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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
존 톰슨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미술 작품은 어떻게 읽는 것이 좋을까? 감상하는 법을 배운다고 해도 쉬운 선택은 아니다. 수만가지의 다양한 작품들, 소재도 다르고 표현 수단도 다르며 시대별로 각양 각색이다. 이 많은 작품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에는 공감대를 형성하지만 어떤 것에는 단칼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한다. 현대에 오면서 초현실주의를 넘어선 상당히 새로운 시도도 엿보인다. 우리는 이 작품들을 선별적으로 보긴 어렵다. 나 역시도 많은 미술 관련 서적을 읽어보기도 하고, 실제 유명한 미술관을 가서 보기도 해봤지만 딱 보고 이것이다! 라고 느낀 작품은 손에 꼽힌다. 왜 우리는 미술 작품을 좋아하는 가. 그리고 왜 우리는 이것을 읽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이 책 <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이 책에는 380명의 화가들의 명작에서 읽히는 새로운 시각에 대한 분석이 담겨있다. 사실 여기에 설명되어 있는 바대로 이해하자면 보통의 지식을 가지고는 해결하기 힘들다. 나도 눈에 익은 화가들과 그림들이 더러 보여서 반가웠지만 생소하고 파격적인 그림들이 몇몇 보여서 당혹스러웠다. 더 당혹스러웠던 것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작품들이 다 그런것은 아니다. 거의 뒷장에 나오는 안젤름 키퍼의 '세라핌'이란 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작가의 약력과 인생 그리고 그 시대에 사회상이 완전히 반영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것은 독일 문화사. 어린 시절 키퍼는 독일의 동서 분단을 비롯한 근대 전쟁의 결과를 직접적으로 경험했던 사람이었다. 그리서 '세라핌'에는 독일의 대지가 서리를 맞고 불탄 황무지와 같은 표현으로 그려졌다. 위태롭기 그지없는 희망과 부활의 상징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작품에 몰입하다보니 나도 어느 순간에 그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해석과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했다. 책이 독자들에게 요구했던 바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그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파블로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을 보자. 근대 회화에서 가장 난해하고 과격한 작품을 꼽힌다고 한다. 5명의 여인들의 애로틱한 자태와 외곡되고 변형된 입체적 얼굴의 형상은 상당히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도 그들 사이를 가로 지르는 애매모호한 곡선 및 직선의 꺾이가 마치 깨진 유리창과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의 주제는 사창가의 풍경이며 막상 구성을 체현한 방식은 단순화와 작업은 아니라고 한다. 이것은 오늘날로 분석하려해도 여전히 파격적인 그림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 내가 느낀 것도 그 '애매모호'함이다. 색조의 일관성마저도 흰색의 덧칠로 엉망으로 하고 있다. 헌데 그게 또 묘햐게 맞아뜰어지면서 작품 속에 몰입하게 된다. 아는 그림이지만 다시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만 느끼기에는 너무 아까운 즐거움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도 이 책을 보길 권장한다. 물론 한 사람 한 사람 깊이 있게 파고 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이처럼 엄청난 화가들의 엄청난 그림들을 보면서 그림을 해석해보는 법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미술과 관련된 책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라서 자주 보고 있는데, 역시 읽을때마다 새롭다. 내가 기억을 잘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예술이란 다양한 해석과 감성속에 살아 움직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