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아시아 제42호 2016.가을 - 도시와 작가들
아시아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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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시아 문학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이번에 읽은 《계간 아시아 2016 가을》를 펴낸 도서출판 아시아에서 선보인 《물결의 비밀》을 통해 낯설지만 정서적으로 친근할 수 있는 중국, 필리핀,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각국의 작가들의 단편을 만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오랜 동안 이웃으로 지내면서 이름을 모르는 그런 사람을 어느 날 갑자기 인식하였을 때의 충격처럼 그 들의 글을 통해 그들의 전설을 만났고 역사 속에 묻힌 평범한 어느 한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아시아 작가의 작품도 기회가 되면 많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번에 읽은 《계간 아시아 2016 가을》는 문학 잡지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한 때 유행했던 정기구독을 통해 문학잡지를 본 적은 있지만 내 손과 관심에서 떠난지 아주 오래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문학잡지가 있는지, 게다가 10년이 넘도록 아시아 문학을 소개하는 잡지가 있었는지 까마득히 잊고 살았고 어쩌면 관심조차도 없었다. 지난 《물결의 비밀》처럼 이번 이 《계간 아시아 2016 가을》도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이번 호에 실린 에세이, 단편소설 중 9개국 9명의 대표 작가들의 ‘도시와 문학’에 대한 에세이가 특히 흥미로웠다. 몇 몇 작품들은 영어도 함께 실려있어 서툰 실력이지만 에세이를 영어로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나는 그 어떤 전쟁도 도시에 들이닥친 후 승리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중략) 우리는 모두 주어진 시간을 채우면 떠나야 한다. 도시는 우리보다 먼저 와 있었고, 우리가 떠나도 계속 머물러 있을 것이다.” (네르민 일디림, 아름다운 나의 도시여 중에서, 본문 p.40)


그렇다, 도시는 우리 곁에 늘 다른 모습으로 역사이래로 지금까지 살아있고 우리의 선조들과 우리는 이미 떠났거나 언젠가 이 도시를 떠날 것이다. 도시의 역사는 계속 되니 말이다.


9편의 에세이 외에 제3회 심훈문학대상을 수상한 베트남 작가의 소설이 안내되어 있고 시와 단편소설, 서평이 실려있다. 중국작가인 비페이위의 소설 ‘퍼붓는 듯한 비’ 작품도 재미있게 읽었다.


모두가 정해진 편안한 길을 걷고 익숙한 음식만 먹는다면 이 세상은 참 무료하고 따분할 것 같다. 탄산수를 처음 마시면서 물이 이렇게 청량감을 줄 수 있구나하는 감탄을 하듯 특톡튀는 아시아 문학을 만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 깊어가는 가을에 가을을 느끼며 좋은 문학 작품에 취해도 좋을 것 같은 그런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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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마르탱 파주 지음, 김주경 옮김 / 열림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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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나 표지, 작가, 몇몇의 짧은 추천의 글을 보며 이 책을 읽을지 또는 구입할지 여부를 결정할 때가 있다. 또 반대로 이런저런 생각이 간섭할 여지가 없이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알 수 없는 확신이 설 때도 있다.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이 책 안내를 처음 보았을 때 일단 프랑스 작가의 글이라는 점과 단편이라는 것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몇 몇의 프랑스 작가의 글들을 보면서 굉장히 독창적이란 생각을 해왔고 단편은 원래 내가 좋아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다소 위험스러웠지만 나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마르탱 파주’라는 한 명의 프랑스 작가를 만나게 된 것이 큰 기쁨이란 생각이 든다.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총 7편의 단편이 소개되어 있다. ‘대벌레의 죽음’,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멸종 위기에 처한 남자’, ‘평생직장에 어울리는 후보’, ‘내 집 마련하기’, ‘벌레가 사라진 도시’, ‘세계는 살인을 꿈꾼다’ 범상치 않는 제목과 같이 평범하지 않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어떻게 이렇게 특이한 소재를 통해 외면은 화려하지만 내면은 쓸쓸한 현대인의 모습을 비유로 나타낼 수 있는지, 작가 자신이 독자와 또 진정한 독자인 자신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어떻게 우회적이면서도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물론 빠른 호흡에 함축된 메시지를 나 스스로 즐기기를(?) 좋아하는 내 성향에 잘 맞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7편의 단편 중 특히 ‘대벌레의 죽음’과 ‘아무도 되고 싶지 않다’, ‘벌레가 사라진 도시’의 메시지가 내 마음속 깊이 남는다. 죽은 것 같지만 살아있는 대벌레와 반대로 살아있으되 공식적으로 살해된 것으로 간주되는 라파엘, 내가 아닌 나에게 내 삶을 잠시 맡기면서 불안하면서도 그 관계 정리에 기대를 걸고 있는 필립, 땅 속과 공중의 모든 곤충이 사라지고 동물마저 떠나버리는 도시에서 죽었지만 영원히 죽지 못하는 사랑하는 이에게 평화를 주기위해 도시를 떠나는 ‘나’를 이 책을 통해 만났다. 어쩌면 겉모습은 ‘나’이지만 ‘나’를 떠나 정말 그 무엇에도 속박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나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많은 책임감을 필요로 하다고 말하는 이 소설의 저자 마르탱 파주. 그가 던지는 메시지는 나는 과연 나로 살아감에 만족하는가? 나의 내면에 집에 다른 사람을 기꺼이 초청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가? 벌레가 존재해야 그 존재가치가 있는 해충 박멸업체들처럼 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은 알고 있지만 나의 이익을 위해 그 문제를 조금은 살려 두고 있지는 않는가? 등과 같은 질문을 남기고 있다.

 

좋은 스토리와 깔끔한 편집이 일품인 그런 소중한 책이었다. 이 가을, 내가 꿈꾸는 나를 이 책을 통해 만나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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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학교 :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인생학교 How to 시리즈
데이먼 영 지음, 구미화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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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운동은 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하루 일정이 되었다. 운동을 한 날이면 뿌듯했고 어쩌다 운동을 거르면 아주 중요한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 학생처럼 그 하루가 편하지 못했다. 운동이란 것에 별다른 흥미도 없었는데 어쩌다 운동에 이처럼 몰입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나만의 시간을 가장 알차게 가꿀 수 있는 것이 운동이라는 그 가치를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 운동이 근육을 단련하고 체중을 줄이며 몸매를 아름답게 바꾸는 그 역할 외에 과연 어떤 가치가 있어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탐닉하게 되는 것일까?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 How to Think About Exercise>는 참 흥미로운 책이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는 운동하는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일 것이라 추측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운동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놓은 책이란 개인적인 인상을 받았다. 근력을 단련하고 남들보다 빨리 달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고 전문적이면서도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운동에 대해 근원적으로 다가서면서 다수의 사례를 들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 책이란 개인적인 생각이다.

 

과거 육체의 활동과 정신적 활동은 완전히 차별된 것이고 운동선수는 머리가 나쁠 것이고 철학자나 작가는 몸이 허약할 것이라는 편견을 이 책은 경계하고 나아가 육체와 정시의 조화를 통해 우리 삶이 궁극적으로 어떻게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중요한 문제들을 문학·철학 등의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한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The School Of Life’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몰입하고 있는 운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지적으로 운동하는 법>1강 공상을 시작으로 자부심, 희생, 아름다움, 겸손, 아픔, 일관성, 숭고함, 일체감까지 총 9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찰스다윈이 걸었던 생각하는 길을 함께 걸을 수 있고 팀플레이를 통해 희생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암벽과 산을 홀로 올라가며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겸손이 설명되고 있고 요가와 같이 정신적인 운동을 통해 숭고함의 가치를 만나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운동은 사실 육체적인 활동으로 정신적 활동은 많이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통해 프로 운동선수이던 취미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던 각자의 목표한 바가 있어 운동을 하고, 그 운동에는 모두 서로 다른 철학과 꿈이 스며들게 된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우리 몸의 각 기관들이 조화롭게 공존해야 우리가 행복을 누릴 수 있듯 건강한 사람들이 건강한 가정,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었드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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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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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으로 우리가 마음가짐으로 생각하는 그 ‘프레임’의 포지셔닝에 따라 왜 착각과 오류를 불러오고 애매함과 왜곡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이런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체적으로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담은 최인철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의 저서이다. 이 책은 《프레임》의 10주년 기념 증보판으로 메르스와 같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을 심리학의 관점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

 

《프레임》은 저자가 프롤로그를 통해 밝혔듯 ‘프레임이라는 개념 자체를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실천법보다는 근본적인 지식을 전달함으로써 대중서이지만 학술서의 격을 지키려고 했다.’(본문 p.7)의 말씀이 이 책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간 얕고 넓게 심리학과 관련된 국내외 저서 몇 권을 읽어봤는데 이론을 소개한 책들은 나에게 지나치게 딱딱했고 실천적인 팁들을 제공하는 책들은 지나친 모듈화를 통해 그저 읽고 마는 책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프레임》은 실례를 소개하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각각의 ‘프레임’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수준으로 절제되어 있어 넘침이 없고, 깔끔한 그래프와 책을 보면서 각자의 프레임을 점검할 수 있는 간단한 도구(그림 등)를 통해 나 역시 일반인들과 다름이 없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흥미 위주의 심리학 저서를 접했거나 이론서 위주의 심리학 저서로 순수한 심리학 도서의 독서 흥미를 읽은 사람들이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프레임》을 통해 상기하게된 사실은 ‘세상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절대 바꿀 수 없다.’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못함에 따라 내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 없이 많은 좌절과 왜곡을 만들어 궁극에 내 삶을 어둡고 힘든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책에서 소개되었다 시피 내가 분홍빛 세상을 희망한다면 분홍 안경을 쓰면 충분하지 세상을 모두 분홍색 페인트로 칠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읽어온 심리학 관련 책들을 통해 알고 있는 사례들과 개념이 잘 잡히지 않았던 의미 등이 이 책을 통해 잘 정리되고 체계를 잡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론과 실례가 잘 조합되어 있어 읽어 나가는데 아무런 걸림이 없었고 그 깊이도 깊어 심리학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을 비롯하여 전 연령대의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참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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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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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늦은 시간에 책읽기를 시작하다 평소 잠드는 시간을 지나치면서 내일 일정 때문에 책을 덮고 잠을 자기 위해 불을 꺼야하는 날이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고 마무리 될지가 너무 궁금해서 다시 불을 밝히거나 아예 새벽에 일어나 책을 마저 읽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번에 《트랩》이 나의 규칙적인 생활리듬에 작게 타격을 주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책 읽기를 마쳤기 때문이다.

 

《트랩》은 말 그대로 함정(trap)이다. 심리 스릴러 소설로 12년 전에 동생을 잃고 그 이후 자신의 집 안에서만 살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린다’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공포와 싸우고 바깥세상과 자신의 삶을 엄격히 구분하며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텔레비전을 통해 자신의 그 오랜 공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고 그 공포를 근본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함정 trap'을 치밀하게 준비한다.

 

동생을 죽인 살인범의 신분에서 유명 언론인으로 변한 남자, 그 남자로부터 자백을 받아내고자 하는 피해자의 언니인 린다. 이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심리전이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심리 스릴러 소설은 그 심리의 흐름에 따라 호흡이 가쁘고 문체는 거칠게 생략되며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트랩》의 문체는 정말 사실적이고 그 주변의 상황이 대단히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긴박함이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마치 창 밖 세상은 사나운 폭풍우에 나무가 바람에 휘날리는데 안전한 실내에는 쾌적한 에어컨이 가동되며 은은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것처럼 작가의 멋진 필력에 함께 녹아있다.

 

《트랩》을 읽는 동안 ‘선’과 ‘악’, ‘확신’과 ‘불확신’, ‘나의 계획’과 ‘타인의 의도’ 등 상반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때로 감당할 수 없는 큰 일이 생겼을 때 가족 간에도 불협화음과 불신이 생기곤 하는데, 이 책의 주인공 ‘린다’도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다. 자신이 목격한 것이 사실인지, 아니면 경찰과 가족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지 결정적인 순간에 혼란스러워 한다. 자신이 본 것과 이해한 것이 자신이 계획한 함정에서 벗어나 버리는 순간에 또한 자신을 의심한다. 어쩌면 우리는 완벽을 추구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완벽이라는 것이 나 자신의 세계에서만 완벽임을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트랩》은 오랜만에 읽어본 심리 스릴러 소설로 그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등장인물의 심리를 주관적이면서도 객관적인 시각으로 섬세하게 다룬 필자의 문장력에 감탄하며 읽을 수 있었다. 머지않아 영화로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아주 기대가 크다. 새벽잠을 포기해야 했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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