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어떤 여성이 꽃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녀가 꽃에 물주기를 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우리는 꽃에 대한 그녀의 사랑을 믿을 수 없을 것이
다. 사랑이란 사랑하는 대상의 생명과 성장을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일이다.
적극적인 배려가 없는 곳에 사랑은 없다.‘
책속에서 알게 된 이 말이 처음에는 낯설기만 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든든함으로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당신의 사랑은 지금 행복한가요?’ 이 책은 아들러 심리학의 1인자로, 철학자인 저자의 모든 이들이 지금보다 좋은 사랑을 위한 바람을 담고 있다. 사랑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책이라고 하기에는 다루고 있는 내용이 체계적일 뿐만 아니라
다양함으로 읽는 동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얄팍한 생각과 행동으로 이성 보다는 감정에 치우쳤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솔직히 말하면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사랑에 대해 운운한다는 것은 젊은이들, 적어도 외형적으로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이들에게만 자연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 후에는 사랑보다는 정으로, 당연한 믿음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사랑은 나이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사랑으로 인한 기쁨과 슬픔, 상처와 아픔 역시 그 누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주변을 의식하여 겉으로 드러내질 못할 뿐이었다. 정말이지. 내가 사랑을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갓은 내가 언젠가는 죽기 때문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음이 차분해 지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오랜만에 진정한 카운셀러를 만날 수 있었다는 생각에 기분까지 좋아졌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내지 못한 속내를 드러내며 안녕하지 못한 내 사랑을 지금보다 좋은 사랑으로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한다.
연애와 결혼을 중심으로 하는 책 속에는 서툴고 힘든 연애. 결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행복해지기 위해 알아야할 사랑의 기술, 모두 4개의 부분으로 되어있다.
사랑의 관계는 여타의 관계보다 깊은 밀접함과 지속성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을 때 다른 관계보다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사랑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로 관계를 새로 만들고 싶거나 개선하고 싶으면 관계애서
원인을 찾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사랑은 능력의 문제이고 나아가서는 기술로 결혼을 하고나서도 관계를 가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상대는 자신의 소유물이 아니어서 붙잡아둘 수 없으니 질투 따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을 담고
있는 ‘서툴고 힘든 연애. 무엇이 문제일까?’
정말이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은 관계를 위해 항상 노력해야 한다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이 믿음은 내가 그랬던 것처럼 상대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함으로, 사랑역시 변함없으리라 여겼다. 이십 여 년 동안 서로에게 길들여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상대의 낯선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그런 일이 잦아지면서 사랑의 흐름을 인지하게 될 때까지 내 가슴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렇다고 대 놓고 따져보지도 못한 채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에 속아주는 사진을 마주하며 자꾸만
안으로 숨어드는 날을 보내야했다.
처음에는 상대에 대한 배신감과 원망은 알 수 없는 질투로, 그러다가 되돌아오는 것은 그러면서도 상대를 떠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원망이었다. 이제야 깨닫게 된다. 상대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은 사랑을 방치해둔 나의 아둔함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 당시에 과거에 연연하기 보다는 현재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것을, 지금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결혼은 두 사람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두 사람은 평생 함께 살고 싶은 마름을 굳게 결심하고 풀기
힘든 매듭을 함께 묶은 사이라는 것을, 사랑은 놀라움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상대를 부를 때 엄마, 아빠라는 말에서 벗어나 서로를 서로로 불러 서로에게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담고
있는 ‘결혼은 불행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어디에서 사랑의 매듭이 헐거워지기 시작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를 낳아 키우며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를 하면서 생활의 중심이 아이들에게로 옮겨지면서 상대는
당황스러운 고립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상대가 새로운 놀라움으로 마음을 돌리기 시작했던 때가, 게다가 서로 엄마, 아빠로 부르고 있었으니....... 거기에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더해져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나로서는 상대에게 조금의 곁조차 내어주지
않았다. 살아가야 할 이유가 아이들인 것처럼, 오히려 사랑을 입에 담는 것조차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쉼 없이 달려와 보니 어느새 쉰을 훌쩍 넘겼고 상대는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사랑을 품고
있었다. 그러고보면 상대를 탓하기 전에 이기적인, 오만했던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게 된다. 가장으로서 짊어졌을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을지 이해하는 마음을 가졌어야 했고,아이들을 목숨처럼 여기느라 곁을 내주지 않은 탓에 겉돌았을 상대의 외로움을 다독여주었어야
한다.
사랑은 찾아오는 것이지만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지금 나의 사랑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유를
갖고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우연한 만남을 필연적으로 운명, 인연으로 승화시킬지 여부는 전적으로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사랑이 경험인 이상 사랑에는 갱신해나가는 노력이 따라주어야 하며 그 노력은 상대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쁨의 노력이라는 것을, 사랑이라는 감정은 체험되는 시간을 공유할 수 있을 때 생기는 것으로 흐름의 과정이라는
것을,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사랑은 존재하는 것이고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를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조언해주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방향을 잡지 못해 서성거리던 발걸음을 멈추고 끝났다고 생각하는 내 사랑을
풀어본다. 상대의 마음속에 내 존재가 사랑이 아닌 정으로, 아이들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그 사실을 받아들일 때까지. 그리고 그런 관계로 지금까지 살아내고 있는 게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사랑하고 있는
것인지. 상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성숙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 오히려 상대의 마음속에 내 존재가 없다는 사실에 자신의 가치가 없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툭하면 어슴푸레 밝아오는 새벽을 맞이하면서 어느새 나는 세상에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날들을 버티어 내는 것만으로도 버거워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날카롭게
덤벼들 기세였다. 그러다 보니 몸이 지치고 마음도 따라 지쳐 살아가야하는 의미조차 갖지
못했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며 나는 내 사랑은 끝이 났다는 단정으로 상대에게 아이들 엄마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의 가슴에 품고 있는 다른 누군가와의 사랑을 애써 외면한 채. 이렇게도 살아지는 삶을 버티어내는 것이 전부로. 그러다보니 문득문득 차오르는 외로움에 마음이 아릿해지곤 한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끝나버린 사랑을 다시 품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지. 비둘기 서성거리는 가슴 깊숙한 곳을 들여다본다.
이십대의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삼십대의 안정적인 사랑을, 사십대의 무덤덤한 사랑을. 그리고 지금 텅 비어버린 가슴을 겨우 지탱해나가는 나에게 저자는 사랑의 기술로 행복해지라고
다독여준다.
상대를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을 버림으로써 상대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사랑은 강요할 수 없으므로 상대의 관심이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로 향해
있다면, 그래도 상대와 함께 하고 싶다면 상대가 관심을 옮겨간 그 누군가에 대해 생각하지 말고 일단 눈앞에
있는 사람과 잘 지내야겠다는 결심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는 것도. 그러기 위해 둘이 함께 하는 체험된 시간을 만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도.......
가슴 저 밑으로부터 무언가 꿈툴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끝나버린 사랑을 가슴에 품고 들키지 않으려 애를 쓰기보다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둘이 함께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야겠다는 치기어린 결심을 해본다. 머뭇거리던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어본다. 끝나버린 사랑을 다시 시작하며 저자가 알려준 사랑의 기술로 언젠가는 행복한 웃음을 지을 수
있기를. 아릿한 내 사랑을 가슴에 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