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노트북
제임스 A. 레바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처럼,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판타지였으면 훨씬 좋았을 것 같은 괴롭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의 소리가 들리는 <블루 노트북>.

무대는 인도이다. 인도는 철학과 종교의 나라라고 생각했던 나의 사고를 완전히 깼다고 해야할까. 이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주인공은 인도 붐바이의 사창가로 아홉 살 때 팔려가 모진 세월을 살아가는 열다섯 살의 소녀 '바툭'이다. 인도의 약 50만 아동 성노예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정말 이렇게 어리고 어린 아이들이 성인 남자들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인간으로써 절대 있을 수 없는 일들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일까.

 

이 소설은 이런 스토리를 어른의 시각으로 말하지 않고, 딱 열 다섯, 그러니까 바툭이 직접 화자가 되어 끔찍한 실상에 블루색을 잎힌다. 친구 푸닌 역시도 남자 아이의 성노예. 바툭과는 서로 어려운 점을 나누고 따뜻하게 감싸며 위로하는 금쪽같은 친구이다. 천 루피를 모으면 영국이나 미국으로 도망 가고 싶어하는 이 왕자님은 도망갈 수 있음에도 바툭을 위해 옆에 있어 준다. 하지만 푸닌의 끔찍한 사건은 읽는 나로 하여금 인상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남자들에게 몸을 파는 그 행위 자체를 '달콤한 케이크'라고 부르는 바툭. 그 마음이 오죽이나 아팠을까. 자신의 몸을 오븐으로 표현하면서 오븐에 진흙을 굽고, 단단하고 유용한 그릇이 될 때까지 온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불쌍한 이 아이들을 난 뭐라하면 좋을까 모르겠다. 그냥 읽는 내내 마음이 몹쓸 고통으로 찌들어졌다. 이런 내용인지 알고 읽은 책이지만, 이토록 적나라할 지 몰랐다. 그것도 끔찍한 행위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묘사해서 동화처럼 꾸밀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책의 아름다운 표지는 책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너무 가혹했다. 그냥 바툭은 모자 장수가 나오는 꿈을 꾸는 선한 아이로 평생 살고 싶었을 것이다. 바툭이 써내려가는 이 블루 노트북을 기억하라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아직 우리 세계에는 우리가 진정으로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그 현실 자체를 직시하라고 일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툭은 많은 삼촌들 사이에서 '7만 5천 루피, 10만 루피'등의 돈으로 불려진 후에 니르에게로 간다. 춤과 노래를 부른 후였다. 니르가 바툭에게 한 짓들이 몇 페이지에 걸쳐 묘사될 때에는 바툭의 블루 노트북에 적힌 많은 단어들이 더 안쓰럽게 느끼게 했다. 자신의 언어로 자신 자체를 동화시키려고 한 이 아이는 어떤 파도, 어떤 심장이라 말하였다. 이 책을 '도끼'라고 칭한 어느 독자의 말처럼, 또는 프란츠 카프카가 말한 '자살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책'이라 말한 것 처럼... 이 책은 온톤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절망과 고통을 채워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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