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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왕국을 세워라 - 이병훈 감독의 드라마 이야기
이병훈 지음 / 해피타임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감동과 희망의 드라마를 창조하는 이병훈 감독님의 왕국 이야기
내 인생 최고의 드라마는 <대장금>이다. 남들은 '모래시계'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난 그 작품을 첨부터 끝까지 보지 않아서 그만큼의 감흥이 내 가슴속에 살아있지 않았다. 하지만 <대장금>은 한참 드라마를 볼 때 만난 최고의 사극이었다. 조선시대의 수락간이라는 독특한 배경에서 벌어지는 여자들의 치열한 성공을 향한 싸움과 '대장금'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를 사로잡았다. 너무 아름다운 이영애와 여자로써 닮고 싶은 열정의 대장금이 재미를 뛰어넘어 감동을 자아냈다. 그런 드라마는 흔치 않다. 아니, 어쩌면 이병훈 감독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병훈 PD는 새로운 사극의 지평을 열었던 최고의 드라마 <허준>의 감독이기도 하다. 그 밖에 <상도>, <대장금>, <이산> 등을 만든 분이시다. 이미 타이틀만으로도 입이 쩍 벌어지는 분이셔서 그가 말하는 그의 드라마 이야기가 상당히 궁금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아름다웠던 <대장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꿈의 왕국을 세워라>. 최근에 난 이 '꿈'이라는 단어에 몰입하여 인생의 변화를 맞이했다. 게다가 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방송국, 드라마, 작가 분야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스토리'라는 영역에서의 창작성을 중점으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야 하는 일들이 그렇다. 나도 이제 시작할 것이라서 아직은 가슴 두근거리는 관심이 전부이지만, 이 책을 만나면서 그 '왕국'을 세운 경험을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역시 실망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 책은 자기 계발서와 닮아 있기는 해도, 어디까지 이병훈 감독의 드라마 이야기다. 그가 드라마를 찍었을 때 겪었던 일들, 만났던 사람들, 생각했던 것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캐스팅에 관한 일화나 사극에서 어떻게 이런 소재와 스토리를 탄생시켰을까 하는 궁금증을 시원스럽게 해결해주고 있다. 대장금에서 이영애가 7번째로 프러포즈를 해서 얻었던 배우라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이었다. 분명 난 사극에서의 여배우들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사극 캐스팅이 치열할 줄 알았는데, 여배우들이 사극을 기피한다니. 그리고 대장금이란 캐릭터를 찾아냈던 것이 고작 중종실록에서의 단 한 줄의 글귀 때문이었다는 것. 이병훈의 감각과 끈기가 아니었다면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방송의 세계는 역시 치열했다. 배우들도 그랬지만 같이 일하는 스탭들의 고생들을 생각한다면 우리가 늘어지게 누워서 보는 편안한 TV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였다. 저런 훌륭한 작품들이 탄생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이 흘러 넘쳤겠는가. 이 책을 보지 않고라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더욱 더 확고하게 우리나라 '스토리'에 대한 부재를 강력하게 느꼈다. 감독님도 그렇게 말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원작 찾기가 쉽지 않아서 차라리 자신이 흥미로운 캐릭터를 찾아내고 그 스토리를 완전 새롭게 만들어 줄 작가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 훌륭한 작가들은 모두 하나같이 '독서광'이고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역시 서사성을 제대로 갖춘 스토리 창작에 관심이 쏠렸다.
모두의 가슴 속에는 '꿈의 왕국'을 만들어 보고자 했던 잔해들이 남아있을 것이다. 맨 뒤에 보면 감독이 '사극은 나의 인생'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가 어떻게 해서 그 왕국을 건설할 수 있었는지 배경이 나온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을 나왔지만 신문 방송학과가 아니었다. 그는 임학과라는 PD와 전혀 관련 없는 과를 나왔던 것이 아니겠는가. 일찍 자신의 꿈을 찾는 사람은 좋겠지만, 늦게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좋아할 수 있는 찾는 다는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그래서인지 난 이 책을 상당히 진심 어리게 볼 수밖에 없었다. 내게 온 변화를, 내가 선택한 변화에 대한 위로를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이병훈 감독님은 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가 훌륭한 배우들과 작가, 또 다른 연출가들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그들의 장점을 배우려고 하는 낮은 자세는 내게도 큰 귀감이 된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말하듯,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주고, 청소년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소재들만을 찾는 그 '선함'이 참 좋다. 나는 앞으로도 감독님의 감동 천하 '사극'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