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양의 탄생 1881 함께 읽는 교양 3
임승휘 지음 / 함께읽는책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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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성공적이지 많은 않은 잔혹 서양사

 

역사를 살펴보다 보면,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숨은 이야기들을 종종 발견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역사들은 모두 역사가들에 의해서 꾸며지거나 과장되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런 것이 바로 동양과 서양이라는 굵직한 테두리이다. 이들은 지리적 특성상 동쪽과 서쪽으로 나누어지는 것 이외에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이념적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포함된 동양은 서양 사회에 비해 야만적이고 뒤떨어지며 하위 문화 속 존재라고 판단하는 경향있다.

 

'역사란 역사가가 구성해낸 흔들리는 담론이다' - 키스 젠킨스-

 

그런 사고의 틀을 깨뜨려줄 만한 책이 <식인양의 탄생>이라는 책이다. 모든 문명의 근원이라 여기는 그리스 로마문화와 카톨릭 문화, 민주주의 등이 서양문화로 자발적인 혈통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 만들어진 책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제목으로 쓰인 '식인양의 탄생'에 주목해보았다. '근대의 탄생'을 의미하면서  " 순한 양이 너무나 광포해져서 사람을 잡아먹는다! " 라는 뜻으로 썼다고 한다. 어쩐지 '야만인'이란 단어 사용과 일맥 상통하는 것일수 있겠다. 그 속에서는 엔클로저 운동, 즉 울타리 치기 운동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토지에 대한 근대적 소유권의 확립이라는 것은 곧 전통적인 농촌 공동체 붕괴를 뜻하기 한다. 신흥 '거지'의 탄생인 것이다.

 

이  책은 최초의 폴리스 국가인 아테네를 비롯하여, 그리스 철학, 스파르타, 로마, 중세시대, 십자군, 콜롬버스의 시대, 프랑스 혁명, 산업혁명,  민족주의, 냉전 시대까지 엄청나게 길고 긴 서구 역사의 흔적들을 철저하게 따라붙어 독자들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고 있다. 시대순으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읽어내려가면 서양사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읽다보면 확실한 역사공부가 된다. 물론 저자가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서양사에 대한 비판이 다각적으로 드러나있다.

 

또한  '헨젤과 그레텔'이나 '성냥팔이 소녀' 등의 동화를 가지고 와서 그 속에 숨겨져있는 서양 사회의 잔혹성에 대해서 날카롭게 비판한다. 승자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울 수 밖에 없는 역사 때문에 왜곡된 흔적을 찾는다. <유럽의 대항해 시대>편을 보면 유럽중심주의에 빠진 동화 속에서 우월한 문명인 남성적인 '서양'과 열등하고 야만적인 여성의 '동양'을 대비시키는 것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런 사고방식은 자연스럽게 전세계로 퍼져 다른 나라의 역사 문화까지도 통제하게 되버렸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단순한 백과사전 쯤으로 쓴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고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로 말하는 흔적도 종종 엿볼 수 있었다. 그래도 서양 문화에 눌려서 동양의 가치가 많이 떨어진 것에 대해 아쉬워 하면서 서양사에서 동양의 우수한 가치를 찾아내려 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분명 중국,인도, 이집트, 이슬람 등의 나라도 상당히 발전된 문화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묻혀버린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저자의 말투 덕분에 오히려 시원한 마음으로 읽어버렸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동양인이여서 그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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