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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참 많다. 그렇지만 내가 해 줄 수 있고 내가 해 주고 싶은 그 것들이 진정 사랑하는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도 많음을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기뻐할 선물은 할 수 있지만 선물로 나를 향한 그의 사랑은 살 수 없고, 그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과거의 추억을 선물할 수 있지만 그 사람에게 미래의 시간을 연장하거나 내 시간을 양도할 수 없다. 그 사람을 위한 완벽한 계획, 나의 헌신, 삶의 동기를 부여하고 싶은 소망, 불확실한 미래를 선명하게 만들고 싶은 나의 열망. 이 모든 것들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일까? 내 사랑하는 사람이 가고 싶어하는 그 곳일까? 아니면 내가 가고자 하는 그곳일까?
「당신의 완벽한 1년」은 오랜만에 읽어보는 사랑을 모티브로한 소설이다. 교차하는 두 명의 남녀 주인공의 사랑과 일상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쉽게 또는 가슴 아프게 이별을 하고 우리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내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그 것들이 과연 상대방에게도 사랑이었는지, 우리의 우연한 일상이 어떻게 필연과 연관이 되어 있는지, 내가 내 주관대로만 살아가면 과연 행복할 수 있는지, 남이 선물한 내 일상이 나에게 전혀 쓸모가 없는 것인지,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과 실패의 조건 그리고 나에게 익숙한 것들을 계속하면서 따분한 인생을 살 것인지 흥미로운 인생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나에게 깊은 메시지를 주었다.
내 나름의 서평이다 보니 너무 내 감상에만 치우친것 같다. 사실 「당신의 완벽한 1년」은 내가 앞서 쓴 글처럼 지나치게 심오하거나 아주 많은 생각을 해야하는 그런 류의 소설은 아니다.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다. 장편소설이지만 책 뒷표지를 덮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주 매끄럽게 잘 읽혀지고 이야기의 전개도 빠른 편이라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남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조건 - 돈, 명예, 건강, 외모 -를 고루 갖춘 남자 주인공 ‘요나단’과 자신에게 주어진 한계를 스스로 극복해 나가며 자신의 내일은 물론 사랑하는 연인 ‘지몬’과 행복을 꿈꾸는 여자 주인공 ‘한나’, 그리고 요나단과 한나의 친구들, 이제는 남이된 사랑, 그들의 가족들이 「당신의 완벽한 1년」을 아주 탄탄한 플롯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요나단의 손에 우연히 쥐어진 그 한 권의 다이어리. 그 다이어리를 통해 요나단은 자신의 일상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자신의 삶이 어디에 소비되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아닌 분명 다른 사람에게 선물되었을 그 다이어리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나중에는 그 다이어리에 적혀 있는 내용대로 1년을 살아가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지금까지 삶의 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한다. 반면, 한나는 상실감 속에서 자신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소진되어 버린다. 이 두 사람의 시간을 소설은 각각 보여준다. 그리고 머지 않아 굉장한 반전이 숨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당신의 완벽한 1년」은 어떻게 다시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는 사람. 지난 사랑에 상처받고 또 다른 사랑은 나에게 없을 것이라 단정하는 사람, 어떻게 살아가야 내 삶을 진정 가치있게 살아갈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너무 과장되지 않고, 타인의 슬픔과 기쁨에 너무 깊이 간여하지 않는 필자의 전개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든 소설이다. 때로는 현미경처럼 너무 자세히 작가가 묘사하면 내가 내 감정이 아닌 작가의 감정에 자꾸 맞춰가며 책을 읽고자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를 위한 완벽한 1년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