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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더기 앤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로버트 스윈델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앤을 만난 후에 오랜 시간을 되돌려, 그때 그 아픈 시절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 참 멀고도 먼 과거인 듯 하다. 아직은 너무 어린것 같은 마음에, 쉽게 토라지고 쉽게 배신하며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것에 대해 깊이가 없던 시절.. 난 참으로 많이도 울었다.
특별히 누더기 앤처럼 누더기 옷을 입지도 않았다.
특별히 누더기 앤처럼 아버지가 엄격하여서 아무도 집에 대리고 오지 못한것도 아니다.
그런데 친구들 한 두명이 나를 멀리하고 있었다.
어리둥절하고 이상한 마음을 담아둔채. 난 왜 그렇게 침대위에서 펑펑 울기만 했을까..
엄마가 말씀하셨다. " 친구에게 너무 잘해주지 마... 그럼 너만 상처 받는단다."
친구들 또한 너무 어린 나이여서 인지, 이유가 너무 간단했다. "같이 다닐때, 노래를 부른다." 였던것.. 노래부르고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나이여서 인지, 아무때나 흥얼거리곤 했었다. 그런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것 뿐이다. 지금 누군가가 뭐라 한다면, 한대 때려줬을지도 모른다. 아니, 내가 하지 않겠지.. 이젠 사회가 뭔지를 알아버린 나이가 되어버렸으니까. 마음이 그렇다 보니 마사의 이야기를 들여다 보기로 한 준비자세는 꽤 잘 다듬어 진듯 하다.
그래도 누더기 마사에겐 새로온 전학생 스콧이 있었다. 둘은 서로를 오가면서 짧게 자신의 생각들을 말해주고 있다. 스콧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면 볼 수록, 마사의 비밀스런 말들과 절대 집에 오지 못하게 한다는 집안 분위기를 무척이나 궁금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명한 친구 스콧은 그녀를 변화시켜주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을 그녀에게 다가간다.
"혐오"
맨 처음 마사가 한 말이 이 소설의 궁금증의 핵심을 불러온다. 단어 선택이 이렇게도 거칠고 섬뜩할 수가 없다. 왜 하필 이 단어를 택했던 것일까... 난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엄격하고 거칠고 비이상적인 부모님 밑에서 억눌림을 당하는 아이들.. 그것이 얼마나 사람을 고통받게 하는 것인지 이 소설은 적나라게 보여준다. 청소년 기준에서 바라본 것이라 너무 커버린 어른들에겐 덜 무서워 보일진 모르지만, 돌아간 나의 과거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다행이다 싶다. 내겐 나를 적극 지지해 주는 부모님뿐이였으니까. 마사가 가엽다. 그리고 혐오도 가엽다.
"나는 식탁에 앉기 전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바로 '혐오'의 밥을 챙겨주는일, 내가 맡은 집안일 가운데 가장 싫어하는 일이다."
-p. 9
이 책은 '사라지는 아이들'로 카네기 상을 받은 로버트 스윈델스의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의 작가 만큼이나 그들의 시각으로 말하는 솜씨가 뛰어나다. 너무 어렵지 않은 말투와 문체를 읽는 이의 책장을 부드럽게 넘겨주고 있다. 읽으면서 요즘 뉴스에 자주 졉하는 청소년 문제들이 하나씩 떠 올랐다. 집단따돌림과 성폭행, 폭력 등이 난무하고 어른 공경이나 예의범절을 점차 잃어가는 상황.. 어쩌면 우리 모두의 탓이 아닌지 모르겠다. 탓하지 말자. 아이들을.. 우리가 만든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