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딘 리클스 지음, 허윤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3591094756107'죽음'을 부정적이게만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책을 읽게 되었다. 죽음을 마냥 반기라는 설득이 아니라, 죽음이 있기에 삶이 더 가치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음은 싫은 게 당연한데도 그 의의를 어떻게 찾아서 독자를 설득할 지 궁금했다. 핵심은 삶의 유한성이다. 삶이 유한하기 때문에 우리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도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삶을 더욱 적극적으로 살아간다. 인생에 걸쳐 이루어지는 선택들은 그 기회가 유한하기 때문에 더욱 가치가 있다. 누구에게나 한정된 자원, 시간 속에서 사람은 기회비용을 치르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 모든 옵션을 언젠가 경험해볼 수 있다면 지금의 선택은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게 비싼 대가를 치르고 한 선택이 의미 있어지는 게 왜 중요하냐 하는 의문이 다시 생긴다. 사람은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유일한 동물이다. 내가 쓰는 시간과 노력에서 가치를 찾지 못할 때 근본적으로 '내가 왜 사나'하는 회의를 느낀다. 그런데 인간의 삶이 무한하다면 삶의 가치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풍족한 환경에서도 늘 새로운 자극을 찾는데, 무한한 기회는 사람이 그 무엇에도 큰 자극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에 치우치는 태도와 미래에 치우치는 태도 사이에서 물론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죽음은 가치 있는 것이니 죽음을 꺼리지 말고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이 책의 가치는 죽음을 새로운 관점으로 생각해보는 데 있다. 독자로 하여금 발상의 전환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저자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너무 크고 무겁지 않은 분량과 문체의 이 책은 목적에 잘 맞다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명한 책 <오리진>의 저자가 신간을 냈다. 저서 3부작 중 마지막 편이라는 이 책은 인간의 문명이 인간의 어떤 특성으로 인해 흘러왔나를 설명하고 있다.


생물의 진화가 어떤 목적에 가장 합당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오히려 역으로, 모종의 이유로 이루어진 진화의 결과로 양상이 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생각해보면 문명도 그래 보인다.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모습이지만, 이것이 최선인지도 알 수 없고 아직도 현대문명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 문명은 인간이 이루는 것이고, 때문에 문명의 역사와 미래를 알려면 인간을 알아야 할테다.


물질적이고 유한한 존재인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은 현실에 기반한다. 인간이 감지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정신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신체적 결함과 이로 인한 인지적 결함은 문명에도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착안하여 신선한 시도를 한다. 문명을 설명할 때 그 원인을 인간의 어떠한 결함에서 기인한 독특한 본성에서 찾았다.


정신적ㅁ문화적 활동은 인간에게 주어진 신체적 조건 하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제가 당연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합리적 사고와 과학의 발전을 기반으로, 인간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한다. 때문에 저자의 이런 관점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


내재적 특성과 한계로 말미암아 생기는 성향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사고에서 아무리 합리성을 추구하더라도, 모든 사고는 근본적으로 신체가 허락하는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인간의 결함에 기반한 특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결함을 인지할 때 인간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사고(思考)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을지 경계할 수 있지 않을까.



간접적 호혜성을 뒷담화로 연관지어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 글의 매력을 느꼈다. 인문학 서적으로 많이 읽힐 책이 될 것 같다. 티저북엔 없는 미주를 확인하고 싶다. 출간을 기다려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못된 토마토 - 넘어진 마음을 다시 일으켜 주는 판다 이야기
최종태 지음 / 마음의숲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주 귀여운 판다 책이 출간 작업 중에 있다길래 표지 투표도 해가며 기다렸다.

표지부터 마음이 살살 녹게 귀여운 책을 선물 받아 제일 먼저 읽어 볼 수 있었다.


판다 사진에 동화 같은 이야기를 입힌 책이다. 실제 판다 이야기는 아니고, 판다가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책에 담긴 사진은 리리와 신신)

이야기를 읽기 전에 책 지면에 가득 담긴 판다 사진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 모든 모습이 귀엽다!


이야기에는 삽화 대신 적절한 사진이 들어가 있는데 '우울함을 느끼는 판다' 장면에서는 누워있는 뒷모습이 너무 짠해서 슬프다,, 그냥 볼 땐 마냥 귀여웠는데ㅜㅜ 그렇게 이야기를 입히니까 슬프잖아요ㅜㅜ 하지만 당연히 희망을 주는 힐링 책인만큼 귀여운 미소로 끝난다.


푸바오 팬이라면 익숙할 주토피아 카페에 올라오는 송바오 사육사님의 동화와 비슷한 느낌이다. '판다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 같아~' 하는 이야기라서 참 귀엽다. 송바오 님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도 좋아할 것!


우울함이나 무력감을 느끼던 사람들이 푸바오를 보며 많이들 힘을 냈다고 들었다. 이 책 저자도 "사는 일로 지쳐 있을 때 작업실 벽에 잔뜩 붙여 놓은 판다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빙긋 웃음이 나왔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도 바오 가족을 보며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에 서문이 정말 와 닿았다. 푸바오가 우리 마음을 녹여준 것처럼 <못된 토마토>의 판다 이야기도 독자를 편안하게 해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정체는 국가 기밀, 모쪼록 비밀 문학동네 청소년 68
문이소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에 앞서 받은 작가님 편지에서도 느꼈지만, 문이소 작가님은 다정과 낭만을 느끼고 작품에 담아 독자에게 전달해주는 분인 것 같다. 글을 읽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고 행복해졌다.

몇 편의 단편 소설이 담긴 이 책은 문학동네 청소년 시리즈로 출간되었는데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교훈적이지 않아서 거부감이 없었고 무엇보다 단편의 인물들이 너무 귀엽고 재밌어서 즐거웠다!

심심할 때나 조금 울적할 때 한 편씩 읽으면 기분전환이 될만한 글이어서 가볍게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다. 작가님의 위트가 잘 녹아있는 글.

작가님이 수집해 녹여낸 '다정'이 내 취향이라 팬이 되었다 :) 작가님 단편 글 많이많이 내주세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환상문학 책을 두 번째 접하게 되었다. 정보라 작가의 환상문학 단편선 두 권이 모두 있지만, 신간인 2권부터 읽기 시작.

이전에 환상문학을 읽은 경험이 없었다면 막연하게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긴장감을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고, 예상했음에도 혼돈에 휩쓸리고 말았다 ㅋㅋ 나는 환상문학 장르에서 단편을 더 선호하는 구나 하고 취향도 알게 되었다.

으스스한 기분과 불안, 긴장을 느끼며 몰입하게 되므로 단편선이더라도 한 권을 몰아서 한두 번에 읽는 걸 추천한다 :)

아주 솔직하게, 즐거워야 할 독서에 이렇게 괴로워도 되나 싶은 마음도 든다. 사회의 불편한 일면을 상기하게 될 때는 더욱 괴롭고, 주제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기분 자체가 불안하기 때문.
하지만 전체 작품을 읽고 마지막 작가의 말을 읽는 순간 이 장르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아래에 환상문학의 의미를 와닿게 해주는 작가의 말을 전한다.

"독자님들의 세상이 너무 지나치게 기괴하고 너무 오랫동안 낯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평온하고 차분한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께는 그냥 잠시 이상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경험이 되었으면 한다."
- 작가의 말 中-

좋아하기엔 불편하고 불편하지만 매력있는 이 장르에 제대로 발을 들인 기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