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집
가토 유키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아우름(Aurum)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꿀벌의 집으로 어서 오세요.

 

우리는 초록을 사랑한다. 초록색을 좋아하지 않는 자가 누가 있을까. 태어났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가장 오래도록 바라봐도 질리지 않는 색이 자연의 색이다. 그만큼 우리는 자연 속에서 살고, 자연 속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어떤 행위를 하던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 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를 떠나 스스로를 지키는 일과 같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글을 짓는 분이 계시다. 바로 <꿀벌의 집>의 저자 가토 유키코. 그녀는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했고, 농림성 농업기술연구소, 일본자연보호협회 근무를 했던 경험이 있는 작가이다. 자연주의자로써 순수문학을 추구한 이력답게 그녀가 지은 작품들도 모두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담은 느낌 좋은 제목의 책이 많다. 그래서 이 책도 내심 기대가 되었다. 최근에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터라 머리가 시커멓게 타 들어 있었는데, <꿀벌의 집>을 만나면서 아늑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엄마와 삐거덕 거리는 리에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인터넷 검색에서 우연히 클릭하게 된 ‘꿀벌의 집’을 찾아 산골 무인역에 도착한다. 그녀의 일은 양봉 조수였고, 뭔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한 꿀벌의 집 주인 기세와 예전에 폭주족이고 상당히 무뚝뚝한 인물이지만 꿀벌 사랑이 가득한 겐타 등과 꿀벌의 집 관리를 시작한다. 곰 이야기를 할 때에나 꿀벌의 집을 둘러싼 자연의 풍경을 묘사할 때에는 내 눈에서 영화 속 한 장면이 떠오르듯이 그렇게 스쳐지나갔다. 벌의 침을 이야기하면서도 그들은 아픔을 나누고 기쁨을 함께 하는 듯 했다.

 

이곳에서 인간은 주인공이 아닌 주변이다. 꿀벌이지만 벌들의 세계는 인간과 많이 닮아있다. 이 집과 연결된 각각의 사람들은 저마다 아픔을 가지고 있다. 싱글 맘인 주인 기세씨 역시도 몸에 여러 상처가 났을 만큼 자살을 시도한 끝에 자연으로 돌아갔다. 그녀에겐 도시를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따뜻함이 그리웠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아픔을 가지고 일종의 도피를 시도했던 주인공 리에도 그렇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공감가고 또 공감이 간다. 아는 지인분도 최근에 그런 말을 했기 때문이다. 도시를 떠나 고향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모시고 흙을 밟으면서 살고 싶다고. 정말 제멋대로인 리에의 엄마마저도 손을 들지 않던가.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행복 한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지금의 나도 답답하다. 세상에 억눌려 많은 순수함을 포기하고 산 자신이 답답하다.

 

책에 들려오는 유채꽃과 앵두나무, 산벚꽃, 그리고 꿀벌의 윙윙 소리가 너무도 정겹다. 내가 꿈에 그리던 그런 자연친화적인 삶이다. 그러나 이 책은 결코 아름다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담담하고 정겨운 필체로 있는 그대로를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생각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할까. 저자의 다른 책이 냉큼 읽어보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도시보다 자연 속에서 더 행복을 느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그런 따뜻하고 풋풋한 문학 소설, 꿀벌의 집에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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