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져라, 꿈에서 나타날이지 모른다. 예지란 심리학적으로 미래의 일을 지각하는 초감각적 지각. 또는 그런 능력을 말한다. 예지몽이란 단어는 사전에 정의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는 감각적으로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꿈에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게 된다는 이 단어를 미스터리 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떻게 풀어내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짜 다작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유명해진 계기가 되었던 <용의자 X의 헌신>의 제 2탄이라고 하는데, 내가 아직 그 작품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야 명콤비 형사 구사나가 형사와 물리학자 유가와를 만나게 되었다. 이들이 만나는 두 번째 이야기 <예지몽>이다. 이 소설은 그들이 만나게 되는 사건 5편을 추적해가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특히나 ‘예지몽’을 중심으로 두고 풀어가는 그들의 사건들이 상당히 재미있고 재기 발랄하다. 최근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범인 없는 살인의 밤’ 역시도 추리 단편 소설집이었는데 짧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막힌 사건들을 풀어가는 저자의 놀라운 능력이 돋보였었다. 헌데 이것은 단편집이지만 동일한 형사들이 풀어간다는 데에서 차이가 있다. 그래서 단편임에도 단편 같지 않다고나 할까. 신비주의 사건들을 해결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절대적으로 부드럽다는 느낌이 든다. 첫 번째 사건은 17년 전에 꿈에서 만난 소녀를 찾아 나갔던 청년이 그의 어머니에게 마주쳐서 도망가다가 교통사고를 내면서부터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꿈에서 본 소녀>. 아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구나 하는 즐거움에서 탄사가 절노 나왔다.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하는 사건들도 많다. 이성적이고 냉철해야만 하는 형사에겐 당연히 초자연주의 적이고 신비주의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물리학자 유가와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의 기질은 제 2장 <영을 보다>에서도 발휘된다. 한 여자와 두 남자 사이의 환상과 현실의 이야기에서 으스스한 기운을 느꼈다. 얼마 전부터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들을 읽어가면서 나도 이제 이런 것쯤은 다 소화할 수 있겠구나 했지만 여전히 읽을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그래도 두 사람의 추리는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난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들과 인물들을 가지고 비현실적인 것을 해석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다. <떠드는 영혼>은 한남자의 실종에서 집안 전체가 흔들리고 방문이 열리며 물건들이 떨어지는 현상을 경험하면서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추격해간다. 어쩐지 아직도 이 이야기는 좀처럼 잊히지 않는다. 스토리 흡입력과 긴밀한 추리력은 그의 작품에서 항상 드러나는 것이지만 여전히 놀랄 수밖에 없다.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만나게 되면 단번에 팬이 될 수밖에 없나보다. 그래서 이 책도 몸서리를 치게 만들면서도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든 점에서 역시! 라는 말을 내뱉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