접함과 지속성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을 때 다른 관계보다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사랑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로 관계를 새로 만들고 싶거나 개선하고 싶으면 관계애서 원인을 찾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사랑은 능력의 문제이고 나아가서는 기술로 결혼을 하고나서도 관계를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상대는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어서 붙잡아둘 수 없으니 질투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을 담고 있는 서툴고 힘든 연애. 무엇이 문제일까?’

정말이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은 관계를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이 믿음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상대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함으로, 사랑역시 변함없으리라 여겼다. 이십 여 년 동안 서로에게 길들여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낯선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그런 일이 잦아지면서 사랑의 흐름을 인지하게 될 때까지 내 가슴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렇다고 대 놓고 따져보지도 못한 채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에 속아주는 사진을 마주하며 자꾸만 안으로 숨어드는 날을 보내야했다.

처음에는 상대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은 알 수 없는 질투로, 그러다가 되돌아오는 것은 그러면서도 상대를 떠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원망이었다. 이제야 깨닫게 된다. 상대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사랑을 방치해둔 나의 아둔함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 당시에 과거에 연연하기 보다는 현재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것을, 지금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결혼은 두 사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두 사람은 평생 함께 살고 싶은 마름을 굳게 결심하고 풀기 힘든 매듭을 함께 묶은 사이라는 것을, 사랑은 놀라움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상대를 부를 때 엄마, 아빠라는 말에서 벗어나 서로를 서로로 불러 서로에게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담고 있는 결혼은 불행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어디에서 사랑의 매듭이 헐거워지기 시작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를 하면서 생활의 중심이 아이들에게로 옮겨지면서 상대는 당황스러운 고립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상대가 새로운 놀라움으로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던 때가, 게다가 서로 엄마, 아빠로 부르고 있었으니....... 거기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더해져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나로서는 상대에게 조금의 곁조차 내어주지 않았다. 살아가야 할 이유가 아이들인 것처럼, 오히려 사랑을 입에 담는 것조차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와 보니 어느새 쉰을 훌쩍 넘겼고 상대는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사랑을 품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상대를 탓하기 전에 이기적인, 오만했던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게 된다. 가장으로서 짊어졌을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어야 했고,아이들을 목숨처럼 여기느라 곁을 내주지 않은 탓에 겉돌았을 상대의 외로움을 다독여주었어야 한다.

사랑은 찾아오는 것이지만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지금 나의 사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유를 갖고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우연한 만남을 필연적으로 운명, 인연으로 승화시킬지 여부는 전적으로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사랑이 경험인 이상 사랑에는 갱신해나가는 노력이 따라주어야 하며 그 노력은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쁨의 노력이라는 것을, 사랑이라는 감정은 체험되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을 때 생기는 것으로 흐름의 과정이라는 것을,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사랑은 존재하는 것이고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조언해주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방향을 잡지 못해 서성거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끝났다고 생각하는 내 사랑을 풀어본다. 상대의 마음속에 내 존재가 사랑이 아닌 정으로, 아이들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그리고 그런 관계로 지금까지 살아내고 있는 게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의 마음속에 내 존재가 없다는 사실에 자신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툭하면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면서 어느새 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버티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날카롭게 덤벼들 기세였다. 그러다 보니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지쳐 살아가야하는 의미조차 갖지 못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며 나는 내 사랑은 끝이 났다는 단정으로 상대에게 아이들 엄마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의 가슴에 품고 있는 다른 누군가와의 사랑을 애써 외면한 채. 이렇게도 살아지는 삶을 버티어내는 것이 전부로. 그러다보니 문득문득 차오르는 외로움에 마음이 아릿해지곤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끝나버린 사랑을 다시 품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비둘기 서성거리는 가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본다.

이십대의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삼십대의 안정적인 사랑을, 사십대의 무덤덤한 사랑을. 그리고 지금 텅 비어버린 가슴을 겨우 지탱해나가는 나에게 저자는 사랑의 기술로 행복해지라고 다독여준다.

상대를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버림으로써 상대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사랑은 강요할 수 없으므로 상대의 관심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로 향해 있다면, 그래도 상대와 함께 하고 싶다면 상대가 관심을 옮겨간 그 누군가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과 잘 지내야겠다는 결심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는 것도. 그러기 위해 둘이 함께 하는 체험된 시간을 만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도.......

가슴 저 밑으로부터 무언가 꿈툴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끝나버린 사랑을 가슴에 품고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기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치기어린 결심을 해본다. 머뭇거리던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어본다. 끝나버린 사랑을 다시 시작하며 저자가 알려준 사랑의 기술로 언젠가는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아릿한 내 사랑을 가슴에 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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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 개정증보판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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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이 책은 철학을 통해 많은 이들과 함께 해온 저자가 지금까지 우리들의 삶으로 이어져오는 32가지 이즘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소 딱딱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더해 자연스럽게 풀어냄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까지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를 하다 보니 사상에 대해서는 책을 통해 배웠던 게 전부로, 단 몇 줄로, 그것도 듬성듬성 알고 있는 게 전부였다. 사상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맞게 살아가면 되는 것으로 여겼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사상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힘으로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우리로부터 시작되고 우리가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막연함에서 벗어나 자세히 알아 지금을 짚어보는 계기로, 나만의 사상을 찾아가는 삶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책 속에는 정치, 철학 예술, 국가, 경제, 사회 모두 5부분으로 나누어 그에 맞는 사상을 담고 있다. 대부분 익숙한 사상들이었지만 뒤죽박죽으로 떠다니던 것들이 제 자리를 찾아 정갈한 느낌을 갖게 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충성을 뜻하는, 다 같이 행복하게 살자는 민주공화국을 위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어젠다를 세우는 일이 시급하다는 공화주의과학혁명, 항해술, 인쇄술로 스스로 생각하게 되면서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을 낳았지만 반면 또 다른 차별을 낳은 계몽주의인류최고의 발명품으로 선거와 다수결 원칙을 기본으로 긴 혼돈의 세월을 겪어 지금은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정치 이념으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지킬 것은 지키고 바꿀 것은 바꾼다는, 사회에 뿌리내린 전통과 질서를 보호하고 지키는 보수주의자유와 평등이 균형을 맞춰나가야 하는, 언제나 왁자한 논쟁을 통해 굴러가는 자유민주주의협동과 공생에 기초한 소규모 자연 공동체를 꿈꾸고 능력만큼 일하고 필요한 만큼 사회를 지향하며 정해진 견해 없이 억압에 맞서고 자유를 지키는 합의만 존재하는 아니키즘정당보다는 지도자 자신을 앞세워 민중의 편이라 외치면서도 민중이 정치의 구경꾼으로 남기를 바라는. 경제가 흔들리고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하는 곳에서 나타나는 포퓰리즘

정치는 보통 우리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도 그렇게 생각해왔었는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려웠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물론 그 바탕에는 더 나은 삶을 바라는 인간의 욕구와 그 방법을 찾아 생각하고 고민함으로써 새로운 사상이 등장했을 것이다. 비록 그 사상이 생각과 다르거나 예전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다시 새로운 사상으로 살아가는 것은 과학의 발달과 늘어난 배움의 기회로 스스로 깨어나는 시대의 흐름일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쟁을 겪은 후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경제발전으로 생각을 가두기도 했고, 휴전으로 늘 긴장감을 갖게 함으로써 잘못된 보수와 진보 구도로 정권을 잡기에 급급했었다. 그러면서도 진정한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은 수많은 희생자들과 시위로 이어져 지금에 이른 것이다. 나도 한 때는 앞이 보이지 않는 최류탄 연기에 맞서 목청껏 구호를 외치기도 했었다. 툭하면 되지도 않는 사안으로 힘겨루기를 하는 정당들, 권력을 잡기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치가들을 보면 답답할 뿐이다. 그러기에 지금도 만족하지는 않지만 내가 누리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리고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환상으로 가득한, 모험적인 신비로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법칙과 협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데 중점을 둠으로써 인간의 감정을 해방시킨 낭만주의우리가 믿고 따르는 모든 질서와 가치가 근거 없다는, 허무하다는 사상으로 유럽에서는 가장 위험한 사상으로 통하기도 했고 인생무상, 허무주의로 와 닿는 니힐리즘’ 1960년대 큰 인기를 끌었고 인생의 의미와 가치는 참여하는데 있다는 사르트르의 말처럼 현실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행동하는 것으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만들고 개척해야 한다는 실존주의인간이 절대적으로 옳고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한 사람 한사람의 생각이 그 자체로 다 가치 있고 소중하다는 해체주의합리, 질서, 계획, 발전의 모던, 근대화로 발전한 만큼 잃어버린 것들을 찾는, 모더니즘을 넘어 탈근대로 옮겨 개성과 다양성으로 발전보다 웰빙을, 이념보다 지성을, 이성보다 감정을, 문명과 통일보다 자연과 다양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포스트모더니즘

철학, 예술 부분에 담겨있는 사상들은 정치사상보다 편안하게 와 닿는 것을 보면 우리 일상과 더 가깝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하며 입에 자주 오르내렸던 사상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앎에 대한 즐거움을 채워주어 든든함이 느껴졌다. 흔히들 말하는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맛볼 수 있는,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을 짚어보는 것은 물론 주변을 돌아봄으로써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 더 넓고 크게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하루하루 주어지는 날을 버티어내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이유만으로 무심하게 보낸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한 나라의 민족이 무력 또는 경제, 정치를 통해 다른 나라나 민족을 지배하고 통재하는 것으로, 19세기 이후 힘센 나라들의 간인한 침략으로 부정적인 뜻으로 쓰이는 제국주의프랑스 대혁명 즈음부터 쓰이기 시작했고 피와 흙을 나눈 사이로 서양열강들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갈 때 한껏 퍼졌으며 근대화이자 산업화. 경제발전을 나타내는 민족주의독재 권력의 의미로 지도자를 중심으로 전체 국민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독재권력을 뜻하는, 민족이라는 환상을 내세우고 사회진화론을 따르며 전쟁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파시즘미국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쳐 나라가 세워진지 200 년 만에 엄청나게 팽창하게 해준, 1920년 서부개척이 끝남으로써 해외진출로 이어가고 있는 프린티어 정신아시아를 벗어나가는 이른바 탈아론으로 겉으로는 천왕숭배사상을, 속으로는 군부가 장악하여 독재와 전체주의, 제국주의로. 결국은 처참한 패전으로 끝이 난, 지리적, 운명적, 공동연대를 기초로 새로운 도덕으로 묶이는 특수한 세계를 꿈꾸었던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농민이 인구의 80퍼센트를 차지했던 중국의 현실을 받아들여 지구전, 유인작전, 인민지지의 인민전쟁 3원칙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운,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쩌뚱, 인민 전체가 평등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마오이즘항일운동에 뿌리를 두고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를 중심으로. 권력을 모아 인간중심 사상으로 거듭남으로써 대를 이어 충성하는, 지금을 김정은이 대를 잇고 있는 북한의 추체사상

각각의 사상으로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자리 잡고 있는 주변의 나라들을 짚어보는 시간은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나라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는. 이해하는 부분도 찾을 수 있었다.

우리의 아픈 역사로 지금도 적대적 감정이 큰 일본, 패전국가에서 놀랄 만큼의 경제성장은 물론 지금도 아시아에서 힘을 키워가는 일본,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세계 강대국으로 들어선 중국, 그리고 핵무기를 협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자 하는 북한, 이들 국가들 나름대로 갖고 있는 사상을 자세히 알게 됨으로써 도통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으로서 개개인의 삶이 나아지기를 바라는 인간 본연의 바람마저 가두는 그들만의 사상교육의 굳건한 삶을 절감하게 된다.

 

 

인클루저 운동을 출발로 돈을 중심으로 평등하고 공평하지만 잔인한 400년이라는 역사와 함께 발전을 거듭하며 위기를 맞을 때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자본주의사유재산을 모든 고통과 악의 근원으로 여기고 모두가 가진 것을 함께 누리는 사회를 만든다는 주장으로 원시공산사회부터 지금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러져버린 공산주의’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를 주축으로한 군부정부가 권력을 지키기 위해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걸고 경제부분에서 성공을 이루어 한국식 민주주의로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민주화에 대한 바람에 밀려난 개발독재선도형 국가로 바뀐 동아시아 국가들이 능력보다는 인간관계가 합리적인 주장보다는 전통과 문화가 더 중요하게 여기는 유교자본주의를 택하는데 이는 인간의 도리를 앞세우는, 동아시아적 가치로 자리 잡고 있는 신유교윤리자본주의 영혼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하는 과정의 힘인 기업가정신

경제는 우리 생활의 중심으로 쉽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우리 경제의 현실을 비추어봄으로써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본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삶이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나아질 수 있기를 바란다. 점점 커지는 빈부격차, 절로 실감하게 되는 돈의 위력 등 자본주의의 잔인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해본다.

 

 

서양을 지배하고 동양은 지배당해야 한다는, 침략의 논리인 오리엔탈리즘성의 차별이 오랫동안 차별의 근거가 되어왔었는데 여성적인 부드러움, 배려, 이해심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으로 여성성이 지닌 좋은 모습을 키워나가는, 현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꽤 성공한 패미니즘생태학 연구에 뿌리를 두고 생명공동체의 완전함과 안정, 아름다움을 지켜나가야 하는, 필요한 것을 최소화하는 생활, 소비를 줄이고 삶의 질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태주의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언론을 통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페미니즘, 단지 내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곱지 않은 시선이 느껴져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여성평등, 양성평등이 말로만이 아닌. 더디기는 하지만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사실은 내 딸들에게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과 이해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주부로서 생태주의는 늘 마음속에 부담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일상이 되어버린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오염, 생태계파괴로 일어나는 문제들로부터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 더 기능이 좋고, 더 완벽함을 우선으로 하루가 다르게 나타는 가전제품을 볼 때면 안타까워진다. 그래서 나부터라도 지금 누리고 있는 편리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생활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편하기는 하지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 환경호보에도 좋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32가지 이즘. 저자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를 함께 하는 시간은 모르고 있던 것들을 알아가는 앎에 대한 즐거움은 물론 지금까지 우리 인류의 삶을 짚어보는 계기도 갖게 해주었다.

그리고 깨닫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상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바람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인간의 잘못된 욕망으로 등장한 사상 때문에 희생되고, 스러져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운 날을 열기 위한 희망으로 지속된다는 것을, 그래서 사상은 우리의 앞날을 비추는 횃불이라는 것을, 무작정 맹목적으로 사상을 쫓기보다는 자신만의 세상에서 우리의 사상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매순간 성장해야 한다는 것도.......

사상을 통해 삶의 깊이를 깨닫게 해준 저자와 함께 한 시간은 특별한 선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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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머니 이야기 세트 - 전4권
김은성 지음 / 애니북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어머니 이야기이 책은 만화가로, 사십대의 딸인 저자가 팔십 대 어머니의 삶을 담고 있다. 모두 4권으로 된 두툼한 분량만큼 그 내용이 자세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을 벗어나 우리나라의 역사, 문화 등이 함께 실려 있어 많은 것을 얻게 해주고 있다. 특히 식해, 떡 등 우리가 잘 모르는 이북의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재미는 물론 만드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 한 번 따라 해보고 싶은, 맛있는 즐거움도 전해준다,

다른 무엇보다 이 모든 것들이 한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의 , 엄마의 삶이라는 사실은 가슴에 와 닿게 한다. 그럼으로써 그동안 무심했던 내 엄마의 삶을 다독여주는 것은 물론 지금 엄마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도 갖게 해준다.

솔직히 말하면 만화는 어렸을 때 순전히 재미삼아 봤던 게 전부로 그 후로는 관심조차 갖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마주한 이 이야기는 만화가 주는 정겨움에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특별한 선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어머니, 이복동녀(놋새)는 함경북도 북청군 신북청군 보천리 미사촌에서 어머니 이초샘, 아버지 이근호 부부의 16녀 중 6째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홀시아버지와 시누이 둘과 함께 살며 부지런히 일했고 까다로운 홀시아버지의 시집살이도 감내하는 착한 며느리로, 강한 어머니였다. 당시는 일제강점기로 제법 넉넉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단호한 성격의 아버지는 일본군으로부터 산을 지키기 위해 5년 넘는 재판을 했고 끝내 이겼지만 오히려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팔게 되고 나중에 형편이 좋아지자 다시 사들이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토지에 대한 든든함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가지 4대독자 외아들, 찬세(억석) 오빠에 대한 부모님의 기대감, 아들을 낳아 대를 이어야 한다는 남아선호 사상의 뿌리 깊음을 실감하게 된다.

책 속에서 색다른 재미를 갖게 해주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음식이었다. 창란젓, 명란젓, 아가미젓을 기본으로 명태와 차조밥과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섞어 만든 명태식해. 우거지 무채, 두부, 쇠고기 등을 속으로 만드는 명태순대는 준비과정부터 만드는 과정이 자세히 실려 있어 차근차근 따라 해봐야겠다는 치기어린 결심을 갖게 한다. 황해도가 고향인 올케언니 덕분에 가끔 맛보게 되는 가자미식해의 독특한 맛을 무척 좋아하다보니 명태식해도 맛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손님을 대접할 때면 으레 직접 쌀을 빻아 떡을 만들고, 찹쌀로 밥을 지어 올리기도 하고 소고기를 듬뿍 넣고 끓이는 국 등으로 상다리가 휘어지게 상을 차리고, 손님들이 돌아갈 때면 양손 가득 음식을 들려 보내는, 내가 어렸을 때 엄마로부터 익히 들었던 이야기였다. 그 뿐인가? 재봉틀로 식구들 옷을 만들어 입히는 모습도 내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비록 그 재봉틀이 남편의 노름하느라 툭하면 전당포에 잡히기도 하고 도둑을 맞기도 했지만 늘 곁에 두고 함께 하는 모습도.

 

집안이 외아들에게 거는 기대만큼 억석 오빠는 일본인 회사에 다니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고 성진, 배무선 등지에서 공사를 하며 큰 돈을 벌어 잃어버린 산을 되찾고 새집을 짓게 되었다. 그 즈음 이복동녀씨는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시득을 만나 결혼을 했고 52녀를 낳아 키웠는데 그 중 막내가 바로 저자인 은성이다. 모든 게 낯선 시댁에서의 생활은 힘들었지만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남편을 대신해서 집안의 대소사는 물론 억척스럽게 일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6.25전쟁으로 밀고 밀리는 과정에 부모님을 두고 남한으로 피난을 오고, 수용소에서, 어린동주와 함께 배급으로 허기를 달래고 쪽잠을 자고, 군인으로 나간 남편을 따라다니며 주먹밥을 먹이고, 남의 집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당시는 모두 힘들고 어려웠다는, 막연함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내가 내 엄마의 삶이 그저 힘들고 어려웠다는 막연함으로 대신한 것처럼, 어쩌면 지금 내 아이들도 내 삶들 그렇게 여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어머니의 삶을 이렇게 오롯이 담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자는 물론 이복동녀씨 자신에게도 또 다른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을 읽는 우리들에게도 부모님의 삶을 막연하게 여기는 것에서 확실하게, 민낯으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으로, 특별한 선물인 것이다.

이복동녀씨에게 있어 큰아들 동주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경제적으로 무력한 남편 대신 아이들을 먹이고 공부시키느라 온갖 일을 하면서도 버티어낼 수 있었던 것은 늘 밝게 웃으며 씩씩하게 생활하는 동주의 힘이 컸으리라. 동주가 사우디로 돈을 벌러 떠나고 남은 가족들은 수유리에 정착하며 형편이 나아지지 시작했고 단칸방에서 넓은 집으로, 급기야 집도 살 수 있었다. 반면 그 때부터 이복동녀씨는 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야했고 병원에서 약을 지어먹기도 하고,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부터 점차 나아지게 되었다. 당시 저자인 은성이는 재수를 겪고 대학생이 된 후, 보통의 대학생처럼 잠깐 동안 운동권에서 활동하다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고, 56일 심리치료 체험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생의 전환점을 찾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오빠들도 결혼해서 각기 삶을 살고 있어 정작 엄마가 심하게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도 그 누구도 관심 갖지 못했다. 당신 스스로도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참는 것에 익숙해진 탓에 누구를 원망하기 보다는 이해하는 게 더 쉬웠으니,

그런 엄마를 보듬어 준 이가 바로 저자 은성이다. 삶에 부정적인 시선이 걷히면서 엄마를, 자신과 같은 여성의 삶이 눈에 들어옴으로써 작은 것 하나라도 함께 하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나누는 모습은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엄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모르고 있던 부분을 알아가는, 그럼으로써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도 커졌을 것이다.

이야기의 끝부분에 모녀가 이불을 꿰매며 이불 위에 누워 있을 때 엄마가 훌쩍 날아올라 자신의 삶을 돌아볼 때는 코끝이 싸아해지고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리고 급기야 그동안 묻어두었던 울음을 쏟아내고 말았다. 이제는 불러도 대답 없는 내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단발머리 깡충이며 아무 걱정 없던 그 때, 아버지는 시내에서 작은 구둣방을 하고 계셨다. 구두를 만드느라 거칠어진 손만큼이나 무뚝뚝했던 아버지는 정말이지 구두 만드는 일밖에 모르셨다. 덕분에 엄마는 손님을 상대하는 일은 물론 집안의 대소사까지 도맡아 하셔야 했다. 그 뿐인가? 넉넉지 않은 형편에 자식 넷을 키우려다보니 구둣방에 점원을 두는 대신 아버지 곁에서 소소한 일들을 거드셨다. 그래서 간단한 구두 수선은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아버지와 함께 구두 만드는 일도 하셨다. 아버지께서 만드는 구두는 남자 구두뿐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나만을 위한 구두를 만들어 주셨다.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라 다른 누구에게 팔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나를 위해 구두를 만든다는 흐뭇함으로 하셨을 것이다. 또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구둣방 앞에 좌판을 깔고 계절에 맞춰 과일이나 옥수수, 군밤, 군고구마 같은 것을 파셨다. 새벽에 아버지와 함께 구둣방에 가시면 밤늦게야 집에 오는 힘든 생활을 하시면서도 자식들에게는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으셨다.

엄마는 눈이 잘 보이지 않을 때까지 아버지 구둣방에서 일을 하셨고 급기야 자궁암 수술을 받고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셔야 했다.

  "그만 울거라. 아기들 놀란다. 나는 괜찮여. 그나저나 나야 이제 다 산 세상이지만 니가 걱정이여. 험난한 세상을 살다보면 힘들어서 죽고 싶다 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야. 그럴 때면 눈 질끈 감고 죽을만큼 힘을 내서 버티어야 헌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살 방도가 생기는 거여. 미안하구나, 엄마라는 사람이 힘들 때 도와주지도 못해서......."

 병실에 누워계신 엄마가 내 손을 잡고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그제야 그동안 힘들게 살아오신 엄마의 속마음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 때는 남편의 사업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그야말로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빚만 잔뜩 지고 모든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몰랐었다. 그래도 엄마 말씀을 기억하며 버티어냈던 것 같다.

엄마는 나에게 많은 것을 물려 주셨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뚝뚝하지만 성실해서 늘 변함이 없고, 거짓말 할 줄 모르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잘 버티어 내고.......

한평생 구둣방에서 일하시며 자식 넷을 키우신 엄마는 결국 그 흔한 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하신 채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래도 내 마음속에 엄마는 힘들고 어려웠던 모습보다는 내 구두 속에 사랑을 가득 담아주셨던 따뜻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딸로서 엄마와 오래 살고 싶었다는 바람, 가장 슬펐을 때는 동주가 병이 들었을 때고, 가장 기뻤을 때는 동주의 병이 나았을 때라는 것처럼 자식을 키우는 엄마의 삶 중심에는 자신보다 자식이 우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된다.

이제 이복동녀씨는 여든을 훌쩍 넘긴 연세로 퇴행성관절염으로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에 의지하고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기억도 조금씩 희미해져간다고 한다. 가끔씩 고향하늘 어귀를 서성이는 꿈을 꾸거가 남편이 쫓아오는 꿈을 꾸면 놀라서 깨어나 어쩔 줄 모르는, 그런 엄마를 위해 엄마의 삶을 만화로 담아낸 딸, 모녀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복동녀씨가 오랫동안 은수씨 곁에 머물러 주시기를.

이제야 깨닫게 된다. 내가 대신 하는 게 아니라 엄마의 슬픔이, 기쁨이, 즐거움이, 힘겨움이 다른 누가 아닌 나의 몫이라는 것, 그래서 엄마의 삶이 바로 내 삶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삶은 다른 누구의 삶보다 훌륭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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