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에게 가면
설재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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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따뜻한 인물들의 이야기라 읽는 동안 정말 편안했다. 과거에 어떤 아픔이 있기 마련이지만, 현재는 어떤 의지와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라서 좋았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곡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하는 사람.

아직 성장 중이지만 단단한 알맹이가 속에 있는 것 같은 인물들, 그리고 이야기의 방식도 편안하고 솔직한 느낌이라 아마도 작가 본인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결함있는 캐릭터를 내세워 설정이나 소재부터가 대놓고 힐링물을 표방하는 작품들과 다르다. 읽으면서 정말 편했고, 기억할만한 소설이다 :)

지쳐있을 때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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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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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소설가들의 소설에 관한 단상을 담았다. 소설가라는 직업 혹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소설을 쓰는 행위나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23명의 글을 모아 읽으니 차이도 물론 많지만 공통점이 있어 흥미로웠다. 문학을 짓는 행위는 체력 소모가 커서 하루 10시간씩 앉아 자주 하긴 어렵다는 점, 그래서 평소 체력관리가 필요하다는 점.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같지만 의외로 주변과 루틴을 통제할수록 집중할 수 있다는 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 모두에게 공통된 얘기는 아니더라도 몇몇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창조하는 직업이 공유하는 고민일 것 같은데, 소설을 쓰는 것이 자원을 고갈시키는 일인가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어보인다. 삶은 이미 유한한데도 평생에 걸쳐 무언가를 생산하기란 어느 분야나 쉽지 않은 듯하다.

늘 소설의 독자이기만 한 내가 작가들의 생각을 접하니 즐거웠다. (원래 일과 업에 관한 얘기는 나와 적당히 거리가 있을 때 가장 재밌다!) 그들의 고생에 박수를 보내며 더욱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즐거운 글을 많이 내주세요!

좋은 글이 꽉 찬 책이었고, 옮겨 적고 싶은 글이 참 많았다. 글 하나 전체를 기억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짧은 글인데도 기대 이상으로 메모가 가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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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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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처음 발표된 시대는 35년 전이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그래서 읽어보고싶던 책.

미국에서 지식인 교류의 장이 부족해진 점이나 대학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학자의 생계 등등이 이유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 비추어볼 때 시사점이 더 큰 것은 후자의 원인이다. 우리나라 역시 대학 교수로서 학계에 있지 않는 한 독자적 연구를 하기도, 목소리를 내고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순수학문을 하는 연구소가 지지를 받기도, 그 안에서 연구자로서 성장하기도 어려운 데 막상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더 문제는 대학교수가 된 후 많은 지식인들이 학문에의 동력을 잃는다는 점이다. 더 안정적인 생활 속에서 학자의 삶을 유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은데도 왜인지 나로선 아직 알기가 어렵다. 근본적으로 젊은 지식인의 연구 동력이 안정되고 높은 소득과 지위를 얻기 위한 데서 나와서가 아닐까. 해서 대학사회에 안착하고 나서는 더이상 움직이기 싫은 것이 아닐까.

신진 학자가 성장하기 어려운 사회이기도 하다. 좋은 학자와 지식인을 더 만들어내는 데는 기성세대의 역할이 중요한 면도 있다는 걸 사회 전체가 받아들이고 있어야 기반이 성장할 수 있다. 그 생각을 다시금 하면서, 재능과 열정이 있었던 사람들이 어딘가에 숨지 않게 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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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3 - 마케팅 전문가들이 주목한 라이프스타일 인사이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김나연 외 지음 / 싱긋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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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들어본 것들인데, 이게 언제부터 유행이었구나 혹은 왜 유행이었구나 하는 부분을 알게 된다.
제목은 2023이지만 2022 연말에 돌아보는 現 유행 정도로 생각하면 맞지 않을까. 2021이나 2020 대비 어떤 것들이 등장하거나 성장했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알려준다.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었다기보다는 산재해 있던 정보를 한데 모아 훑어본 느낌이다.

모아서 적당히 분류해놓고 보니 그와중에도 전체적인 맥락이 있음을 좀 느끼게 되어 신기했다. 젊은 사람들 사이의 트렌드는 전반적으로 희소성을 추구한다. 브랜드 경험에 돈을 쓰는 경향도 '나다움'을 파고드는 점도 사실은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싶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번지는 세태에서 가장 특별한 것은 '유일한 나'이기 때문에 집중하게 되는 게 아닐까.

가장 마지막 특별 챕터에서 다룬 키워드 'Cool'에 포함된 의미들처럼, 나 자신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고 멋있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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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표현형 - 출간 40주년 기념 리커버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장대익.권오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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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때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인간적임(?)이 같이 읽히는 재미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어조에 변명이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밝혔듯 이전에 발표한 그의 글에 대한 세간의 반응이 있었고, 이 책은 그중 어떤 오해들에 대한 변론이기도 하다. 당시 '이기적 유전자'에서 내용과 표현 면에서 파격적인 구석이 있었고, 리처드 도킨스는 '그 표현을 이렇게 받아들일 줄 몰랐다'는 식으로 부연하여 설명한다.

'이기적 유전자'에서는 유전자라는 분자와 개체의 관계에 주목하고, 개체를 주된 단위로 삼아 서술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유전자 중심으로 현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좀더 확대된 논의를 하는 이 책에서는 역시나 개체를 중심으로 설명하는 진화 개념의 한계를 짚으면서도, 유전자의 영향은 해당 단일개체를 벗어나 다른 개체 혹은 집단까지도 미친다고 설명한다.

주목할 점은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새로이 제안했던 '확장된 표현형' 개념이다. 유전자의 표현형은 개체에 내재한 특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체의 행동에도 나타난다. 유전자가 환경에 대해 반응하는 모든 영향, 행동이나 행동으로 이루어진 결과물까지도 확장된 표현형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몇 가지 확장표현형을 제시하는데, 동물이 건축물을 지음으로써 환경을 변형시키는 것, 다른 생명체를 조작하는 것을 든다.

이기적 유전자에 비해 읽기가 어려운 편이지만, 생명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는 리처드 도킨스의 책을 읽었다는 데 개인적으로 의의를 둔다.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대학생 때 두 번째로 이기적 유전자를 읽었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 리처드 도킨스가 "꼭 한번 읽어 보세요"라고 어필하는 책을 읽어 좋았고 재미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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