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이강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았다. 꽃자리가 어쩐지 따스하게 느껴지는 것은 표지에 자리잡은 꽃신 때문일까 아니면, 앞의 글 '청춘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라는 문구 때문일까.
때로는 어설픈 글보다는 아주 편안하고 쉬운 말로 가슴 언저리를 곱게 다져줄 수 있는 책을 필요로 할 때도 있다.
머리 쓰는 책들 따위에 언제든 '공부'를 위해 보기도 하고, 스펙터클한 판타지나 스릴러물은 '스토리' 분석으로 골머리를 안기도 한다.
문득, 얼마전에 돌아가신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생각해보면서, 지금 내 손에 들린 이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라는 책이 선명하고 그윽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이 책이 삶의 지혜가 묻어 나는 옛이야기들에서 부끄럽지 않고, 꽤 괜찮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밑받침 글들을 넌지시 읊어주기 때문이다.
인생의 봄을 즐기고, 거꾸로 갈 수 있는 용기를 배우며, 선비처럼 어질고 향기롭게, 때로는 주고도 남게 하는 하늘의 이치를 배우는 것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뜩 생각날 때 한번 두루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멋진 생각들을 한 글귀 다이어리에 적어봄 직한 책이다. 생각보다 꽤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들이 많아서 좋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나 페이지 첫 장에서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같이 막막할 때가 있다' 라는 말에서 먹먹함을 느꼈다. 언젠가 나도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 있다. 대체 내 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본 적이 있기에 그냥 두고 읽을 수가 없었다. 이 '외로움'의 첫 이야기는 어떤 가난한 한 청년이 어렵게 공부를 하고 끝까지 진솔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복'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다.
사실, 어떤 면 때문에 '세상은 다 내 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책의 내용이 다 맞다고는 볼 수 없다) 노력한 자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는 점에서는 가치있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나 책에서는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난관을 극복하는 순간 기대 이상의 행복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게 시련을 준 사람, 나를 힘들게 한 상황들이 모두 나를 위한 것임을 안다면 우리는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우리에게 닥치는 어려움과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라고 하는 점에서 왠지 '긍정의 힘'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되었다.
주로 이 책은 '젊은이들의 열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있다. 큰 열정과 꿈을 품어야 이루어지기도 쉽다는 내용도 있고, 스스로의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렇기에 아직, 또다른 열정을 가지고 꿈을 이루려고 애를 쓰는 '나'에게는 어쩌면 조그마한 위안이 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늘 이런 책들을 읽을때마다 어쩌면 이렇게도 온전한 마음을 갖게 할 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옛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대부분 '뻥'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온통 과장된 이야기 투성이지만 우리는 전래동화나, 설화, 민담을 통해서 어떤 '희망'을 찾고 있는 것이다. 거기서 선인들의 지혜를 얻고, 과거의 이야기로부터 앞으로 살아가야할 방향을 제시받는다. 나쁘지 않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포옹하고 받아들이며, 불필요한 것들은 과감하게 잊으면 그만이다.
그냥 두루 편안하게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꽃자리'를 찾을 책이라고 본다. 나도 그런 생각으로 아주 편안하게 읽었으니까. 그리고 좋은 교훈들은 스스로를 위해 가슴 깊숙이 새겨넣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