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습작 - 김탁환의 따듯한 글쓰기 특강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예술가는 나무처럼 성장해가는 존재입니다"

- P.265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이말이 가장 와닿는 천년습작, 존경하는 작가 김탁환님의 따뜻한 글쓰기에 대한 특강이다.  아무래도 학생들에게 글쓰기에 대해서 가르치다보니까 이런 책도 있어야 하겠구나 하고 만들어진 책인듯 보인다. 사람들이 글을 쓴다는 것을 상당히 어려워한다. 심지어는 글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 나역시도 그랬다. 이과 출신에 공대로의 인생을 살다보니, 활자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생겼다. 글쓰기에는 어떤 테크닉이 있어야 하는 것인지 갈팡 질팡 글쓰기는 계속되었다. 그러다 '천년'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 <천년 습작>은 글쓰기의 테크닉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글을 짓는 마음, 진심, 고민에 대한 책이다. 그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그런 글을 쓰기 위해서 수많은 문호가들이 어떻게 하여 주옥같은 글을 짓게 되었는지 말해주고 있다.  괴테와 카프카를 만나며 릴케의 작업 방을 훔쳐본다. 작가들이 얼마나 수많은 고민과 괴로움 끝에 책을 펼쳐 내었는지 그 감정을 배우라고 한다. 이들은 분명 보통 사람들이 아니라고  여겼지만 참 기분 좋은 표현 '-기대어'란 말을 빌려 위대한 작가의 작품들을 탐닉한다.  '발자크 평전'과 '릴케의 로뎅' 뿐 아니라 ' 남쪽으로 튀어'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 등에 기대어 사람의 인생을 걸고 글쓰기에 전념했던 이들의 마음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어려운 작품들이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은 제목도 잘 들어보지 못한 것들이 상당수이다. 내공이 부족한 내 탓일까. 진중하게 이들의 마음을 따라잡기에는 역시 아직 바다의 모래알만큼도 안되는 상식수준이라서 그런걸까.

읽는 내내 오히려 더 혼란스러웠다. 뭐 어떻게 해야 마음이 이렇게 될 수 있단 말인가. 자기 자신을 정돈하고, 쓰고자 하는 작품의 키워드를 손보고, 따뜻하게 책의 주제를 가슴에 품어야 한다는데, 이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만큼 깊이 다가오는 글쓰기 책은 아직 없었다. 백날 글쓰는 기교가 늘어나 봤자, 독자들은 알아주지 않을 것이다. 완전한 혼연일체가 되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의 말중에 인간은 누구나 '백년학생(百年學生)'이라 글쓰려면 '천년 습작(千年習作)'을 각오해야하 말한다. 엄청나게 가슴에 콕콕 박히는 말이다. 앞으로도 쭉 천년습작을 끄적이는 백년학생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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