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지음 / 밝은세상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나에게 다가오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일본 작가들에게 잠식되어 있었던 많은 소설들이 프랑스 쪽으로 이어지는 기분이 든다. 사실은 한국 소설이 가슴속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어찌 어찌된 것 손에 잡히는 것은 외국 소설들이 다분하다. 작년이던가, 상당히 충격적인 프랑스 소설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것이 <내가 예술작품이었을 때>였다. 제목 그대로 사람이 살아 있는 예술 작품으로 변형되는 이야기였다. 끔찍하기도 하고 상상하기도 벅찰 정도의 내용이었는데, 그 소설 작가인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가 이번에는 무대를 바그다드로 옮겨서 사드 사드라는 인물을 탄생시켰다. 그것이 <바그다드의 오디세우스>이다.

 

주인공 사드 사드는 아랍어로는 ‘희망 희망’이고 영어로는 ‘슬픔 슬픔’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전쟁으로 인하여 자살 폭탄 테러나 각종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에서 사드 사드는 아버지를 잃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전쟁의 끝자락 속에서 그는 피할 곳을 찾아본다. 하지만 그가 가는 곳마다 아랍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테러집단 취급을 당하고, 불법 체류자가 된다. 그 정도라면 정말 죽고 싶을 만큼 힘들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이름’을 놓지 않는다. 결코 영어로만 남게 두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라크 청년 사드의 모험담은 이렇게 떠돌면서 소설 곳곳에 측은함을 남긴다.

 

최근에 부쩍 ‘불법체류자’에 관한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리틀비’라는 소설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지만 또 곧 개봉하게 되는 영화 ‘웰컴’이라는 영화도 이와 동일한 주제이다. 이라크 출신의 한 소년이 몰래 애인을 만나기 위해 영국으로의 불법 체류를 시도하지만 프랑스에서 붙잡히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거의 이 책과 흡사한데다가 근래에 만난 것이라서 더욱 신기하기만 하다.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체류자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눈에 띈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수년간 누누이 이슈화가 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그냥 소설이라고 넘기기에는 그 무게가 참으로 크다. 긴 여정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그들에게는 고향도 타지도 모두 어렵기만 한 것일까. 대책은 없는 것일까.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이 들게 만드는 문제 제기적 소설인 듯 보인다. 그래도 작가만의 스토리텔링이 어렵지 않아서 읽기에는 좋다. 게다가 흡입력도 좋아서 빨리 읽히는 편이다.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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