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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미술의 거장들
스테파노 G. 카수 외 지음, 안혜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미술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어떤 경우에는 미술 작품을 본다고 하지만 때로는 읽는다고 표현한다. 그것은 예술 작품 마다 그 예술가의 삶과 역사가 담겨있어서 그 사상의 ‘이해’를 바탕으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러한 경우에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읽게 된다. 미술의 역사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하고 널리 알려져 있는 유럽의 14세기에서 19세기 초반에 걸친 작품들의 ‘읽음’을 가능하게 해주는 책이 바로 두툼한 <유럽 미술의 거장들 >이다.
책은 세기의 순서대로 정렬되어 있다. 완전한 컬러로 화려함을 자랑하는 이 책은 꼭 소장하라고 말하는 듯 두툼하고 멋있다. 움베르트 에코의 <미의 역사>나 에른스트 H.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를 떠올릴 수 있는 책이지만, 특정 국가들의 특정 시대를 꼬집어서 풀어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찾아보기 쉽게 색상으로 분류해 놓아서 더 마음에 든다. 그리고 그 시대를 대표하던 거장들을 중심으로 소개되어 있다. 그렇다보니 작가들만의 작품 세계를 익히는 데 더없이 훌륭하다.
앞의 15세기까지는 그 중세 시대와 맞물려 종교화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작품을 이해하는 것과 책에서 설명되어 있는 내용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책에서 소개된 ‘한스 멤링’은 처음 알게 된 화가인데, 그가 그린 ‘최후의 심판’은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과 비교해보면서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었지만, 내용에 담긴 종교적 의미는 알기 어려웠다. 역시 그림을 읽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사전지식이 보는 이에게 두툼하게 자리 잡혔을 때 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점차 세기가 한 단계 지나갈수록 친숙한 화가들의 그림들이 등장하였다. 보티첼리의 경우가 ‘비너스의 탄생’으로 상당히 유명한 화가로, 그의 작품 ‘멜라그라나의 성모(석류의 성모)’ 가 이 책의 표지로 쓰였다. 늘 생각했던 것이지만 보티첼리의 그림은 마치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일러스트 같은 만화 느낌이 강하다. 시대가 지나더라도 변하지 않는 느낌은 따뜻함인 듯 하다.
이 책을 보다보면 거장의 화가들에 대해 새로운 사실들을 종종 알게 된다. 한 세기를 쥐었다 폈다했던 사람들이 있지만 죽고 나서 후에 유명해진 사람들도 있다. 그와 같이 그들이 그렸던 작품에서 힌트를 얻어 그 당시에 일어난 일들을 유추해볼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을 던져 준다. 꽤 많은 비난을 받았던 와토 ‘키테라 섬의 순례’의 경우도 연극학적 요소들이 다양하지만 경박하고 퇴폐적이며 귀족적 특권의식이 차있다고 해서 프랑스 혁명기에는 비밀리에 숨겨있었다고 한다. 시대에 따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이 책은 정말 백만불 짜리이다. 유럽 문화 전반의 식견을 넓히고 싶다면, 또 유럽 미술의 거장들의 세계관을 알고 싶다면, 하물며 거장들의 이름이라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기 바란다. 미술책을 여럿 보아왔지만 여기서 생소하게 만난 화가의 이름도 수두룩했다. 그것말고도 수록된 그림들을 보는 재미가 최고이다. 손에 잡으면 놓을 수 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