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무지개 빛 타히티 이야기
가끔, 여행이 미친 듯이 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피곤한 일상을 완전히 없애줄 꿈같은 낭만이 여행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에는 낙천적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절망감에 가슴에 메일 때가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런 감정에서 출발했던 것일까.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는 일주일의 타히티 섬에서의 경험을 <무지개>라는 작품으로 멋지게 탄생시켰다.
처음 읽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이었다. 그녀는 마치 여행 에세이와 같은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신간 소설을 선사했다. 처음이지만 낯설지 않은 그녀의 문체는 포근하고 친근하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타히티 속에서의 ‘자연의 존재 양식’을 감명 깊게 경험하여 쓴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이 섬의 낭만을 같이 즐기고자 눈부시고 아름다운 사진들과 여행 일정표를 부록으로 첨부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인상파 화가 고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남태평양의 타히티 섬에 여행을 갔다가 그 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그림을 다수 남겼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에게는 특별한 섬이었던 모양이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에이코도 그런 감정으로 그곳에 닿았던 것일까. 그녀는 도쿄에서 ‘타히티안 레스토랑’에 취직한다. 그 가게 이름은 ‘무지개’였고, 거기서 만난 오너와 사모님과의 일화로 인해 2주일간의 타히티 섬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그것은 오너와 에이코의 관계와도 밀접했으며, 둘의 타히티 섬과 같은 사랑의 연속이기도 하다.
현실에 지극히 충실하게 살다보면, 어느새 사랑도 열정도 휴식도 잊게 된다. 이 소설은 그런 낭만과 자유, 그리고 순수함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무지개’라는 이름의 순수함과 찬란함을 심어주고 있는 것 같다. 힘겨운 사랑의 선택을 해야 하는 에이코야 말로 그런 무지개의 상징 같은 것, 타히티의 아름다움이다. 불건전한 사랑이지만 ‘사랑에 빠진다’라는 행위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하는 소설이다. 묘한 소재들이 한데 어울러져서 미묘한 사랑의 빛깔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흑색 진주이던 눈부시고 현란한 무지개이던 상관없이 나른하게 다가온다. 그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자, 사람들이 열광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식의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순수어체의 소설을 좋아하는 터라, 낭만주의에 지나치게 푹 빠져있다고 비난 할 수 있다하더라도 즐기고 싶어졌다.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