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릉 ㅣ 윤후명 소설전집 1
윤후명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4월
평점 :
‘강릉’은 이 책 《강릉》의 저자인 윤후명님의 고향이다. 《강릉》을 읽으면서 작가의 옛 이야기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때로는 수필인 것도 같았고 일기인 것 같기도 했으며 기사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수바위’를 찾으면서 ‘나’는 너무도 친근했던 고향이 낯설어 짐을 발견하고, 어머니의 뼈를 뿌린 바다를 바라보며 호랑이에게 잡아먹히고 머리만 남은 처녀의 혀를 찾는다.
한참 만에 만나 ‘나’의 고향에서 ‘잠시’ 동안 혼자 남겨진 여자는 약속 시간에서 한참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남자를 발견하고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반기려 하지만 다가서지 못한다. <가까이 다가갔을 때 이상한 걸 느꼈던 거예요.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았던 거예요. 순간 무서웠어요. 그래서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본문 p.175) 어쩌면 고향은 과거와 맞닿아 있어 현실에서 다가서기 두려워지는 그런 공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고향이 다른 지역과 차별성을 갖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부모님의 이야기와 함께하기 때문인 것 같다. 아주 연세가 많으셨던 선친에게 들었던 옛 이야기들이 이 책 《강릉》에 담겨져 있어 마치 아버지와 교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의 흔적을 찾기 위해 너무도 친숙했던 낯선 공간을 여행하는 ‘나’의 모습에서는 앞으로 내가 마주할 그 낯선 고향의 모습이 어떠할지에 대해 먼저 경험할 수 있었다.
《강릉》에는 지명은 물론 인명도 실명으로 나온다. 때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책에 언급된 이가 저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 사람인지를 검색해 보기도 했다. 사실 나는 강릉에서 짧은 기간 살았던 경험이 있다. 그 기간 동안 메르스로 인해 단오제가 취소되기도 했었는데 그 ‘사실’도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책에 언급된 ‘성산’이 어느 지역인지도 잘 알고 있다.
또한 동해 바다에서 떠오르는 그 장엄한 아침 해를 보며 왜 일출을 소의 혓바닥으로 비유했는지도 이해가 됐다. 이 소설 《강릉》에서 ‘나’는 일출을 보며 그녀와 입을 맞추고 그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있다. 바다로 향하는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소리도 느낄 수 있고 산 속 외딴 곳에 떨어진 산지기 외딴 집을 찾아 함께 여행도 떠나본다.
나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던 ‘낯선 집주인’이 처녀인 여자에게 왜 자신의 묘자리를 비유적으로 알려 주었는지, 대관령과 강릉의 바다, 지역이 저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이 소설 《강릉》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시인을 꿈꾸었던 저자가 직접 쓴 많은 시들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시를 품고 있는 소설, 시가 이끄는 소설, 내 생각을 대변해주는 시를 통해 《강릉》으로 마음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윤후명님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장소 강릉, 그 강릉의 헌화로를 만나고 지금은 사라진 추억의 장소들로의 여행도 흥미로웠다.
몇 권 되지는 않지만 ‘00 문학상 수상집’ 책들이 책꽂이에 몇 권 꽂혀 있다. 당연히 윤후명님의 단편 소설이 수상작으로 결정된 그 해의 작품집도 있다. 앞으로도 신작으로 자주 만나 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