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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게키단 히토리 지음, 서혜영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연예인이 출간한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분명 이것은 선입견임에도 불구하고, 연애인은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때문인지, 인기를 위하여 책을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건 분명 나의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라는 책도 2003년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 이후 5년 만의 밀리언 셀러로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에 출연했던 연예인 게키단 히토리라는 사람이 지은 책이다. 그 역시 '그저 그런 연애인의 책'으로 불리고 싶지 않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생각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솔깃했다. 과연 쓸쓸한 보통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따뜻하게 해줄 수 있을까?
이 책은 모두 5가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졌다. 단편 소설을 개인적으로 그렇게 즐겨하지 않는데, 이 책은 정말 단편이기 때문에 어울릴 수 밖에 없는 특징을 가졌다. 단편은 대단한 스토리에 치우치기 쉽지 않다. 오히려 짧은 이야기를 두고 말하고자 하는 바만 정확하게 전달한다면 성공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나오는 작품들은 주인공 한명의 무덤덤한 말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함에 있어서 꽤 성공적이다. '길 위의 생'에서는 각박하고 힘든 직장생활 때문에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홈리스 생활, 즉 노숙자 생활을 시도하게 되는 사람이 등장한다. 쉽게 이해할 수 도 없고 쉽게 긍정할 수 없다. 누가 홈리스 생활을 일부러 취미삼아 해본단 말인가? 하지만 그런 일탈의 경험을 통하여 그는 진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안녕하세요, 나의 아이돌 님>에서는 초등학교 때 아주 잠깐의 인연으로 현실의 첫사랑이 되어 버린 여자아이가 TV 아이돌 스타가 된 이후로 그녀의 맹목적인 팬이 되버린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의 사랑은 '끈적~끈적' 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무한의 사랑이다. 누구나 스타와의 사랑을 꿈꾸지만, 우리는 스타가 TV에 나오는 것으로 만족하면서 지낸다. 나도 그런 적이 꽤나 여러번 있었던 것을 생각하고는 웃음이 피식 나왔다. 소소한 일상의 내면을 끌어내어 잔잔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들었다.
그 밖에 꿈이 없다는 것이 부끄러워 일단 카메라 맨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여자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 <핀트가 안 맞는 나>와 도박꾼이 결국 전화사기로 까지 발전하는 역무원 이야기 <신의 게임>그리고 타이틀로 쓰인 개그맨이 되고 싶어 했던 청년의 이야기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도 있다. 이들은 모두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꾸밈없는 풋풋한 이야기들이 슬프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존재하지도 않고 이야기가 복잡하지도 않다. 그래서 더 단편답다라고 생각하게 된다. 외톨이들의 심정을 제대로 그려낸 것 같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에게 측은 지심의 마음까지 들어버렸다. 짧지만 나름 의미있는 소설이였다.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생각들은 모두 한 두번씩은 하고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스러운 외톨이들이란 말이 맞는 거 같다. 이젠 사회에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외톨이들을 인정해주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