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한 최부의 기막힌 여행기 최근에 MBC에서 주말 연속극으로 방영하면서 화제로 떠오른 작품이 있다. <탐나는 도다>가 바로 그것이다. 나는 그 드라마를 보기 전에 원작인 만화를 접하였다. 조선시대에 유럽인이 제주도에 표류하여 생긴 에피소드를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린 것으로 '외국인이 표류'한다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우리의 세계적인 기행 문학 최부의 <표해록>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세계 3대 중국 견문록이라고 불리우는 이 고전은 조선 중기 호남 사림의 대표 학자이자 경차관이었던 최부가 부친상 때문에 급히 다니던 중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게 되는 여행기이다. 풍랑을 만나면서 그들은 갖은 고초를 겪는다. 이들은 해적을 만나서 물품을 빼앗기기도 하고 중국인들에게 왜구로 오인받아 고생아닌 고생을 하며 간신히 중국의 땅을 밟는다. 그래도 조선은 주자의 '가례'를 숭상하는 예의 지국이다 보니 중국 파총관을 만나 조선의 역사, 도읍, 산천, 인물, 풍습 등 상세히 진술한 덕분에 오해를 벗어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지은이 최부의 뛰어난 기질 덕분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는 자신이 표류한 곳 부터 7일째 항주, 17일 고소역 21일 양자강 등등 날짜별로의 여행 루트를 상세히 적었다. 그러면서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염습도 못하고 살아 계신 늙은 어머니께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함에 비통해 했다. 확실히 그는 조선의 선비다웠다. 이 책은 아무래도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을 위한 책인 것 같다. 표해록과도 같은 고전을 아주 쉽게 풀어써내려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을 풀어쓴 방현희 저자는 중간 중간에 '다듬어 쓴 이의 말'이란 타이틀로 중국에 대한 해석과 표해록에 대한 해석을 꼼꼼히 짚어주었다. 그래서 나도 훨씬 더 쉽게 이해하면서 책을 읽지 않았나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중국이 자꾸 '왜구'로 오해한 내용이 부각된 것으로 봐서 그 당시의 실상을 잘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왜구가 판치면서 동아시아 바다를 못살게 굴지 않았을까. 신라와 고려 대 활발했던 바닷길이 막히고 '해금정책'을 실시하면서 바닷길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졌을 무렵이라서 사료로써 엄청난 가치가 있는것 같다. 허나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역시 책의 중간 중간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삽화가 아닐까. 너무 멋진 그림에 눈이 즐겁고 마음은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딱 이 책과 어울리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딱딱할 수 있는 고전 책을 많은 이들이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을 읽는다면 꼭 '표류'의 기분을 느껴보도록 해보자. 그리고 머리속으로 중국 지도를 따라가면서 영상을 만들어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