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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치의 꽃 정쟁
신봉승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조선 이론의 대결, 우리의 필요악 역사
가끔 한 사무실에 있는 동료와 의견 충돌로 토론이나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더러 있다. 특정 사건을 두고 어떻게 결론지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끊임없는 의견을 제기하고 또 제기한다. 더러는 의견 일치 여부에 따라서 편이 갈리기도 하고,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계급 차이 때문에 의견이 무시되기도 한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동일하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올바른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가,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다. 이것 때문에 우리는 지금도 끊임없이 논쟁을 서슴지 않는다.
가장 논쟁이 치열했던 역사는 언제일까. 물론, 지금도 상당히 심한 논쟁을 거듭하고 있는 것을 미디어 매체를 통해서 수시로 확인하고 있긴 하다. 하지만, 도통 발전을 위해 싸우고 있는 것인지, 자신의 집단 이익과 권력만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갈 정도로 신용이 가지 않는다. 분명 우리 역사 안에서도 논쟁으로 한 시대를 실타래처럼 계속 감았던 시대가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조선의 당쟁사가 그것이다. 내가 만난 이 책은 ‘당쟁’이라고 부르기를 거부한다. 조선 왕조의 당파 싸움은 고도한 이론의 대결로 ‘정쟁(政爭)’임을 당당하게 말한다.
무려 742페이지나 되는 이 엄청난 두께의 <조선 정치의 꽃 정쟁>은 단순 역사적 사건을 저자식대로 해석하고 분석하는 책이 아니다.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역사이야기의 책이다. ‘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시파와 벽파 ’로 대표되는 조선 정치의 핵심 학파들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어떻게 논쟁을 펼쳤는지 알 수 있다. 보면 정말 조선의 역사를 한눈에 모두 파악하는 느낌이다. 늘 왕가들에 둘러싼 이야기만 보다가 ‘논쟁’에만 초점을 맞춘 책을 보니 신선하기도 하고, 묘한 정치 파국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것 같았다.
이 책은 송강 정철의 재기와 몰락에 관한 조선 붕당 정치부터, 선조와 광해군의 이야기, 예송 논쟁 역사, 탕평책과 사도세자, 인현 왕후 등 굵직하고 대단한 역사의 흔적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딱 소설 읽는 기분이 들어서 생각보다 잘 읽힌다. 그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 아닌가 한다. 그 덕분에 읽는 재미가 쏠쏠하여 인물 맛보기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특히 노론과 소론, 동인과 서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왕들과 그에 얽힌 역사적 숨은 인물들은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편에 섰는지에 따라 생사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흥미롭다.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히 알지 못하는 조선의 역사, 마치 이 책과 같은 정치가 조선을 멸망하게 하고 민족을 일제에 빼앗기게 만들었다는 인식, 이런 것들을 벗어 던지고 올바른 시선으로 조선을 조선답게 만나는 책이 아닌가 한다.
정치는 흐름이다. 시대를 말하고, 그들의 결정에 세상이 바뀐다. 여실히 조선의 정쟁도 그와 같았다. 어진 것과 간악한 것을 구분하는 그 도덕적 척도야 말로 정치성과를 논 할 수 있다. 역시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것들은 이 시대의 진정한 정쟁이 아쉽다는 것이다. 정정 당당한 싸움이야 말로 ‘발전’의 밑바탕, 뿌리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