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슈퍼 히어로가 되다

정약용, 슈퍼 히어로가 되다 ㅣ 탐 철학 소설 25
박석무.김태희 지음 / 탐 / 2016년 4월

역사를 공부하면서 때로 그 역사적 인물들에게 궁금한 것을 바로 물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많은 선택지 가운데 왜 '그것'을 선택하여 역사의 수레바퀴를 그 방향으로 남겼는지, 어떤 동기로 '그 방면'에 심취하게 되었는지를 말이다. 유명한 역사학자들의 해석과 다양한 연구활동 덕분에 많은 부분 궁금증이 해소되지만 당사자가 아니면 도저히 설명이나 해명이 불가능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토토북에서 출간되고 있는 '탐 철학소설 시리즈'는 주 독자층인 청소년들이 유명한 철학자, 사상가, 작가 등을 주인공이 되는 청소년들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며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다소 어려운 핵심 사상이나 철학, 작품을 쉽게 풀어가고 있다. 이번 소설의 제목을 주인공은 '정약용 선생'이시다.

이번 이야기는 고등학생인 진이가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시간여행을 통해 조선시대 정약용 선생을 만나 자신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고 동시대에 선생과 함께했던 유명인사들과도 만남을 갖는다.

정약용 선생은 우리나라 역사의 여러 분야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분이시다. 《경세유표》, 《목민심서》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선다. 조선시대 최고의 실학자이자 수원성을 건축한 과학자, 문과에 급제하여 왕의 총애를 받았던 선생이 청소년을 위해 슈퍼 히어로로 돌아온 것이다.

일단 <정약용, 슈퍼 히어로가 되다>는 이야기의 전개가 재미있다. 선생과 함께 수원성을 여행하고 역사 속의 인물들과 만나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진이가 궁금한 것을 나대신 질문하고 있다. 역사와 재미를 동시에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 “공직의 직위에 있는 사람은 자기관리를 잘하면서 권위와 신뢰가 있어야 잘 통솔할 수 있고, 무엇보다 청렴해야 주변 사람이 함부로 여기지 못한다.”(분문 p.91 요약)고 말해주고 부지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말하고 있다.

우리 역사에서 위인을 찾고 있는 청소년, 자녀와 함께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복수는 나의 것

복수는 나의 것 ㅣ 탐 청소년 문학 19
최영희 외 지음 / 탐 / 2016년 5월

사람은 살아가면서 힘든 경우를 많이 겪는다. 때로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정말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에도 열을 올리며 해결하려 할 때도 있다. 사람의 여러 감정 중에서 가장 복잡한 감정은 용서와 화해, 그리고 복수를 해야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려 하다 거의 마지막 순간에 떠올리는 것이 바로 '복수'이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직접적인 복수가 있는가 하면 정작 상대방은 눈치도 못 챘지만 본인은 복수를 통쾌하게 했다고 선언만하는 소극적인 복수도 있다. 가능한 몇 몇의 시나리오를 구상하다 중도에 대개는 포기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크던 작던 나와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이 미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야 복수라는 게 부질없고 돌고 돌아서 결국에는 나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됐지만 청소년들에게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여기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의 각기 다른 일곱 번의 복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복수는 나의 것>은 청소년 사이에서 일어나는 따돌림, 폭력, 무관심, 차별, 사회적 불의에 대한 응징과 해결의 과정이 담긴 복수에 관한 책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읽으면 재미있을 책이지만 학부모인 내가 읽어도 흥미롭고 그 메시지가 전해진다.

아날로그적인 복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미래의 복수, 환타지적인 복수, 친구들이 팀을 이뤄 어른들의 사회에 날리는 복수가 모여 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정도의 복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쌓이는 것을 그대로 방치하면 썪고 결국에는 큰 탈이 나게 된다. 그 배출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이 때로 성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는 유치하고 말도 안되는 일로 고민한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도 우리들처럼 그들만의 세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이 든다. 고민의 경중을 논하기 앞서 그들의 시선에서 그들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지혜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이 책을 보는 내내 들었다.

각각 다른 작가들이 각각의 단편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그 분량의 제한에 앞서 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빠른 호흡과 갈등의 생성과 해결의 명쾌함이 좋았다. 몇 몇의 작품은 갈등의 연결고리를 보다 명확히 하여 장편으로 작성되어도 아주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쪼록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부모와의 생각 차이로, 어른들의 욕심으로 청소년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네 자녀들이 겪고 있는 크고 작은 문제들이 이 책에서처럼 잘 해결되고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며 이 책을 덮는다.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 - 오늘도 협상에 데인 당신을 위한 거래의 심리학
로렌스 서스킨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청림출판 / 2016년 5월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

협상의 궁극적인 목표는 너도 나도 만족할 수 있는 윈윈(win-win)의 상태일 것이다. 크던 작던 간에 협상에는 이권이 개입되어 있고 양보는 즉 패배로 인식되며 협상 테이블에는 언제나 긴장감이 감돈다. 때에 따라서는 전운이 감돌 경우도 있다.

협상은 비즈니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정치 등과 같은 공적·경제적 영역 뿐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거래 관계에서도 발생한다. 따라서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상대와 경우에 따라 각기 다른 전략으로 임해야 협상에서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는 하버드 로스쿨 협상 프로그램의 공동창시자인 로렌스 서스킨드 Lawrence Susskind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교수의 저서이다. 나처럼 협상이나 분쟁조정과 관련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사람은 물론 앞서 말한바와 같이 공무원, 정치가, 비즈니스맨 등 협상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전문 분야 종사자도 심도 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아직도 협상이 어려운가》는 분쟁이나 갈등, 적당한 타협 없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6가지 원칙이 정리되어 있는데 그 목차는 다음과 같다.

나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유인하라 – 교역지대로 유인하기

더 가질 수 있는데 왜 멈추는가 – 파이 키우기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상대방을 내편으로 만들어야 이길 수 있다 – 협상 파트너 돕기

모든 상황을 최대한 대비하라 – 갈등 대비하기

승리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도록 – 협상 교육하기

이 책에는 협상과 관련된 사례들이 나와 있는데 나는 특히 지역이기주의, 정책과 관련 거칠게 반대하는 대중 들과의 협상 방법이 아주 유용했다. 막연히 협상의 대상자를 얕잡아 보거나 교육이 필요한 대상으로 간주했다가는 설득은 물론 협상 테이블에 함께 앉을 수도 없다는 각성이 들었다.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전문가를 통해 하는 것 중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고, 외부 갈등을 해결하기 이전에 내부, 즉 내가 소속된 곳의 다른 부서와도 교류를 통해 컨센서스를 이뤄야 궁극적으로 함께 만족할 수 있는 협상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 같은 경우 몇 번의 거래를 하면서 속된 말로 ‘내가 가지고 있는 패’를 상대방에게 너무 쉽게 보여주고, 내 니즈를 정확히 알지 못해서 상대방에 휘둘려서 거래를 마치고는 ‘내가 손해를 본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경우가 있다.

만약 이 책을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나의 각(角)도 세우고 교역지대에서 ‘밀당’을 통해 유리한 조건으로 이끌어 냈을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나와 협상 테이블에 나와 있는 사람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릴 레벨에 있는 사람 인지부터 확인하고 조건부 거래를 통해 파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그런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해야겠다.

이 책을 통해 나의 지난 협상들을 반추(反芻)해 보고 미래의 협상 전략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협상을 직접 해야하거나 관리해야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 ㅣ 소설Blue 4
김근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4월

고등학교 1학년. 그렇게 힘들다는 중2병을 이겨내고 명예롭게 고등학교에 입성한 우리의 청소년들은 과연 내가 그들을 바라보듯 여전히 어리고 불안정한 상태라고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제 불의를 보고 타협하지 않고 남의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가는 제법 어른스러움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공부만 하면 되는 그들은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또 어떤 사랑을 키워가고 있을까?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 오자서를 중심으로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OHSC)’의 고등학교 1학년~3학년 사이의 학생과 선생님, 명문 똥통 고등학교인 우수고를 중퇴한 후 조직을 구성한 무시무시한 선배와 친구들의 갈등을 중심으로 고등학생다운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재미있는, 때로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청소년 소설이다.

오자서는 명문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불의를 참지 못하고 대형 사고를 친 대가로 이름만 우수한 우수고등학교로 강제전학이 된다. 똥통 중의 똥통인 우수고등학교에는 날나리 중의 날나리들이 득실거리고 선생님은 거의 혼자 수업을 진행한다. 눈에 띄는 미소녀 소피아. 소피아도 오자서 못지않게 큰 상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힌 오자서는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한다. 하지만 전학생들에게 쏠리는 관심은 오자서를 빗겨가지 못하고 전학온 첫날부터 스펙타클한 일들이 벌어지고 원치 않게 휩쓸려 주먹질까지 하게 되는 일들이 벌어진다. 한마디로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사고는 또 다른 사고로 이어지고, 이 대형 사고를 통해 오자서의 집, 아버지와의 관계 등이 밝혀지는데........

책의 내용을 너무 소상히 밝히는 것은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여기에서 중략!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은 ‘똥’과 같이 더럽지만 늘 우리 곁에 함께하고, 누군가가 치워야 하는 그 일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를 고등학생들의 시선에서 다루고 있다. 재미있는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장면이 살아나고 그들의 거친 숨결과 서툰 발차기가 느껴진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장면 묘사가 탁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그 무엇인가를 담고 살아가고 있다. 어릴 적에는 학업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표현의 거부에 대한 두려움, 가족들과의 회복되지 않을 것 같은 갈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이 책에는 이러한 두려움도 스트레스로 표현되어 있다. 두려움에서 머물지 않고 자신 있게 한걸음 옮기며 내일을 향하는 청소년들의 도전도 담겨있다.

고등학생. 큰 포부를 가지고 내일로 달려가고자 강렬한 자아에 대한 욕구가 있지만 현실은 그다지 녹록치 않다. 《우수고 스트레스클리닉》을 통해 불안정해 보이는 우리 청소년들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살며시 엿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코 우수하지 않은 우수고등학교의 OHSC 단원들이 우수하게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그 과정을 통해 소설이라는 문학적 장르의 재미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그런 소설이었다.

강릉

강릉 ㅣ 윤후명 소설전집 1
윤후명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4월

‘강릉’은 이 책 《강릉》의 저자인 윤후명님의 고향이다. 《강릉》을 읽으면서 작가의 옛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수필인 것도 같았고 일기인 것 같기도 했으며 기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수바위’를 찾으면서 ‘나’는 너무도 친근했던 고향이 낯설어 짐을 발견하고, 어머니의 뼈를 뿌린 바다를 바라보며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머리만 남은 처녀의 혀를 찾는다.

한참 만에 만나 ‘나’의 고향에서 ‘잠시’ 동안 혼자 남겨진 여자는 약속 시간에서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자를 발견하고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반기려 하지만 다가서지 못한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이상한 걸 느꼈던 거예요.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던 거예요. 순간 무서웠어요. 그래서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본문 p.175) 어쩌면 고향은 과거와 맞닿아 있어 현실에서 다가서기 두려워지는 그런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고향이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모님의 이야기와 함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주 연세가 많으셨던 선친에게 들었던 옛 이야기들이 이 책 《강릉》에 담겨져 있어 마치 아버지와 교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의 흔적을 찾기 위해 너무도 친숙했던 낯선 공간을 여행하는 ‘나’의 모습에서는 앞으로 내가 마주할 그 낯선 고향의 모습이 어떠할지에 대해 먼저 경험할 수 있었다.

《강릉》에는 지명은 물론 인명도 실명으로 나온다. 때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책에 언급된 이가 저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 사람인지를 검색해 보기도 했다. 사실 나는 강릉에서 짧은 기간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 기간 동안 메르스로 인해 단오제가 취소되기도 했었는데 그 ‘사실’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책에 언급된 ‘성산’이 어느 지역인지도 잘 알고 있다.

또한 동해 바다에서 떠오르는 그 장엄한 아침 해를 보며 왜 일출을 소의 혓바닥으로 비유했는지도 이해가 됐다. 이 소설 《강릉》에서 ‘나’는 일출을 보며 그녀와 입을 맞추고 그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바다로 향하는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도 느낄 수 있고 산 속 외딴 곳에 떨어진 산지기 외딴 집을 찾아 함께 여행도 떠나본다.

나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낯선 집주인’이 처녀인 여자에게 왜 자신의 묘자리를 비유적으로 알려 주었는지, 대관령과 강릉의 바다, 지역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이 소설 《강릉》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인을 꿈꾸었던 저자가 직접 쓴 많은 시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시를 품고 있는 소설, 시가 이끄는 소설, 내 생각을 대변해주는 시를 통해 《강릉》으로 마음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윤후명님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장소 강릉, 그 강릉의 헌화로를 만나고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장소들로의 여행도 흥미로웠다.

몇 권 되지는 않지만 ‘00 문학상 수상집’ 책들이 책꽂이에 몇 권 꽂혀 있다. 당연히 윤후명님의 단편 소설이 수상작으로 결정된 그 해의 작품집도 있다. 앞으로도 신작으로 자주 만나 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