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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병실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오가와 요코, 들어본적 없는 일본 작가이다. 생소한 마음이지만 이 책을 끌어당긴 것은 표지에서 느껴지는 어느 차가움과 우울함이다. 제목조차 절대 완벽할 수 없는 병실이라고 말한다. 병식 자체는 극단의 우울함과 슬픔이 내재되어 있음에도 아이러니한 완벽함을 추구하려 한다. 무엇일까.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작은 호기심이 발동하였다.
그녀의 타이틀은 꽤 거창하다. 2007년 프랑스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를 수상, 카이엔 신인문학상 수상, 아쿠타가와상 등의 굵직한 상들이 그녀의 작품들을 뒷받침 하고 있다. 바로 이 책에 소개된 총 4편의 단편들도 그중 하나이다. 특히나 <호랑나비가 부서질 때>를 통하여 그녀는 화려하게 데뷔를 했다. 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책이라니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소설은 <완벽한 병실>이다. 우울증을 앓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후 함께 살아온 남매에게, 불행이 찾아온다. 남동생이 불치병에 걸리게 된 것이다. 누나인 '나' 자신은 형제를 잃는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의사에게 되묻는다. 이별할 방법도 도와줄 방법도 슬퍼할 방법도 모르겠다는 누나의 모습이 아련하다. 그래서 누난 자신이 일하는 병원에 남동생을 입원시킨다. 그리고 둘만의 완벽한 시간을 만들어 간다. 아무래도 남매의 애처로움이 그대로 느껴져서 일까. 읽는 동안의 마음은 쓰라린 듯 아팠다. 점점 쇠약해져가는 동생을 보면서 동생과 함께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누나의 흔적과 고요함은 마지막의 큰 눈 속 하얀 장미꽃잎처럼 쓸쓸하지만 아름답다.
두 번째 소설은 <호랑나비가 부서질 때>이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사에)를 '신천지'라는 요양시설로 보내려고 하는 주인공. 그녀는 할머니의 며느리가 다른 외간 남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피가 다른 손녀이다. 아버지도 뇌종양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도망가 버린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자신의 출생의 상처 때문인지 신천지에 보내고 온 뒤로 자신은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그렇지 못한다. 이 책은 그녀의 그런 심리를 기막히게 표현하고 있다.
세 번째 소설은 <식지 않은 홍차>로 죽음이라는 것을 처음 생각한 '나'가 등장한다. 동급생의 죽음으로 상복을 입은 K군을 만나고 그의 애인을 알게 된다. 몇 번이고 K군집에 가면서 그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던 주인공은 그들과의 관계에 대한 정체성에 물음을 던지기 시작한다. K군이 탄 홍차는 한참이 지나도 전혀 식지를 않는다. 이 기묘한 흔들림을 포착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죽음으로 시작하여 맺어진 관계 속에서 또 다른 뒤틀린 시간 길에 접어든다는 설정인가. 이도 역시 다른 단편 소설과 크게 차별되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네 번째 소설은 <다이빙 풀>이다. 완벽한 병실에서의 담당의사의 부모님이 '고아원 원장'님이라고 하셨는데, 그 원장님이 이야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게끔, 주인공이 영광원 고아원 원장 부부의 외동딸이다. 고아속의 탈고아. 그녀에겐 다이빙 풀에서의 쥰과의 시간이 유일한 행복이다. 하지만 그녀에겐 천연덕스러운 무서움이 들어있다. 그럼과 동시에 순수한 남녀 간의 사랑을 꿈꾼다.
이 네 편에는 그만의 삐딱함이 분명 내재되어있다. 슬픔과 두려움과 불안이라는 사람의 본성을 제각각으로 달리 연주하면서 독자들에게 혼란스러움을 가중 시킨다. 하지만 이 혼란스러움은 그저 스토리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작가 특유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문체로 극대화 된다. 그런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녀의 섬세함 덕분에 단편임에도 가슴에 깊이 다가오는 묵직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