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비 Young Author Series 2
크리스 클리브 지음, 오수원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흑과 백, 두 세상의 단 하루의 만남.

 

가끔 우리는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맞이할 때가 종종 있다. 세상은 강한자에게는 약하고 약한자에게는 강하다. 그 강약의 혼돈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은 결국 처참한 비극을 맞이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니, 요즘 들어 더 '종종'이 아니라 '많다'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런 현실을 맞닥드릴때에는, 이상과의 갈등으로 더 침울한 비극적 상상을 하게 되버린다. 아직, 네버랜드가 되기엔 세상은 험하다.

 

리틀비, 이 작품도 그런 진실의 순간에서 허우적 대던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소설 첫 문장에서 '내가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여자아이가 아니라 1파운드짜리 영국 동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항상 생각한다.'라는 말에서 가슴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아프리카' , '흑인' , '여자'  , '아이' 라는 단어에서 오는 기분은 나약함의 응어리이다. 우리가 소외계층, 약한자라고 칭하는 그룹의 모든 교집합을 다 곁들인 사람인 것이다. 그런 존재가 '1 파운드' 보다 못하다고 한다. 리틀비는 어떠한 내용이길래 이토록 인간이 1파운드를 부러워 하게 되버린단 말인가. 리틀비... 나이지리아의 불법 이민자의 열일곱의 여자아이의 이름이 조금씩 내 심금을 울리기 시작했다.

 

리틀비는 언니와 함께 석유회사 만행의 목격자라는 이유로 도망자의 삶을 살아갔다. 하지만 부모와 언니마저 여의고 혼자가 된 그녀는 언니가 죽던 날 해변에서 만난 새라와 앤드류 때문에 영국으로의 밀입을 시도한다. 하지만 결국 2년 동안 영국의 수용소에 감금되버린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불법'으로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피하고 또 피하면서 살아간다. 그녀의 운명을 바꾸워 놓은것은 또 다른 화자인 새라와의 만남이다. 2년 전 나이지리아 해변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리틀비는 새라와 앤드류를 찾았지만 앤드류는 자살로 생을 이미 마감했다. 왜 앤드류가 자살을 선택했던 것일까. 그리고 새라와 리틀비의 관계는 그 어떤 무엇일까. 단 하루의 일로 달라진 이들의 관계가 소설의 메인 스토리로 흡입력있게 독자들을 밀고 당긴다.

 

자신을 현실에서 도망친 망명자라고 생각하는 새라와 스스로의 나라에서 도망친 난민 리틀비와의 오묘한 만남은 충격적이면서도 지극히 아름답다. 그들 관계에서 필요한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했던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베트맨 복장을 하고 다니는 어린 아들 찰리가 그들 사이의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마치 '두 어머니' 같은 느낌이 든다. 어느 한쪽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나이답지 않게 이미 훌쩍 철들어버린 리틀비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가 새라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내 나라를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이지리아는 나와 같이 여기까지 온 걸요.' . 어쩌면 흑과 백의 조화일 수 도 있다. 그래서 더 뚜렷한 감정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쥐고 흔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척이나 괜찮은 소설을 오랜만에 만진 기분이 든다. 마지막까지 놓지 못한 긴장이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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