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를 닮아서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반수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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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삶이 담긴 글을 처음 읽은 것 같다. 해외 어딜 가도 여행자였던 내가 상상해보지 않은 生의 부분. 터전같지 않던 곳을 집으로 삼고, 영원히 고국의 집같은 집이 되지 않는 동네. 그런 삶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부담스럽지 않게 접했다.

내용을 크게 나누자면 세 가지인 것 같다. 이민자로서 밴쿠버와 한국에서 느끼는 것, 유년기에 대해 떠올리는 것, 중년의 부모로서 느끼는 것. 세 가지 모두 작가의 삶이 녹아들어있는데, 나는 닿아있는 것이 없으면서도 책에 있는 내용만큼은 이해한 것처럼 느껴지는 걸 보니 좋은 산문을 읽은 것 같다.

젊은 작가가 많이 나오는 시대인데도 나는 나보다 어른인 작가의 책 읽기를 좋아한다. 나는 충만한 감정에서 내면의 충족이 이루어지질 않고 지식과 교훈을 얻음으로써 채워졌다고 느껴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는, 작가와 그의 가족을 따뜻하게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나도 채워진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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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하루가 따숩길 바라 - 마음에 약 발라주는 '힐링곰 꽁달이'의 폭신한 위로
고은지 지음 / 북라이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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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의 만화는 다르다!는 걸 많이 느낀 책. 귀여운 그림이 마음을 풀어주고, 캐릭터들의 말풍선을 따라 공감도 했다 위로도 받았다 한다. 내담자들을 만난 경험이 담겨서인지, 막연하지 않고 내가 딱 고민하던 지점들을 짚어 위로해준다. 읽다보면 아, 이때 내가 듣고싶던 말은 이거였구나 싶은 내용을 힐링곰 꽁달이가 말해준다.

각 챕터는 자존감, 인생, 감정, 관계, 사랑•외로움, 일상•공감의 키워드로 나뉘어 있다. 뭉뚱그린 위로가 아니라 각각의 감정이 들 때 읽으면 좋을 내용이 분류되어있어 좋다. 챕터 아래 각각의 꼭지들에 내용도 간략히 적혀있으니, 두었다가 마음이 힘들 때 해당 키워드를 찾아 읽고싶다.

미공개툰도 많이 담겨있어서 더 특별한데, 특히 요즘 많이 다루어지는 내면아이에 대한 내용이 있다. 귀엽고 순둥한 그림이지만 꽤 깊은 질문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게끔 하는 내용이라고 느꼈다.

연말 선물로 주변에 선물하기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판에 함께 제공되는 스티커가 꽤 질이 좋아서 기분이 더 좋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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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가면
설재인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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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따뜻한 인물들의 이야기라 읽는 동안 정말 편안했다. 과거에 어떤 아픔이 있기 마련이지만, 현재는 어떤 의지와 삶의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라서 좋았다. 다른 사람의 의도를 곡해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알고 하는 사람.

아직 성장 중이지만 단단한 알맹이가 속에 있는 것 같은 인물들, 그리고 이야기의 방식도 편안하고 솔직한 느낌이라 아마도 작가 본인이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결함있는 캐릭터를 내세워 설정이나 소재부터가 대놓고 힐링물을 표방하는 작품들과 다르다. 읽으면서 정말 편했고, 기억할만한 소설이다 :)

지쳐있을 때 읽을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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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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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소설가들의 소설에 관한 단상을 담았다. 소설가라는 직업 혹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소설을 쓰는 행위나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23명의 글을 모아 읽으니 차이도 물론 많지만 공통점이 있어 흥미로웠다. 문학을 짓는 행위는 체력 소모가 커서 하루 10시간씩 앉아 자주 하긴 어렵다는 점, 그래서 평소 체력관리가 필요하다는 점. 창의성이 필요한 작업같지만 의외로 주변과 루틴을 통제할수록 집중할 수 있다는 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 모두에게 공통된 얘기는 아니더라도 몇몇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창조하는 직업이 공유하는 고민일 것 같은데, 소설을 쓰는 것이 자원을 고갈시키는 일인가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어보인다. 삶은 이미 유한한데도 평생에 걸쳐 무언가를 생산하기란 어느 분야나 쉽지 않은 듯하다.

늘 소설의 독자이기만 한 내가 작가들의 생각을 접하니 즐거웠다. (원래 일과 업에 관한 얘기는 나와 적당히 거리가 있을 때 가장 재밌다!) 그들의 고생에 박수를 보내며 더욱 응원하는 마음이 생긴다. 즐거운 글을 많이 내주세요!

좋은 글이 꽉 찬 책이었고, 옮겨 적고 싶은 글이 참 많았다. 글 하나 전체를 기억하고 싶은 것도 있었다. 짧은 글인데도 기대 이상으로 메모가 가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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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식인 - 아카데미 시대의 미국 문화
러셀 저코비 지음, 유나영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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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처음 발표된 시대는 35년 전이지만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나 생각했다. 그래서 읽어보고싶던 책.

미국에서 지식인 교류의 장이 부족해진 점이나 대학에 의존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학자의 생계 등등이 이유 중에 있다. 우리나라에 비추어볼 때 시사점이 더 큰 것은 후자의 원인이다. 우리나라 역시 대학 교수로서 학계에 있지 않는 한 독자적 연구를 하기도, 목소리를 내고 인정받기도 쉽지 않은 현실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순수학문을 하는 연구소가 지지를 받기도, 그 안에서 연구자로서 성장하기도 어려운 데 막상 해결할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더 문제는 대학교수가 된 후 많은 지식인들이 학문에의 동력을 잃는다는 점이다. 더 안정적인 생활 속에서 학자의 삶을 유지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하도록 유도하는 것 같은데도 왜인지 나로선 아직 알기가 어렵다. 근본적으로 젊은 지식인의 연구 동력이 안정되고 높은 소득과 지위를 얻기 위한 데서 나와서가 아닐까. 해서 대학사회에 안착하고 나서는 더이상 움직이기 싫은 것이 아닐까.

신진 학자가 성장하기 어려운 사회이기도 하다. 좋은 학자와 지식인을 더 만들어내는 데는 기성세대의 역할이 중요한 면도 있다는 걸 사회 전체가 받아들이고 있어야 기반이 성장할 수 있다. 그 생각을 다시금 하면서, 재능과 열정이 있었던 사람들이 어딘가에 숨지 않게 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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